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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야모 Nov 18. 2020

디테일, 디테일, 디테일!

뜨거운 물 한 잔 부탁해요


 카페에서 사랑하는 친구와 커피 한 잔 하던 날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기에 아이스 음료보다는 따뜻한 음료가 제격이다.


따뜻한 카페라떼를 한 모금씩 홀짝이며 천천히 음미하며 친구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며 적어내며 어느 오후를 채우고 있었다. 요즘 같은 초겨울 날씨에는, 구름이 하늘을 덮어서 언제 비나 눈이 올지 모를 정도로 날은 흐리지만 사랑하는 친구와 따뜻한 커피의 조합이면 하늘을 덮은 구름도 포근하다.


서로 그렇게 열띤 대화를 주고받는데, 어느새 라떼 안에 든 우유가 목에 걸린다.


텁텁해.


할 얘기가 이렇게나 많이 남았는데. 부드러웠던 우유가 목구멍 안을 돌아다니며 서서히 치즈가 되는 것 같다.
 
따뜻한 물로 목에 걸린 우유 쪼가리들을 녹여서 씻어 내리고 싶어, 조심스럽게 카페 아르바이트생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부탁했다.

텁텁한 라떼 한잔


뜨거우니 조심하라면서,


a 아르바이트생은 종이컵  개를 포개어 뜨거운 물을 담아주었다.
b 아르바이트생은 종이컵  개에 뜨거운 물을 담은 대신 얼음을   넣어주었다.


같은 주문에 다른 결과물을 보고, 그러나 그 안에 담긴 같은 의도를 알아채고 나와 친구는 참 새삼스럽게 신기해하며 감탄했다.


‘이런 게 디테일의 차이인 건가?’  


따뜻한 물 한 잔 주세요.라는 같은 주문에 a 아르바이트생은 종이컵 두 개로 물을 담은 컵을 두껍게 만들어주었고

b 아르바이트생은 얼음 한 조각으로 컵에 담긴 물을 미지근하게 해 주었다.


이 두 가지 방식의 배려를 건네받은 손님 입장에서 나는 종이컵 두 개를 포개어 준 케이스 a가 더 좋았다. 종이컵 두 개에 든 물이 금방 식지도 않을뿐더러 따뜻한 컵을 감싸 쥐고 있으면서 손을 녹일 수 있으니까. 금방 물이 스며들이 컵이 흐물흐물 해지는 것도 막을 수 있고. 딱딱한 컵에 든 음료를 더 맛있게 느낀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 않겠어.



그렇다면 카페 사장은 어떤 케이스를 더 선호할까. 카페를 운영해본 경험은 없지만, 매출과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카페 사장은 케이스 b를 더 칭찬할 것 같다. 종이컵 한 개 보다는 얼음 한 조각의 단가가 더 싸니까!  a 아르바이트생의 센스와 배려도 칭찬할 만 하지만, 이왕이면 같은 효용이면 적은 비용을 지불하는 게 이득인걸.



이러한 디테일의 차이가 즐겁다.

오스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미친 디테일에 대중들이 환호하며 ‘봉테일’이란 별명을 붙여준 것을 생각한다. 봉준호 감독은 카메라 앵글 하나에도 영화적인 의미를 담으며 영화팬들이 그의 작품에 빠져들어 디테일의 디테일까지 찾아내고 발견하고 분석하는 즐거움을 주지 않나.


디테일이 디테일로서 즐거운 것은 그것을 알아차리는 사람이 있어서다. 본질적이며 당연해서 누구나 알아차릴만한 것들은 재미가 없다. 그걸 누가 몰라. 새삼스럽게.


더 자세히, 여러 번 보아야만 알아차릴 수 있는 그 세밀함이, 꼼꼼함이, 미묘한 차이점이 통상적인 아름다움에서 치밀하게 매력적인 포인트가 되어 나를 찌르는 거다.



기분 좋은 아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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