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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스 else Aug 24. 2023

우리 집은 이렇게 망했다

의도치 않은 첫 집 마련기 - 3

* 표지 - Freepik 소스 조합 / 삽입 그림 제작 - 글쓴이(엘스 else)


Ep. 3 - 오락가락하는 사회초년생 부린이.



가진 돈은 모자랐지만 좀 더 쾌적한 방에서 살고 싶었고, 그러면서 동시에 목돈을 모으고 싶은 사회초년생은 '전세'라는 제도를 이용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전세 매물을 발품 팔면서 점점 더 선명하게 '임차인의 한계'를 느꼈고 동시에 '전세'만 고집할 게 아닌 거 같았지만, 당장에 다른 길이 보이지 않으니 결국 이것이 현재 상황에서는 그나마 최선의 선택지인 거 같은 오락가락한 혼란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이런 혼란이 온 것은 과거 가세가 기울게 된 직접적 원인이었던 '깡통 전세와 나쁜 대출'의 경험기억으로 섣불리 어떠한 선택을 하지 못하겠는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다.


지금도 끔찍스러운 부동산과 얽힌 우리 가족의 과거 이야기는 앞으로 풀어낼 필자의 부동산 매매 과정과 이후 부동산 운용 과정에서도 상당히 많은 영향을 끼친 필자 인생의 폭탄 같은 대사건이었기 때문에 한 번은 언급할 필요가 있어 이번 회차에서 짧게나마 풀어보려 한다.



3-1. 아직 덜 아문 과거의 상처

프롤로그에서 잠깐 고백(?)했지만 우리 집은 과거 부모님의 잘못된 부동산 투자로 망했다. 요새도 사람들이 재테크의 일종으로 많이들 시도하는 '전세' 제도를 이용한 '갭투자'로 말이다.


부모님이 악의적으로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가지고 한탕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 금융 위기 여파와 가계 자금 흐름이 제대로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피치 못하게 벌어져 그 비극은 시작됐다. 물론 부동산 자산을 운용할 때는 이런 리스크도 올 수 있다는 것을 당연히 염두에 둬야 하기에 이 부분을 간과한 것은 변명의 여지없이 우리 부모님의 잘못이 맞다.


여기서 잠깐(!)

그럼 집을 팔아서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을 마련하면 되지 않는가?


다시 언급하지만 당시는 금융 위기 한파로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어 집값은 연일 계속 하락했고, 급매의 급매의 급매 가격으로 내놓아도 집을 사러 오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우리 부모님은 한순간에 '능력도 안 되는 주제에 남의 돈으로 삥땅 친 못된 깡통 집주인'이 되어 버렸다.


다행히 경매에서 많이 유찰되지 않아 우리 가족의 재산은 다 잃어도 은행과 세입자 돈들은 일부라도 어찌어찌 봉합했다. 그리고 그 깡통 집주인 부부의 자녀인 필자는 이런 부정적 경험을 너무 강렬하게 체험해 '부동산 매매'에 대해 무조건적인 회의감과 어찌 보면 적개심까지 가지게 되었다.


왜냐하면 현금 부자가 아닌 이상 부동산을 매매할 땐 어느 정도 '은행 대출'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불편한 상황이 따르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 혹은 투기, 애매하고 아리송한 갈림길.



3-2. '은행'이라는 이름의 아수라 백작

은행 대출이 필요한 것이 거북하다는 문장에서 사뭇 상반된 반응에 고개를 갸우뚱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분명 이전 글에서 필자는 은행의 전세 자금 대출을 이용하려 했다고 서술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전세 대출'과 매매에 쓰이는 '주택담보대출'은 그 결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전세 대출도 실행하면 은행은 세입자에게 대출 이자를 받아 돈벌이를 해야겠지만 보통은 최대 대출금 한계선(평균 2억 이하)이 있었고, 금리도 타 대출 상품보다는 낮은 편이라 밥벌이하는 일반 직장인이라면 매달 상환하는 금액이 그렇게 부담스럽지도 어렵지도 않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은 대출 금액 자체 규모가 다르며 최근엔 DSR* 과 같이 무리한 대출을 막는 일종의 안전장치가 있긴 하지만, 변동금리 상승폭 위력이 상당히 강해 특히 요즘같이 고금리 시대에는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감당할 수 없는 선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DSR(Debt Service Ratio) - 총부채 원리금상환비율을 의미. 모든 부채의 연간 원리금상환 총액을 기준으로 대출한도를 정하는 비율.

( ! ) 참고 링크 - 뱅크샐러드 출처의 LTV, DTI, DSR 부동산 대출 규제 알아보기


부모님 세대에 부동산 투자 붐이 활발히 일어난 것도 지금과 같은 대출 규제 제도가 강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은행에서 아파트 가격의 거의 80-90%에 육박하는 비이상적 금액까지 빌려주는 대출 상품을 실행할 수 있었던 배경 또한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약간 다들 미쳐있는 세상 같다.)


현재는 그 정도까지의 대출 환경은 아니지만 여전히 경기가 나빠져 금리가 폭등하고 부동산 하락장까지 온다면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손해를 감수하고 낮은 가격에 집을 내놓거나 그 마저도 집이 쉽게 매도되지 않아 전세 대출 때와 달리 발목에는 족쇄가 목에는 칼날이 채워진 채로 살아가야 한다. (최후에는 우리 집처럼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경매 단계로 빨리 넘어가기를 기다려야 할 뿐..)


그 순간에 도달하게 되면 제일 무서운 것이 바로 '태도가 급돌변하는 은행'이다.


돈 빌려 줄 때는 상냥한 인생의 동반자 모습을 하다가 돈을 받아내려 할 때는 악착같은 사채업자의 탈을 쓰는 게 '은행'이라 불리는 아수라 백작이다. 우리 어른이들이라면 이미 잘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항상 은행이 자선 사업으로 우리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가진 돈이 한참 모자라는 데도 불구하고 너무 마음에 드는 집이 나타나 하루종일 그 매물만 생각나는 콩깍지나 물건을 빨리 파려는 중개사의 화려한 언변에 빠져들게 되면 사람이라는 것이 '이건 빚이 아니라 레버리지야!'와 같은 희망차고 긍정적인 관점으로만 보고 대출 서류에 서명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과거 쓰라린 경험과 여러 생각을 취합한 필자의 당시 종합 결론은 아래와 같았다.


= 매매는 돈의 크기가 너무 커서 부담이 되니, 전세로 계약하되 전세 자금 대출을 이용해 보증금 미반환 위험성을 줄여보자.


그리고 이 계획을 부모님께 말씀드리니 심사숙고하여 잘 결정했다고 칭찬이 돌아올 줄 알았던 예상이 뜻밖에도 산산조각 박살이 났다.


전세 절대 안 된다! 우리 집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봐와 놓고도 전세를 들어가려 해??


그나마 최선이라고 생각한 선택이 그 한마디에 모든 미래가 암전 되어 버렸다.



다음 이야기에 이어서.

매거진의 이전글 어차피 다들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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