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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호근미학 Dec 10. 2024

마라톤도 배워야 한다고?

연구가 아닌 공부, 효율적인 공부를 해야 한다.

뛰는 걸 왜 배워?


"달리기는 타고나는 거야"


초등학생 시절 운동회 때 항상 달리기가 있었다. 어찌나 순위 메기는 것을 좋아하는지 그 어린 초등학생들에게 달리기를 시키고, 빨리 들어온 1,2,3등에게만 손목에 도장을 찍어줬다. 나는 초등학교 6년 내내 손목에 도장을 받아본 적이 없다. 나는 항상 달리기가 느린 편에 속했다. 1학년 때부터 빨랐던 친구들은 6학년까지 항상 빨랐다. 나는 그것들을 보며 달리기는 타고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마라톤을 시작해 보니, 달리기는 타고난 것도 있지만 배우면 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수많은 사람들이 마라톤을 뛰고 있고, 또 배우고 있다. 오늘은 마라톤을 배우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보자.


공부와 연구


배움은 2가지의 형태가 있다. 공부와 연구가 그것들이다. 공부는 이미 밝혀진 것을 더 잘하는 사람에게 직간접적으로 배우는 것이고, 연구는 없는 것을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려 할 때, 공부보다는 연구를 하는 경향이 많다. '이렇게 하면 더 나아지겠지', '나의 문제는 이것이지'라는 식으로 스스로 진단 내리고 그것에 대한 답도 스스로 내린다. 그것은 자만심 때문이다. '나는 내가 가장 잘 알아'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자만심이 아주 많은 사람이다. 때문에 공부하기보다는 연구하려는 경향이 있다. 



마라톤에 대한 배움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마라톤을 시작했을 때, 나는 연구했다. 마라톤 그냥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지 천천히 뛰면 정신력으로 뛸 수 있을 거라고. 처음 10km를 뛰고 다음날 나는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온몸에 근육통이 있었고 관절 사이사이가 모두 아팠다. 똑같이 달리면 또 아프겠구나라는 생각에 속도를 줄이고, 호흡도 신경 쓰며 달려봤다. 그렇게 몇 번 달려보니 10km를 달려도 몸이 아프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나의 기록은 좋아지지 못했다. 조사해 보니 당시 내가 달리던 스피드로 달리면 마라톤은 5시간 30분이 넘어서 도착하는 정도였다. 


1년 전, 함께 크로스핏 박스에서 운동하던 21살 여자가 러닝크루에 들어갔다. 그녀는 마라톤에 나갈 것이라고 했고, 6개월 정도 훈련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친구는 3시간 50분 만에 마라톤을 완주했다. 평소 운동을 하면 내가 훨씬 기록이 좋았기에, 내가 마라톤을 뛰면 그녀보다 당연히 더 잘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실제로 달려보니 그녀의 기록에 조금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부터 마라톤은 연구가 아닌, 공부를 통해 배워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수준, 전문성, 가르침


마침 함께 마라톤을 뛰자고 모였던 친구들 중에 풀코스 마라톤을 뛰었던 동생이 있었다. 이 동생은 보폭이 엄청 넓었고, 겅중겅중 뛰었다. 그의 자세를 분석한 뒤, 나도 그렇게 뛰어봤다. 처음에는 속도가 잘 나왔다. 하지만 몇 킬로 뛰지 못하고 숨이 찼다. 알고 보니 그 녀석은 중고등학교 단거리 육상 선수 출신이었다. 기초 근력자체가 나와 다를뿐더러, 몇 년간이나 훈련된 자세였다. 그와 나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었다. 이제 막 10km를 뛰었는데 풀코스 마라톤을 뛰었던, 그리고 학창 시절 육상선수였던 사람에게 배우는 것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있었다. 그때 나보다 조금 나은 사람 또는 비슷한 사람에게 배워보자고 마음먹었다.

런닝크루에 들어가 활동했던 때


그래서 나는 소모임 어플을 통해, 지역에 있는 러닝크루에 들어갔다. 내 예상대로 나와 비슷한 수준 또는 나보다 조금 나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폼을 배우고 운동화 등의 장비 추천도 받아봤지만 마라톤에 대한 그들의 수준은 전문적이지 않았다. 왜 그렇게 뛰어야 하는지, 페이스 조절은 어떻게 하고, 훈련은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체계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다. 그저 자신들이 경험한 것들을 몸으로 보여주는데 그쳤다. 이곳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그저 말할 뿐, 나에게 맞는 배움을 가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배우고 있는 썬코치님 영상들

마지막으로 선택한 방법은 전문적으로 달리기를 가르치는 사람들의 영상 교육을 듣는 것이었다. 그들은 프로 마라톤 선수 경력이 있거나, 마라톤팀에서 코치를 했던 사람들이다. 사실 처음에는 그렇게 뛰어난 사람들에게 배우는 것이 맞을까 싶었다. 왜냐하면 나와 멀리 떨어진 동생에게 배우니 내가 따라가지 못했던 기억이 있는데, 엘리트 체육코스의 지도자들에게 배우는 것이 과연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초보자부터 중급, 상급자에 이르기까지 가르쳐본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다. 이 때문에 각자의 수준에 맞게 어떻게 뛰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렇게 그 들이 알려주는 기초자세부터, 드릴, 훈련 프로그램을 따라 하자 근력이 생기고 점점 거리들도 늘어났다. 이전에는 달리기를 조금만 해도 정강이에 근육 경련이 일어났는데 교육받은 폼으로 달리니 부상이 없었다. 결국 그렇게 연습을 꾸준히 한 결과 하프 마라톤을 뛰고, 풀코스 마라톤도 뛰게 되었다.


무엇인가를 배우고자 한다면, 내가 지금 연구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연구는 내가 충분한 수준에 도달했을 때, 새로운 것을 스스로 검증하는 과정이다. 반면, 공부는 어떠한 일을 이미 경험하고 높은 수준에 다다른 사람들에게 배우는 것이다. 


공부를 하고자 마음을 먹었더라면 그것에 대해 경험이 많고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 그리고 가르쳐본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 배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경험이 많지만 가르쳐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나와 수준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 수준차이가 별로 없는 사람들은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다. 그렇기에 경험이 많고 수준이 높지만, 가르쳐본 경험도 많아서 효과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는 것이 가장 빠르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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