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아웃소싱, 협력 그리고 매각
2025년 11월 제주 국제 감귤 마라톤에 출전했다
감귤 마라톤은 나에게는 굉장히 특별한 마라톤이다
내가 처음으로 풀코스를 완주했던 마라톤이기 때문이다
코스가 쉬운 코스는 아니다
바닷가라서 바람도 불고 언덕도 꽤 있는 코스다
하지만 나에게 풀코스 완주의 기쁨을 선사했던 곳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신청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3달 전, 감귤 마라톤을 신청하고 얼마 안 있어 그리스 아테네 마라톤 신청 광고를 본 것이다.
날짜를 보니 감귤 마라톤 일주일 전에 아테네 마라톤이 있었다
1주 만에 연속으로 풀코스를 뛰면 다리에 무리가 많이 갈 것 같았다
그래도 일단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신청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아테네에서 마라톤을 무사히 완주하고 귀국하자마자 다음날 바로 제주도로 왔다
시차 적응이 안 되고, 숙소의 잠자리가 불편해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는데, 오늘 풀코스를 뛰고 나면 하루 종일 힘이 들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며칠 전에 뛰었던 근육이 다 풀리지 않은 것 같아 풀코스를 뛰면 중간에 분명히 쥐가 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하프 코스만 뛰기로 마음을 먹었다
원래는 풀코스를 뛰려고 했다가 하프코스를 뛰니, 부담감이 전혀 없었다
처음에는 60% 정도로 레이스를 시작했고, 나중에는 힘이 더 나서 70%의 힘으로 레이스를 끝마쳤다.
결과는 지금까지 달렸던 하프 코스 기록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좋은 페이스였다
그리고 남은 제주도 일정을 무리 없이 보내게 됐다
예전에 마라톤을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무조건 빠르게, 모든 것을 완수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생에 있어 마라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마라톤은 한순간이다
마라톤이 끝나고 난 뒤, 나의 생활도 분명히 존재한다
마라톤은 나의 삶의 일부분이다
그 일부분에 너무 크게 에너지를 쏟고 기대게 되면 다른 부분들이 무너지게 된다
예전에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에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빠르게 목표한 것을 반드시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공격적으로 일을 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가족이나 애인, 친구, 동료들에게 예민해지고 소홀하게 되었다
가족들이 떠나지는 않았지만 애인이나 친구, 동료들을 잃어버렸다
건강도 점점 나빠졌다
살이 점점 쪄서 내 모습이 보기 싫었다
그때 문득 든 생각이
'나는 왜 돈을 벌려고 하는가'였다
돈은 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수단이 목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 수단이 좋으면 좋을수록 내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은 맞지만 그것에 너무 기대거나 시간을 많이 할애하면 다른 부분들이 무너진다
마치 현재 내 몸상태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풀코스를 연달아 뛰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잠시 속도를 늦췄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내 시간을 충분히 사용하면서 돈을 벌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다
그리고 나는 목표를 낮추고, 아웃소싱과 협력을 하고, 언제든지 사업을 매각할 계획을 가지게 됐다
나의 원래 목표는 조 단위 부자가 되는 것이었다
김승호 회장님을 본 이후로 나도 조 단위 부자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며 살아가고 싶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빠르게 사업을 확장화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조 단위 부자가 되고 나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답변을 할 수 없었다
목표 없이 단순히 얼마를 벌고 싶다는 생각은 나에게 아무런 동기부여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과연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해서 정의해 보기로 했다
나는 다음과 같은 삶을 살고 싶었다.
내 가족이 아플 때 경제적인 이유로 미안해하며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에 갈 수 있고 원하는 음식을 가격 생각하지 않고 먹을 수 있으며, 하루에 운동 2시간을 할 수 있고, 일주일에 한 번은 3시간 정도의 달리기를 할 수 있고, 1년에 5번 이상, 3번 이상의 해외 마라톤을 달리고, 비즈니스 클래스 비행기를 타고 싶다.
이렇게 정하고 나니 굳이 내가 조 단위 부자가 되지 않아도 됐다. 그리고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들은 정석적인 사업이 아니어야만 가능한 것들이었다. 왜냐하면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연 이러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을까를 생각하고 찾아봤다. 해외 마라톤에 참가하며 그곳에 오신 분들과 인터뷰를 하고 어떤 삶을 사는지 듣게 됐다. 그러니 내가 생각한 대로 시간을 자유롭게 쓰면서 사는 삶이 가능한 것을 알게 됐다. 그들이 말하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바로 아웃소싱이다. 마라톤과 사업의 가장 큰 차이는 아마도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이냐 아니면 내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것이냐인 것 같다. 마라톤은 반드시 내가 뛰어야만 한다. 하지만 일은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가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누군가에게 맡기는 것이 오히려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시간이 많은 사람은 대부분 직원을 쓰지 않고 아웃소싱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직원보다 아웃소싱이 책임감 있게 일을 더 잘하기 때문이고, 정해진 일에 대한 정해진 보수를 제공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들은 협력을 굉장히 잘했다. 나는 일을 할 때, 대부분 혼자서 모든 일을 계획하고 그것들을 처리한다. 그러다 보니 내가 원하는 만큼의 퍼포먼스는 나오지만,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렸다.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면 제 때에 일을 처리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시간을 많이 가지는 사람들은 자신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협력을 아주 잘했다. 그래서 나도 그것을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자 나와 협력하자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많이 생겼고 예전에는 내가 굳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들이 기회로 보였다. 그렇게 협력을 시도했고, 나는 시간을 아끼면서도 수입이 늘어났다
마지막은 언제든지 사업을 매각할 기회를 생각하게 됐다. 나는 일은 평생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것은 맞다. 일은 평생 함으로 내 삶의 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돈을 평생 벌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돈은 일정한 수준을 갖게 되면 그때부터는 자산이 돈을 벌어다 줄 수 있다. 그것을 알게 되고 나니 사업은 언제든지 매각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러한 사업들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 삶의 일부들 중 특정한 것에 너무 많은 무게와 시간을 쏟으면 다른 것들이 무너진다. 그때에는 한 발자국 물러나서 현재 상황을 잘 살피고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