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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스 else Aug 30. 2023

어..? 이쯤에 이제 한국말이 나와야 하는데..?!

엘스의 알싸한 쌉소리 - 2

*표지 / 본문 이미지 출처 - Freepik Free License



오늘의 SSAP소리 -

케이팝(K-POP)을 듣는 코리안(Korean)은 물음표가 하나 있다.


들어가기에 앞서 당부드리지만 특정 가수나 회사 그리고 K-POP을 비난하는 글이 절대 아닙니다.

(케이팝 좋아해요..!)


그저 최근에 나온 신곡들을 듣다 문득 과거 생각도 나서 여러 쌉소리와 함께 글쓴이의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과 생각을 끄적여봅니다.






1. 한국의 대중가요는 원래부터 팝의 영향을 받긴 했다.

필자는 F(x)의 '일렉트릭 쇼크'라는 곡을 좋아해서 지금도 자주 듣는다. 음악적 진행도 좋았지만 사실 더 좋았던 것은 가사였다.


일렉트릭 쇼크, 즉 ‘전기 충격‘이라는 소재로 상대에게 푹 빠졌다는 사랑에 대한 가사를 풀어낸 것이 정말 인상 깊었다. 특히 도입부에서 전기충격 단어로 ‘세로 N행시‘ 가사가 돋보였다. (무대 영상에서 안무도 너무 찰떡으로 구성이 좋아서 잊히지 않는다..!)


진짜 전기 감전 된 거 같은 동작


전 전 전류들이 몸을 타고 흘러다녀.

기 기 기절할 듯 아슬아슬 찌릿찌릿.

충 충 충분해 네 사랑이 과분해.

격 격 격하게 날 아끼는 거 다 알아.



팝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의 대중가요 특성상 영어 단어와 문장이 중간에 껴있긴 하지만 강조 구간이나 특정 반복 후렴구 정도이다. 'Yeah'와 같은 추임새와 에너지, 시너지, 게이지와 같이 일상 언어 속에서 많이 쓰이는 영단어는 일부러 집어넣은 영어라 판단하지 않아 제외했다.


그야말로 거의 한국어로 구성된 이해도 쉽고 주제도 좋은 작사였다고 주관적으로 평하고 싶다.


그럼에도 이 곡을 듣다가 필자가 의외의 포인트를 느낀 적이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곡은 추임새나 특정 반복 후렴구 한두 문장을 제외하면 거의 한국어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가사에서 잠깐의 착각을 한 부분이 있었다.


후렴구로 들어가기 직전의 가사를 노래로 들었을 때 발음에서 필자는 아래와 같이 들렸다.



점점 빨라지는

점점 더 크게 더 뛰는데

이미 한계를 넘어선



문제가 된 단어는 ‘빛’이었다. 전기가 스파크가 튀거나 그러면 빛이 확 튀고 시각적 그래픽으로도 전기 신호를 빛의 이동으로 표현할 때가 많아 당연히 한국어로 주로 구성되어 있으니 ‘빛’이라고 생각해 버렸다.


그리고 이 부분도 너무 예쁜 작사말이라고 당시에 생각했었다. 그러다 나중에 가사 글귀에서 ‘빛’이 그 빛이 아니라 ‘Beat(비트)’라는 것을 알게 되자 뭔가 알 수 없는 멜랑꼴랑한 감정에 휩싸였다.


영단어가 가사에 나올 경우 원어 발음에 가깝게 가수들은 부르기 때문에 비트가 ‘빝,빋’ 이런 식으로 발음되니 전부 한국말이라고 생각했던 필자는 ‘빛’으로 들렸던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에 나도 모르게 서운함이 느껴졌다.


‘빛’이라고 해도 말이 되고 예뻤을 거 같은데…






2. 어르신들의 마음을 조금 알 거 같다.

이제는 한국의 대중가요를 K-POP(케이팝)이라 불리며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전에도 여러 가수들이 해외로 뻗어나갔지만 최근 BTS와 블랙핑크 등과 같은 가수들의 성과들을 보면 정말 K-POP의 행보가 차원이 달라짐이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최근 많은 여러 가수들의 신곡들을 들어보면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위한 작사라는 것이 느껴지는 지점들이 많았다. 그러나 필자는 이것에 거부감이 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K-POP과 엔터 콘텐츠들은 하나의 사업이기 때문에 사업 전략과 시대 흐름에 맞춰 조금씩 변형도 해보면서 발전해 나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제는 K-POP이라는 것이 단순히 한국 사람만 듣는 대중가요를 뜻하는 단어가 아닌 고유의 특징을 가진 하나의 음악적 장르화로 거듭나 그 음악성을 유지한 채 엔터회사들은 글로벌 시장 타깃을 위해 세계적 공용어인 영어의 비중을 늘렸을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모든 곡들이 그런 것이 아니지만 필자가 느끼기에는 가사에서 한 문장인데도 앞에는 한국어인데 갑자기 뒤나 중간에 영어가 치고 나오는 구성으로 되어있거나, 그마저도 한국어는 한 두 단어정도고 거의 대부분이 다 영어로 되어있으니 더불어 F(x)의 일렉트릭 쇼크처럼 단순히 에너지, 시너지 이런 정도의 단어가 아니라서 듣다 보면 가사가 잘 귀에 안 들어와 한국어로도 영어로도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를 때가 생겼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아래는 실제로 존재하는 가사가 아닌 요새 많이 보이는 작사 느낌을 특징으로 뽑아 다소 과장되게 필자가 흉내 내본 것이다. 따라서 K-POP의 모든 곡의 가사들이 이렇지 않다는 것을 인지해주시고 일반화는 삼가 바란다.



(*주의 - 진짜 곡 가사 아님 주의, 필자가 작사해 본 문장입니다.)

너만을 바라보던 내 broken Heart.

저 멀리 spreading 된 shattered 조각들.

이제는 time to gather and stick them!

우리 사이도 time to stick it!

Time doesn't wait for you.

Meanwhile, you’re hesitating 시간은 계속 Tik-Tok, Tik-Tok!

그러니 어서 Ma Boy! Hurry up!

어쩌면 I’m mean 할지도, 어쩌면 I’m insane 할지도

But we’re crazily tangled.

사실은 너도 love me 하잖아.



이제 이 가짜 가사를 실제 우리가 음악으로 듣는다고 가정해 보자. 살펴보면 중간에 Time이나 Love와 Hurry 등 쉬운 단어도 섞여있으니 한국말 가사와 짧은 영단어를 조합하면 -.



아.. 브로큰 하트... 저 멀리..

상처받고 관계가 멀어질 때도 있었지만?


타임.. 웨잇.. 시간은 계속.. 어서.. 보이.. 허뤼 업.. 러브 미..

우리 사이 시간 없으니 빨리 사랑한다는 말을 해달라

빨리 같이 사랑을 시작해 보자는 그건가?



대충 이렇게 곡의 주제는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일 것이다. 그러나 빠르게 지나가는 음악 리듬 안에서 모국어로 완성된 문장이 아닌 작사말을 정확하게 듣고 상세한 가사 전달이 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가사 구성은 한국인과 외국인 둘 다 타깃을 했다고 하기에도 애매하지 않나 싶은 필자의 개인적 소견이다.


물론 어느 한 래퍼분의 얘기처럼 그 음악적 흐름 느낌을 잘 낼 수 있는 언어가 한국어가 어울릴 수도 있고 영어가 어울릴 수도 있어서 음악의 완성도를 위해 선택적으로 언어 설정을 한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어 음악 업계분들도 여러 고민을 하면서 작사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는 최근 K-POP 노래를 듣다 보면 가끔씩 '어.. 이쯤 돼서 한국말이 나올 법한데..'하고 답답한 감정이 가끔 든다. 이러다 조만간 할머니들처럼 이 같은 말을 하게 될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르겠다.



요새 야들 노래는 먼 말해쌌는지 하나두 알아듣지 모다겠시구롱.






3. 옛날 교과서가 던진 한 의문.

여기까지 오다 보니 혹시 K-POP에서 정말 '한국어'라는 요소는 완전 배제한 채 음악적 장르 특성만 남겼을 때 어떻게 될까? 하고 궁금증이 일었다.


그러다 필자는 잊고 있었던 옛 기억 하나를 갑자기 떠올리게 되었다.


때는 초등학교였는지 중학교였는지 시기는 정확하지 않으나 교과서에서 어떠한 주제에 대해 글을 읽고 이에 대해 학생들의 생각과 의견을 말해보는 토의 활동 중 하나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주제는 당시 일본에서 대성공을 거둔 가수 '보아'에 대한 글이었고 제목이 대략 아래와 같았다.


'한국 가수 보아가 일본에서 발매한 곡은 K-POP일까, J-POP일까?'


이 수업에서는 학생들끼리도 의견이 분분했던 걸로 기억한다. 토의 주제에 관련한 교과 글에서도 크게 2가지의 쟁점을 설명하고 학생들에게 토의하도록 던져주었다.



관점 1.

보아의 본래 소속된 곳은 한국 회사이지만 보아의 일본 발매곡들은 일본인 프로듀서가 지휘하고 작곡가들이 만든 경우가 대다수니 일본인들이 만든 곡을 단지 한국 출신 가수인 보아가 불렀을 뿐이다. 고로 보아의 일본 발매곡은 'J-POP'이다 라는 관점.


관점 2.

보아의 활동은 한국 소속사와 일본 소속사와의 제휴 협정을 통해 나란히 같이 진행되었던 프로젝트이며, 활동 당시 국가가 어디냐에 따라 해당 국가 출신 관계자 비중이 더 커질 순 있어도 대개의 경우 국적 상관없이 '보아'라는 가수 프로젝트에 다 같이 참여하고 있다. 한일 동시 활동곡도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작곡가의 국적이 일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수 보아의 일본곡이 단순 J-POP으로 볼 수 없다는 관점.



당시 학교 수업 때는 스스로 어떤 선택을 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필자의 지금 선택은 1번 관점에 가깝다. 가수 보아의 당시 일본 활동은 당연하겠지만 철저하게 일본 시장의 성공을 노리고 활동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보아의 일본 발매곡은 일본 대중을 사로잡기 위해 일본 소속사와 일본 음악계 사람들이 적극 참여했고 또 전부 일본어로 불렸으니 일본 활동곡들은 'J-POP'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같은 논리로 본다면 반대로 보아의 한국 활동곡들은 당연히 K-POP이다.


그리고 훗날 보아는 미국 진출도 시도했었기 때문에 K-POP, J-POP, POP까지 여러 장르를 한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 ! ) 참고 링크

여기서 잠깐 쉬어갈 겸 보고 가는 너무 대단했던 보아의 일본 활동 영상 (클릭)



그리고 보아의 사례와 비슷하게 한국에서 해외에 곡을 사 온 경우에도 외국인이 곡을 제작했어도 프로듀싱 자체를 한국에서 총괄하고 있고 한국 시장에 맞게 가사도 다시 쓰고 편곡을 좀 달리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K-POP으로 분류된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한국인이면 더 완벽하게 K-POP이겠지만 요새는 다국적 멤버가 있는 그룹들도 많기 때문에 가수의 인종과 국적이 장르 설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결국 K-POP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은 가수의 국적 여부 보다도 그룹과 앨범의 총괄 프로듀싱 소속사가 '한국'인지와 가수들이 부르는 음악 자체가 외국인 작곡가에게 곡을 사 왔어도 '한국'에 맞게 '로컬라이징'을 했냐의 차이를 가장 많이 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많은 K-POP팬분들도 기본적으로는 한국에서 만들어지고, 한국어로 불려지고, 한국 사람들에게 대중가요로서의 문화적 지위를 가져가는 음악들이 K-POP의 범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의견이 강세로 보인다.



그렇다면 여기서 다시 이 단락의 첫 문장으로 돌아가보자.

혹시 K-POP에서 정말 '한국어'라는 요소는 완전 배제한 채 음악적 장르 특성만 남겼을 때 어떻게 될까?



가수 백예린의 'Square'같은 곡이 한 예가 될 수 있을 거 같다. 이 곡은 가사가 전부 영어지만 앞선 K-POP 기준 요소에서 가수 자체가 '한국인'에 활동 기반 국가도 '한국'이기 때문에 한국어로 불려지지 않아도 '한국 사람들에게 대중가요'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K-POP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면서도 영어 가사라 외국 사람들도 접근하기 쉽고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곡)


그러나 태생부터 한국인인 보아나 백예린 또는 전원 한국인 멤버로 구성된 BTS와 같은 그룹이 아니라면 분명 K-POP의 요소를 차용했음에도 한국어로 일절 부르지 않은 채, 가수도 한국인이 아니고, 거기에다 소속사부터 관계자들도 다 해외 출신에 활동 무대도 한국이 아니라면 이것이 과연 K-POP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서로 각기 다른 관점과 논란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느낌이 든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니.. 와 같은 일?



하다못해 'K/DA'라는 해외 게임 회사(라이엇)가 게임 캐릭터로 만든 가상 K-POP 그룹조차 한국인 캐릭터를 멤버로 두고 있고 한국 아이돌 그룹(여자아이들)의 멤버들을 음원 가수로 참여시켜 한국어로 부르는 파트도 많이 배분해 K-POP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 ! ) 참고 링크

돌풍을 일으켰던 K/DA의 POP/STAR 뮤직비디오 (클릭)


한국인 국적을 가진 구미호 콘셉트의 '아리'와 한국 도깨비 콘셉트의 그래픽 디자인


K/DA 음원, 공연 참여 실제 가수분들






4. 너무 멀리 나아가려고 중요한 것을 잊지 말자.

어린 시절 학교 교과서가 보아의 사례를 쟁점이 있을 내용으로 소개한 건 이런 다국적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그 속에서 우리 한국만의 정체성을 어떻게 또 찾을 것인지 어린 미래 꿈나무에게 한번 생각해 보라고 던져준 건가 싶기도 하다.


필자 또한 결코 K-POP을 한국의 대중가요이니 한국 사람들만 즐겨야 하고 한국 사람들을 위해 무조건적으로 다 '한국어'만 써야 한다는 강압적인 의견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원래부터도 한국 대중가요는 팝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심심치 않게 영어를 가사에 썼었고 더욱이 우리의 음악이 세계에 인정받고 뻗어나가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낀다.


다만, 현재 K-POP의 종주국(?)으로 불리는 한국에서조차 글로벌 마켓에 초점을 너무 맞춘 나머지 한국어 또는 한국적 요소를 너무 저버린다면 훗날 K-POP을 잃어버려 후회하는 날도 올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우려해 본다.


그 교과서로부터 몇십 년이 지난 지금 2023년 현재 대한민국에서의 우리도 세계를 향해 더 나은 발전을 지향하되 놓치면 안 될 것들은 지키면서 가려는 끊임없는 노력도 동반되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의견을 던지며 평상시 필자가 굉장히 예쁘다고 생각하는 어느 한 K-POP의 가삿말을 끝으로 맺음을 지어본다.



잠 못 이룬 새벽 난 꿈을 꾸고 있어

흐느낀 만큼 지친 눈으로

바라본 우리의 사랑은 너의 미소처럼 수줍길 바래


조금만 더 가까이 내곁에 있어줘

널 사랑하는 만큼 기대 쉴 수 있도록

지친 어둠이 다시 푸른 눈뜰 때 지금 모습 그대로

Oh, baby 제발 내 곁에 있어줘


양파 - 애송이의 사랑 中



오늘의 쌉(SSAP)소리 결론은 한국의 대중가요(K-POP)에 대해 진심으로 애정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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