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ISYEON Aug 12. 2024

015. 시가 내 마음에 들어오면 - 이영문, 나태주

낭만을 처방합니다 - 서점이 추천한 책

낭만을 처방합니다.


015. 서점이 추천한 책.




미국 구글에다가 “가장 큰 서점 체인”이라고 검색하면 아마존이 나온다. 요즘에는 한국 책 표지에서 심심찮게 '아마존 베스트셀러'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아마존은 실제로 서점이라는 형태의 물리적 실체를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말이다. 서점이라고 하면 왠지 어린 시절 아파트 상가에 있었던 작은 서점이 떠오른다. 한참 해리 포터를 열렬히 읽고 있던 나는 신간이 나오면 몇천 원, 만 원단위를 모아서 한 권씩을 구매했다. 그러면 천 원 인가하는 쿠폰을 줬었는데, 그 쿠폰을 모아서 만화책을 사기도 했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전, 우리 동네에는 '동네 서점'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가 한 칸이 안 되는 서점도 있었다. 지금은 동네에 문제집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학원 상가 지하의 서점이 아닌 서점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알라딘 중고서점이 더 자주 보이고. 교보문고와 같은 큰 서점들도 번화가가 아니고서야 자취를 찾기가 쉽지 않다. 유행을 쫓아가는 유동 인구들이 구석구석을 탐방하는 동네들에는 독립 서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서점의 형태는 분명히 변화하고 있다.


얼마 전, 한국에는 도서전이 열렸다. 책을 읽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는 게 맞은 걸까 싶은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았다. 도서 관련 예산들은 삭감 소식밖에 들려오지 않고, 출판 시장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보여주기 식으로라도 책을 읽는 문화가 확산되는 것은 기쁘다. 사람들이 더 많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나누었으면 좋겠다. 유튜브 릴스가 아니라. 열다섯 번째 책은 '서점이 추천한 책'이다. 독립서점들이나 대형 서점들이나,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수많은 책들 중에 어떤 책들을 의도를 가지고 추천하고 있다. 앞세워 내세운 가판대를 둔다거나, 정성스럽게 선정하고 꾸민 것들을 덧붙여서 보여주는 거겠지. 모든 것들이 온라인과 연계가 되어버린 지금은 온라인 서점들이 힘을 주어 추천하는 책들은 대개 신간이다. 갓 나온 책, 갓 매스컴에 올라온 책. 연예인이 책 한 권을 쥐고 방송에 출연하는 것조차 고도의 바이럴 마케팅일 수도 있음을 의심해야 하는 이 시대에 "서점이 추천한 책"이라는 키워드를 둔 것은 신간을 읽어보자는 의도다. 누가 이 책을 찍어내는 데에다가 돈을 냈을지, 그리고 왜 이 출판사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생각해 보면서 6월에 영풍문고의 MD가 추천한 책, <시가 내 마음에 들어오면>을 읽었다. 





이 책은 정신과 전문의인 이영문 의사와 우리에겐 다양한 시로 이름이 알려져 있는 나태주 시인이 함께 저자로 올라와 있다. 시 한 편과 이영문 작가가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이 시대가 만들어 낸 사람들 마음속의 질환들이 부드럽게 연결되어 있어 시를 읽으면서 동시에 사람들의 마음의 건강도 유념해 보게 되는 시간들이었다. 



시인은 정말 낭만적으로 살 것 같고, 의사 선생님들은 이성주의적인 삶을 추구하면서 실리와 효용을 추구하며 살 것 같았다. 실제로 나태주 시인은 누구보다도 열렬히 사랑하면서 이 세상과 함께 낭만 있게 살아가고 계신 것 같다. 그 나태주 시인의 생애를 조금씩 전달해 주면서도 우리가 이성이라는 단어로 질식시켜버린 우리 안의 낭만을 이 의사 선생님이 처방해 주었다.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 손을 얹어주는 이 의사 선생님이 이런 따듯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 보어 주니까, 이 책은 지금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출판사의 낭만 처방이구나. 하며 닫았다. 



_


[100권의 의미]는 책을 100권을 읽으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그리고 그 책들이 개인의 삶에 어떤 의미를 형성하는지 알아보고자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2021~2023년에 걸쳐 100권을 읽은 후 같은 리스트로 두 번째 100권을 시작했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