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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스타 Mar 03. 2022

나는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3개월간의 프로젝트, 클래스 101을 마치며

내 이름을 걸고 세상에 내놓은 나의 첫 작품, 클래스 101 <클래식 여행>. 오랜 시간 이 분야에서 쉬지 않고 교류하고 일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것들만을 정성스럽게 담아 특별한 수업을 만들었다.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특별한 음악 수업이라고, 혼을 담아 만든 이 수업을 적극 추천할 수 있게 되어 말로 할 수 없는 성취감을 느낀다….!! 지난 3개월간 이 프로젝트를 하며 느꼈던 나의 고민과 생각들을 흩어지기 전에 기록해두려 한다.


1. 즐거움을 선물하는 일

1-1. 나의 일

지금까지 5년 간 40여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밤낮없이 일했다. 잠 자기 직전까지 일을 했다.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나는 첫 프로젝트는 청소년 친구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응원가를 만들어 공연을 여는 일이었고, 이후로 어르신들의 인생 이야기를 음악과 책으로 만들어 전시회를 여는가 하면, 아동청소년, 장애인과 그의 가족들, 지하철 기관사, 학교 밖 청소년, 군인, 직장인 등을 위한 예술 프로젝트를 꾸준히 해왔다. 이 작업들은 모두 나 혼자 한 것이 아닌, 나의 오랜 친구이자 동료들 그리고 다양한 예술가들과 협업하여 만들어낸 소중한 자산이다.

나의 포트폴리오


1-2. 5년 간 배운 것 : 협업

협업은 다양한 예술가들을 만나고, 그들의 작업 과정을 보고 배우고, 서로의 영감을 나누고, 프로젝트를 어떻게 기획하고 실행하는지, 서로의 것을 보고 피드백하고, 나만의 스타일은 무엇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쉬지 않고 새로운 사람들과 매번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어 일을 하다 보니 작년 2021년에는 번아웃이 와서 일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어찌나 컸던지.  


번아웃이 온 것에는 음악이 주는 외로움도 컸다. 그렇게 많은 예술가 선생님들을 만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음악'분야에서 내가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예술가 선생님들이 정말 많지 않았다. 늘 음악이 아닌 시각/무용/연극/문학 등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과 함께였고, 음악 분야는 없어서 통합예술교육을 연구하고 진행할 때에도 음악은 늘 어려운 것으로 여겨져 뒷전이었다. 이러한 협업을 통해 얻은 수확이라면 다른 분야에 대한 지식이 늘고 접목할 수 있는 풍부한 자원을 쌓을 수 있었지만, 내 분야에 대한 자신감은 떨어졌다. 실제로 음악 수업은 악기교육 말고 새로운 형태의 수업을 찾기가 정말 어렵다. 많이 비교되는 미술 수업만 해도 굉장히 다양하다. 눈에 보이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음악의 특성상 학부모님들도 음악 수업을 하고 나면 우리 아이가 무엇을 배웠는지, 알 수가 없어 선호하는 장르에 서지는 못한다.


이런 고민 속에 있던 나에게 클래스 101 키즈 수업 제안이 왔다. 이것은 누구와도 협업하는 것이 아니라 나 혼자 오롯이 처음부터 끝까지 감당해야 하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너무도 커서 아무래도 못할 것 같아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던 찰나에 남편이 이런 말을 했다. 한 번 해보는 게 어떠냐고, 넌 할 수 있다고! 5년간 일하며 내가 발견한 나의 장점은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고, 흡수를 잘한다는 것이었다(귀가 얇다).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었지만, 남편의 말을 듣고 일단 하겠다고 전했다. 2,000명 정도의 팔로워를 가진 나에게 이런 제안을 해준 최MD 님께 진심으로 감사했고,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시작한 이 결정은 무모했고 이후 3개월간 나는 무지하게 달려가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3개월 간 즐거움과 감사함 속에서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잘 해내고 싶었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었고, 마지막으로... 나의 이토록 작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믿고 수업을 신청해준 소중한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2. 클래스 101 키즈 시작 : 준비


2-1. 내가 만들고자 하는 수업의 방향 3가지 : 재미, 삶, 통합예술교육

구체적인 수업을 만들기 전에 내가 꼭 지켜야 할 수업의 방향을 생각해보았다. 앞으로 3개월 간 수업을 만들면서 이것만은 꼭 지킬 것!


첫 번째는 재미와 즐거움이다.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을 한 단어로 압축한다면 '재미'에 있다. 예술을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즐겁고 새롭고 행복하고, 예술을 통해 나의 삶이 조금 더 즐거워질 수 있다는 것. '재미'는 그 자체로도 굉장히 중요한 가치이다. 재미가 있어야 집중할 수 있고, 더 궁금해지고, 알아가고 싶고, 좋아지고, 계속 찾게 된다.

 

두 번째는 아이들의 시선에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할 것, 아이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을 것! 어떤 수업을 해야 할지 만들지 못했지만 우선 정한 것이 있다면, 음악가의 생애 전반을 다루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음악가의 생애는 검색하면 다 나오고, 이미 좋은 책도 사방에 널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수업을 만들어내려는 이유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아이들의 삶과 맞닿아 있는 음악가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즐겁게 공감할 수 있고, 음악이 나와 멀리 있지 않음을 느낄 수 있게 할 것!


마지막으로는, 통합예술교육일 것. 겉으로 보면 음악 수업이지만, 연극/미술/영상/사진 등의 장르가 연결되어 아이들에게 비대면 수업일지라도 다양한 경험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2-2. 잊지 말아야 할 마음가짐

시간은 촉박하고 마음은 불안하다 보니 조급해질 때마다 이 마음을 늘 기억하려 했다. "아이들에게 아주 좋은 것을 나눈다! 즐거운 마음을 늘 기억하자는 것"이었다. 나는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 아이들이 이 수업을 통해 클래식에 재미를 느끼고, 흘려보냈던 일상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일상에 예민함을 높여서 재미있는 일이 많아지게 하는 일을 싶었던 이 시작의 마음을 늘 기억하려고 했다. 재미를 주자!


음악 수업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보자! 오랫동안 일하면서 음악 수업을 찾기란 정말 힘들었다. 또한 클래식과 놀이를 접목한 수업은 보지 못했다. (클래스101키즈에 들어가면 수업의 장르별로 구분되어 있지만 음악은 따로 없어서 특별활동에 속해 있다T_T) 나도 참고할 것이 없으니 오히려 표절의 시비 없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나의 것을 만들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당연히... 항상 기대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기대감은 금세 사라져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하며 눈물을 훔친 적도 있었다!


얼리버드 페이지를 오픈하고 몇 달간 내 수업을 신청해준 분은 열 다섯 분이었다. 인플루언서분들은 2시간 만에 수량이 매진되고 품절되기도 하는데, 나는 아주 여유롭고 넉넉하게 몇 달간 열 다섯 분의 신청자로 지속되었다. 그런데 나는 이 순간이 되게 감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밥을 먹다가 너무 감사해서 목이 메었다. 작은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을 믿고 신청해주셨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했고, 이 분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으로 보답하기 위해 컴퓨터 책상에 "최선의 것으로 보답하자"라고 적어두고 자주 보며 일을 했다!

신청해주신 분들께 얼마나 감사하던지. 책상에 적어두고 두고두고 보았다.



2-3. 수요조사 페이지 만들기

수업 방향을 만들었으니 이제 수업을 구성해볼까? 싶었지만 내가 당장 해야 하는 일은 바로 수요조사 페이지를 만드는 것이었다. 제안이 오고 나는 바로 하겠다고 대답을 했고, 일주일 안에 수요조사 페이지를 만들 것. 하트 200개를 달성해야 수업을 오픈할 수 있다. (200개 채우기 정말 힘들었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친구들 가족들, 친구의 친구들까지 도와주었다! 고맙습니다!)


일단 아주 큰 틀의 커리큘럼만 세워두고 수업을 소개하는 페이지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수업을 이곳에서 또 반복해서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주 희박한 가능성이겠지만 혹시나 나의 수업을 들었던 아이가 신청하면 어쩌지? 하는 소심한 걱정부터 시작해서, 해보고 싶었던 아이디어들을 실현해서 만들어보자고 다짐했다.  

수요조사 페이지! 하트 200개를 달성해야 수업을 오픈할 수 있다!
수요조사 페이지! 이때와 실제 수업과 바뀐 내용도 있지만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만들었다.


2-3-1. 콘셉트 설정  

수업의 콘셉트를 정하는 일이 중요했다. 일단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여행"이었다. 아이들에게 수업 안에서 '선생님-학생'의 관계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이라는 틀 안에서 '가이드-여행가'의 관계로 만나고 싶었다. 이때 여행은 인물(음악가)을 중심으로 여행지를 돌며 음악을 만나보고, 소소한 여행 에피소드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대학 4학년 때 홀로 유럽여행을 떠난 적이 있는데 그때 만났던 가이드에 대한 기억이 너무 좋아서 잠시 눈이 멀어 여행 가이드가 되고 싶어서 여행사에 지원한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수업을 통해 여행 가이드라는 꿈도 이룰 수 있었네..!? ^^;)


2-3-2. 음악가 및 대표곡 브레인스토밍하기  

클래식 수업을 하겠다는 것도 이때 확정했다. 내가 소개하고 싶은 음악가들과 음악들, 이야기들을 떠오르는 대로 나열해보고, 그와 관련된 시중에 나온 음악책들을 샅샅이 살폈다. 역시 사람에게는, 특히 나에게는 마감 기한이 있어야 온 에너지를 발휘해서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닫는 순간. 음악가별로 10장 정보 분량의 이야기들을 써내려 갔다.

바흐에서 꼭 다뤄야 할 내용을 10페이지로 만들었고, 이것들을 줄이고 또 줄이며 대본을 만들어갔다.



2-3-3. 체계적 통합예술 활동 기획하기

다음으로는 음악가별로 연결할 수 있는 활동을 기획했다. 활동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음악은.... 활동을 만들기가 특히 어렵다. 내가 재료를 주고 방법을 알려준 뒤 아이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단계를 밟아 가야 한다. 음악은 그 자체로 과정 중심적이다. 이때 체계적인 단계를 거치면서 하나의 연주를 완성해가는 과정을 만들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다음 단계에 무엇이 최선인지를 결정해 나아갔다.


통합예술교육이라는 것이 단지 수업 안에서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불렀다고 해서 통합이 아니라는 것을 늘 상기했다. 진정한 통합예술교육이란 무엇인가를 계속 떠올렸다. 수업 안에서의 모든 과정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 좋겠다. 음악가가 그림을 보고 영감을 받아 음악을 만들고, 무용수가 책에서 영감을 받아 몸으로 표현하듯 수업의 모든 과정 또한 모든 예술이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수업이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음악가를 공부하다가 갑자기 결과물을 만드는 활동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동기부여와 활동의 의미를 넣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수업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고민했다. 


모든 활동은 음악가마다 타당한 이유를 갖고 그에 맞는 활동을 기획했다. 단지 음악을 듣고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이런 수업은 굉장히 많이 있다), 이 음악가는 이 활동을 넣는 것이 필연적으로 중요하고 삶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활동을 배치했다. 쉽게 가지 말고, 천천히 고민하고 철저하게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수업 가격이 만만치 않다. 그 값을 해야 한다!


대략적인 커리큘럼이 나왔다. 제목/주제/활동 순서/준비물/스토리 등을 기록해두었다. 타이트한 일정 속에서 불안해질 때마다 이만큼 했으니까 아직 시간이 많다고, 괜찮다고, 위로했다.





3. 구체적인 커리큘럼 만들기

3-1. 음악가 확정하기 

일단, 음악가를 시대순으로 만나보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사실 내가 다루고 싶은 음악가를 선택해서 시대 상관없이 갔다면 조금 더 쉬운 길이 었겠지만, 시대순으로 다가가는 것이 맞다는 판단이 들었다. 바로크 시대의 바흐, 고전주의 시대의 모차르트와 베토벤, 낭만시대의 쇼팽과 슈만, 인상주의 시대의 드뷔시까지! 총 6명을 선정했다. 그리고 아주 대략적으로 음악가들과 어울리는 활동을 큰 그림으로 생각만 해두었다.


3-2. 음악가별로 키워드 선정하기 

나는 음악가의 생애 전반을 다룰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 이미 이 부분을 다룬 책이든 영상은 많이 나와있는데, 그 콘텐츠들보다 훨씬 가격이 비싼 내 수업을 왜 들어야만 할까?를 고민했다. 나는 어떤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쉽지 않은 가격이다. 아이들 교육비가 만만치 않고 나도 가성비를 무척이나 따지고 소비에 있어서 신중한 사람이기에! 어디서든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닌, 나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수업으로 보답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도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음악가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수업을 듣고 난 후에는 어떤 책과 정보를 접하든 클래식을 친숙하게 느끼고 재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각 음악가 별로 내가 설정한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바흐는 성실함과 꾸준함을, 모차르트는 가족을, 베토벤은 일에 대한 열정을, 쇼팽은 나라에 대한 애정을, 슈만은 한 사람을 향한 사랑을, 드뷔시는 고정관념을 깨고자 했던 자유로움으로 정했다.


나의 페이지


3-3. 스토리텔링 만들기

이 수업의 콘셉트는 여행이다. 내가 여행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본다면 여행 중 먹었던 음식, 아름다운 풍경, 우연히 만나 나를 도와주었던 친절한 사람들, 위기의 순간들, 망쳤다고 생각했던 하루에도 뜻밖의 좋은 일들을 만났던 일들, 집 떠나니 그리워진 우리 집.. 이런 상황들을 아이들이 수업을 통해 경험하면서 음악가를 만나고, 음악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을 버무려 대본을 완성하기까지 두 달은 족히 걸린 것 같다. 대본 만드는 일에 세 달 중 두 달 넘게 걸렸으니,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했다. 모든 이야기가 한 번에 생각난 것도 아니고, 음악과 이야기를 연결하면서 만들으려니 쉽지 않았다. 마음이 급해서 일단 영상을 만들었다가 결국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백지부터 대본 쓰고 녹음하고 새로 만든 영상만 6개가 된다. 인내의 시간...





4. 영상 제작하기 

대본이 완벽하게 나오고 난 후에는 녹음을 했고, 그러고 나서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사실 영상 만드는 시간이 가장 '편안한' 시간이었다. 더 이상의 고민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 충분한 고민의 시간을 거쳐 대본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오히려 영상은 절대적인 시간을 투자하기만 하면 제작하는 일은 편했다. 물론 그 절대적인 시간이 상당하다. 일단 저작권 문제가 되지 않을 영상과 사진들 중에서도 여행하고 있는 장소와 일치하는 영상과 사진 소스들을 찾는 일을 해야 한다. 각 영상의 길이는 10-15분 정도인데 한 편 당 영상 제작에만 쏟는 시간은 잠자고 밥 먹은 시간만 제외하고 계속 만들었다. 영상을 만들기 위해 하루 평균 13시간씩은 투자했던 것 같다. 나는 프리랜서이고, 육아를 하고 있지 않고, 특히 1월에는 원래 아무 일을 하지 않고 쉬는 달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온전히 이 일에 모든 시간을 투자했다. H가 집안일을 거의 다 해줬다. 나보다 집안일을 아주 잘하던 맏며느리감, 고마워..!!

3개월 간 내 모습!!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으로 보답하자!, 아이들에게 아주 좋은 것을 나눈다고 생각하자! 즐거운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5. 영상 촬영하기 

내 모습을 촬영하는 분량도 필요했다. 이 수업에서는 내가 캐릭터로 등장하기도 하고, 나의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스튜디오를 물색하고, 촬영 작가님을 섭외했다. 부분 부분 필요했기 때문에 필요한 장면들을 상세히 적고, 싱크를 맞춰서 영상을 제작해야 하다 보니 어렵사리 제작했지만 특히 모차르트의 <춤추는 작은 별> 만드는 게 제일 고민이 많았고 어려웠다. 또, 실로폰 연주나 리듬 악기 연주를 할 때 지휘봉이 박자에 맞춰 움직이는데 그거 싱크 맞추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H와 열심히 스튜디오도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발견한 한 곳!!
촬영해야 하는 씬들 정리
다 뛰고 나서 부모님용 수업 소개 영상 찍느랴 머리 뽕이 다 가라 앉았다..라고 변명을 적어 본다 (ㅎㅎ)


6. 수업 준비물 제작하기

6-1. 여행에 필요한 기본 준비물들 

실제로 내가 여행을 갈 때 필요했던 기본적인 준비물들을 떠올려보았다. 여권, 비행기 티켓, 여행 수첩.. 요즘은 스마트폰이 있어서 지도가 필요 없지만, 그래도 지도가 주는 매력이 있기에 지도도 추가! 영상을 만들면서 준비물을 함께 제작하느라 스위치 온오프가 절실했다. (ㅎㅎ) 다행인 것은 내가 이렇게 무언가 꽁냥꽁냥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에는 크라프트지가 주는 느낌이 좋아서 모든 것을 몽땅 크라프트지로 하려고 했는데 막상 출력하고 보니 별로라 이것저것 색을 넣어보다 노란색과 초록색으로 정했다! 네이밍을 정하는 일에 가장 오래 걸렸던 것은 '여행 수첩'이다.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된 것들을 적을 수 있는 노트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네이밍이 좋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남편이 제안해준 아이디어! 마음에 확 들었다!

방산시장 투어도 가고! 원래는 크라프트지 느낌이 좋아서 크라프트지로 하려고 했는데 막상 만들고 나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노랑과 파랑도 만들었었는데 안 하길 잘했다. 하면서 나아진다.



6-2. 활동에 필요한 준비물들 

각 활동별로 준비물 리스트를 정리했다. 막상 포장해두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하나하나 리스트를 작성해서 구입하다 보니 만만치 않았다. 또한, '하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효율성은 고민거리가 아녔기에 강행한 재료들을 준비하는 데에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택배사 파업과도 맞물려 늦게 온 준비물들도 있었고, 인쇄소의 실수로 하루 전 날 프린트물이 도착하는 바람에 오려야 할 것들도 일정이 늦어졌다. 얼리버드로 구입해주신 분들에게 심혈을 기울여 보내드리고 싶었는데 가장 엉성하게 보내드려서 지금도 죄송한 마음이다. 원래 계획은 작은 쪽지라도 내 손으로 직접 써서 보내드릴 계획이었으나, 그럴 사이 없이 택배 보내드리느라 정신없어 아무것도 못해서 지금도 아쉽고 감사하고 죄송하고.. 그런 마음이다.

인쇄소도 찾고, 샘플도 받아 보고, 물감 짜고! 마지막 여행 박스도 마음에 들었지만 조잡하기도 하고 크기도 작아서 패스!
포장 하루면 다 할 줄 알고 생각했다가 큰 코, 아니 낮은 코 다쳤다!ㅋㅋ
준비물 구입하기


7. 3개월의 시간을 마치며

7-1. 불안할 때마다 떠올렸던 생각 

내가 이 프로젝트를 하며 불안할 때마다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것은, 1) 협업만 해온 내가 처음으로 혼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험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하고 싶었기 때문이고, 2) 이렇게 작은 나의 인스타그램 계정임에도 불구하고 믿고 이 수업을 신청해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해서 꼭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으로.. 다른 곳에서 경험할 수 없는 고퀄리티 수업으로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내가 수업을 오픈하기 전까지 몇 달 간 변동 없이 열다섯 분이 내 수업을 신청해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감사해서 이 분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드리면 나는 프로젝트의 모든 목적을 이룬 것이라 생각했다.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지난 3개월간 다시는 후회 없을 시간을 꽉 꽉 채워 보냈고, 5년간 내가 느끼고 배웠던 것들 중 최선의 것들을 아낌없이 넣었다. 내가 지금까지 일하면서 한 번도 자신 있게 나의 것을 소개해 본 적이 없었다, 정말로. 항상 나는 부족한 사람이고, 많이 배워야만 하는 존재라고 생각해왔다.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고 이 일을 함에 있어서 좋은 태도라 여기지만, 이 프로젝트는 5년 간 일했던 시간을 정리해보고 다시 새로운 5년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 주었다. 그렇기에... 미래의 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기록해두고 싶다.


7-2. 감사한 마음 

현시점 2022년 3월 3일, 많은 분들께서 수업을 들으며 피드백을 보내주고 계신다. 나의 업무 특성상, (재단이나 학교를 거쳐서 참여자들을 만나왔기에) 이렇게 직접적으로 참여해준 아이들의 사진을 보고 피드백을 받아본 기회가 거의 없었다. 늘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재단 담당자분들로부터 한 단계 거쳐서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피드백을 짤막 짤막하게 들어왔는데 직접적으로 아이들과 부모님들께 피드백을 받아보는 이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지 모른다.


내 계정이 작다 보니 신청해주신 분들께서 (아주 작은 구멍가게를 도와주시려는 마음이 이런 것일까? 감사한 마음 덕분에 크큭) 정성스럽게 여행기를 들려주시는 것을 보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사를 느낀다. 너무 소중해서 일일이 캡처해서 보관 중이다! 나에게 그런 마음을 품어주셨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기쁨이라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이 여행의 여정이 끝이 나도 이분들께 나중에 잊힐 때쯤 무언가를 다른 방식으로 보답해드리고 싶다.


7-3. 성숙해지고 성장하는 사람

앞으로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프리랜서로 지내다 보니 나의 일은 늘 불안정하다. 그래서 기회가 올 때마다 일단 하겠다고 대답하고 일을 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기회가 왔을 때, 상황이 될 때, 할 수 있을 때 하자! 는 게 내 일의 모토다..! 게다가 우리 집에 아기가 허락되어 아기가 온다면 돌보는 일에 곧 온전히 나를 바쳐야 하기에 기회가 언제까지 닿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을 맞이하면서, 올해에도 좋은 분들과 협업하는 기회를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 역시도 그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 좋은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단단히 준비를 해두어야겠다. 고립되지 않고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나 일하면서 배우고 또 배우며 성숙해지고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살면서 나 스스로를 마음에서 우러나와 칭찬해준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번 3개월 간 하루도 허투루 쓴 적이 없었던 나를, 수업 영상의 1분 1초도 허투루 쓰지 않았던 나를, 모든 장면과 대사와 음악에는 철저한 고민과 이유를 넣어 만든 나를 칭찬해줘야겠다. 또한 마감 기한에 맞춰 끝낼 수 있도록 믿어주고 도와주신 최MD님과 정PD님을 보면서 나도 누군가와 협업할 때 그런 모습이여야 겠다고 생각했다(왠지 허락없이 본명을 밝히면 실례일 것만 같다). 며칠 전, 일하면서 닮고 싶다고 생각했던 존경하는 선생님이 한 분 계시는데 조심스레 수업을 보여드렸더니, "이런 작품을 만든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가져요!"라고 말씀해주신 순간도 기록해둔다. 이제 이 기록을 하며 3개월간의 프로젝트를 정리하고, 다시 내가 해야 하는 일들에 집중해보려 한다. 3개월 간 부단히 노력했던 너, 수고 많았다! 내가 만들어가는 수업을 유일하게 봐주었던, 예술적 감각이 풍부한 최고의 동료가 되어준 남편에게 정말 고마웠다고, 여기에 이렇게 기록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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