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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호근미학 Mar 21. 2021

앤디 워홀은 왜 실크 스크린으로 그림을 그렸을까?

차이와 반복


이 글은 유튜브에서도 시청이 가능합니다 : https://youtu.be/buj7rLa5Nxc



앤디 워홀의 가장 유명한 작품들은 대부분  실크 스크린 기법으로 제작된 그림들입니다. 실크스크린은 판화 기법 중 하나로 스크린 판의 미세한 구멍으로 잉크를 밀어내 찍는 방법인데요. 판화 기법이기 때문에 같은 모습의 그림 여럿을 찍어낼 수 있죠. 왜 앤디 워홀은 다른 예술가들처럼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닌 실크 스크린 기법으로 작품을 생산해냈을까요?

앤디 워홀이 활동하던 1960년대에는 포드주의가 유행하던 때였습니다. 포드주의는 컨베이어 벨트를 만들고 각각의 자리에서 한 명이 일관된 작업 과정만 반복하게 함으로써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입니다. 지금의 생산 공장들도 대부분 이런 포드주의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죠. 이것의 목적은 항상 같은 모양과 일정한 품질의 상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데 있습니다.


이 포드주의가 유행하면서 사람들은 시스템을 만들고, 일관된 작업을 반복하면 같은 모양과 동일한 품질의 상품이 완성되고 이것을 누구나 똑같이 누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어요. 예를 들어 한국 편의점에서 산 코카콜라의 맛과 미국 대통령이 마시는 코카콜라의 맛이 똑같은 것처럼 말이죠. 반복이 같음을 생산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거죠. 이러한 과정 속에서 정해진 모양과 품질의 표준이라고 하는 기준이 등장했고 이 기준에 적합하지 않으면 불량품으로 인식되고 버려집니다.

문제는 당시의 사람들은 반복이 같음을 생산한다는 논리를 사람에게도 적용한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같은 사회에 있다는 이유 때문에 '남자는 이래야 하고, 여자는 이래야 한다. 이 나이쯤에는 이것을 해야 한다'라는 식의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을 개인에게 강요합니다. 그리고 그 기준에 적합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이상한 사람으로 분류하죠.


이에 대해 앤디 워홀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앤디 워홀은 반복이 같음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실크스크린 기법을 이용해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같은 도안에 잉크를 붓고 그것을 찍어내는 것을 반복함으로써 작품을 완성합니다. 이것은 마치 똑같은 제형에 반복을 하는 기계와 같은 것이었죠. 그래서 그는 자신의 작업실을 팩토리라고 부른 것이죠. 하지만 이 팩토리에서 반복으로 생산되는 작품들은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어요.

분명히 같은 도안에 잉크를 부은 것인데 그의 그림들은 제각기 다릅니다. 예를 들어 캠벨 스프라는 작업물에서 각각의 수프들은 같은 도안에서 나왔지만 각기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릴린에서는 같은 도안으로 여러 번을 찍어냈지만 각각의 시도에 다른 색들을 집어넣었죠. 그리고 그것들은 교묘하게 어긋나 있습니다. 워홀은 반복은 같음이 아닌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증명한 것입니다.


워홀은 반복은 같음을 생상 할 수 없다고 믿었어요. 그것은 공장에서 반복되어 생산되는 상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코카콜라들이 정말 완벽하게 똑같을까요? 완전히 똑같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먼저 각각이 생산된 공장 자체가 다르고, 그 공장들이 같을지라도, 시간은 다르거든요. 맛이 비슷할지라도 어떤 것은 1시 1분에 만들어지고 어떤 것은 1시 1분 5초에 만들어졌다면 이것은 생산 시간의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열심히 운동을 하고 나서 마시는 코카콜라의 맛과 햄버거와 같이 먹는 코카콜라의 맛이 같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동일한 공정과정의 반복이 일어나더라도 엄밀하게 말하면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같은 모양과 일정한 품질을 내지 않습니다. 상황에 따라 그것들은 차이를 만듭니다. 콜라라고 하는 어떠한 동일한 상품에 대해 대통령이 생각하는, 리즈 테일러가 생각하는, 가난한 자나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가 다른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앤디 워홀은 다음과 같이 1960년대 미국을 조롱합니다.


이 나라가 정말 멋진 것은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모두가 똑같은 것을 사는 전통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TV를 보면 코카-콜라가 나오고, 대통령도, 리즈 테일러(미국의 영화배우)도, 우리도 모두 코카-콜라를 마신다. 콜라는 그저 똑같은 콜라일 뿐, 아무리 큰돈을 준다 해도 더 좋은 코카-콜라를 살 수는 없다. 모든 코카-콜라는 동일하며, 똑같이 좋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리즈 테일러도 알고, 대통령도 알고, 가난한 자도 알고, 당신도 안다.


반복을 하더라도 완벽히 똑같음이라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준이라는 것도 존재할 수 없죠. 누구든지 서른 살을 맞이한다는 이유만으로 서른 살의 기준을 정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반복적인 일들에서 같음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기준을 정합니다. 그리고 그 기준에 적합하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 취급합니다. 앤디 워홀은 이 점을 간파한 것이죠.


나는 그저 있는 것을 그대로 가져와서 다시 그린 것인데 왜 새롭다고 하는가?
모든 것은 스스로를 반복한다.


세상은 반복의 연속입니다. 우주는 같은 일을 반복하고. 인간의 역사는 반복적으로 일어납니다. 개인의 삶도 반복의 연속입니다. 문제에 맞닥뜨리고 그것을 해결하고의 연속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항상 같은 결과를 내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반복한다는 이유만으로 같음을 요구해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반복은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그러니 사회에서 정한 기준과 차이 난다고 해서 스스로를 이상하게 바라볼 이유도 없습니다. 완전히 같음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죠. 같은 서른 살이 반복되었지만 나의 삶이 다른 사람의 삶과 차이 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반복은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그리고 그 차이 때문에 개인이 존재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앤디 워홀이 실크스크린 기법을 이용해서 그림을 제작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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