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8. 읽어 보고 싶었던 '과학' 책
응원과 바람을 담아 전하는 지식
008. 읽어 보고 싶었던 '과학' 책
영화는 세기 힘들만큼 많이 봤고, 그만큼 많은 캐릭터들과 이야기들을 보고 들었다. 그런데 아픈 기억을 겪은 후 다시금 나아가고 삶을 지탱하는 캐릭터들의 이야기에 과학이라는 단어를 붙여본 적은 없었다. 여덟 번째 책은 '과학'에 관련된 책이다. 지난 번에는 <미생물 전쟁>이라는 책의 제목부터 과학 냄새가 풀풀 나는 책을 읽었었다. 조금 의식해서 읽지 않으면 손이 안 가는 분야는 손도 안 대기 때문이다. 주변에 과학을 전공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그 변화를 누리면서 내가 그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관심 있는 분야와 인접한 과학을 찾다 보니 심리학까지 갔다. 심리학도 과학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대충 이런 답변을 인터넷에서 보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떤 분야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을 취득한 사람은 타인에게 해당 분야를 설명할 때 오히려 잘 못하곤 한다. 특히 내가 겪은 빼어난 과학자들은 자신이 이해하는 것을 더 쉬운 말로 풀어서 설명하는 데에 젬병이셨다. 아는 곤충학자 분은 내가 "쇠똥구리도 근육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했을 때, "어디부터 말을 해야 하지?"라고 자신 스스로에게 되물으셨었다. 이처럼 자신이 잘 아는 분야를 아예 모르는 사람에게 쉽게 설명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영화와 같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는 콘텐츠들은 그 때 좋은 예시가 된다. 이 영화에서 말이야. 하면서 우리가 한 시간 반 가량의 러닝타임 동안 이해하고 공명했던 삶을 가져오기 때문에 더 많은 부연설명이 필요가 없어진다. 마법같은 순간들이다.
심리학, 그 중에서도 트라우마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를 하면서 심각해지거나 무거워지기 않기가 힘든데 챕터마다 다루는 영화를 달리 하고, 영화들에 너무 깊게 들어간다기 보단 한 발자국 떨어져서 현상 그대로의 심리학을 이야기하는 책이라 가볍게 읽으면서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미 감상한 영화와 처음 보는 영화들이 함께였지만 어떤 영화인지 이 삶은 어떠한지를 개괄적으로 설명해 주더라.
누군가의 삶에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존재한다. 영화는 대개 그 사건으로부터 시작해서 한 개인이 어떻게 그 것들을 다루고 있는지를 보여주어 관객이 느끼는 답답함, 공감, 긴장감, 그리고 슬픔과 같은 감정들을 증폭시키면서 주제 의식을 던진다. 그 중에서도 이 책에 존재하는 많은 영화들은 트라우마로 인한 증상들에 괴로워하는 주인공들이 가해자가 아님을. 그들은 그 삶을 처절히 견뎌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단순히 심리학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기 나름의 방법으로 삶을 견디고 치유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응원과 안온함에 대한 바람이 책의 곳곳에 묻어 있다. 다정한 책이었다.
[100권의 의미]는 책을 100권을 읽으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그리고 그 책들이 개인의 삶에 어떤 의미를 형성하는지 알아보고자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2021~2023년에 걸쳐 100권을 읽은 후 같은 리스트로 두 번째 100권을 시작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