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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야모 Oct 05. 2019

콘센트 없는 카페

낯선 곳을 여행하는 중이다. 

지나가는 가게 이름을 훑으며, 무엇을 파는 곳일까 상상하면서




 한 손에는 노트북을, 어깨에 맨 핸드밴에는 충전기와 지갑, 핸드폰이 들어있다. 무작정 집에 있으면 하루가 의미없이 흘러가는 듯해, 늘 정해져 있는 외출 물건들을 챙겨 집을 나서곤 한다. 사실 양말을 신고 썬크림까지 발랐으면, 그 날은 외출을 하는데 성공한 것. 외출을 하는 데 성공이란 말까지 붙이냐 싶냐만은, 침대에서 나서는 데에도 무수한 생각을 해야 하는 사람에게 집 현관문을 나서는건 뭐 대단한일 일수도 있지 않겠는가. 

늦은 아침, 햇살이 지면을 거진 다 데워갈 때 쯤, 한적한 거리가 보이는 괜찮은 카페에서 글을 쓰고 싶었다. 



 내 노트북은 배터리 닳는 속도가 굉장하다. 무슨..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중고로 산 노트북이긴 하지만, 문서 작업만 해도 2시간 하면 다 방전되어버리는게 어쩔땐 사람 마음을 다급하게 만든다. 그저 노트북일 뿐인데, 2시간 일하고 나면 이젠 쉬겠다고 검정 화면 뒤로 숨어버리는 대담함이 부럽다. 


뭘 하고있든 말든, 아랑곳 하지 않는게.


새로들어간 카페 안_ 무엇이 젤 먼저 궁금한가요? 



 현재 머물고 있는 집에서 두 블록 떨어져 있는 곳에서 coffee를 머금은 가게를 들어가본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사실, 새로 들어간 카페의 천장을 굳이 궁금해 해본 적은 없다. 카페 천장에 어떤 예쁜 조명이 달려있든, 혹여나 천장에 엄청난 명화가 그려져 있다해도 무릎 아래에 설치된 콘센트 보단 덜할 것이다. 



 찾고자 하는것을 발견한 후에야, 고개를 위로 든다. 



  혼자 방문한 카페에서 콘센트는 마음의 안정이다. 2시간만에 꺼지는 중고 노트북 하나에 지고싶지 않아, 충전기를 꽂아두어야 안심이 되는 마음은 콘센트 구멍만큼이나 단순하고 좁을 뿐이다. 노트북을 충전기에 연결하고, 주문한 따뜻한 아메리카노로 남은 마음을 마저 충전한다.



 이따금 씩 당하는 콘센트 없는 카페는 당황스럽다. 이미 들어간 커피 주문 만큼 다시 나가거나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일을 몇 번 겪고 난 후에, 외출 시 책 한 권 챙기는게 습관이 되었다. 노트북을 방전될 때까지 쓰고, 급한 일은 클라우드에 저장해 핸드폰으로 처리를 하고나서야 드디어 스크린 밖 세상을 본다. 아, 물론 누군가 함께한다면 다른 얘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혼자가 디폴트(기본값)니까, 가끔 누군가와 있을때에도 어차피 원래 하던 습관이 먼저 튀어나오게 마련이다. 



 강제 종료된 노트북과 핸드폰은 뜻밖의 자유를 준다. 



 주위를 환기시키고, 괜히 이번주, 이번달 계획을 다시 세우게 하고, 남은 올 해 동안 무엇을 하는게 좋을지, 생각은 꼬리를 문다. 그러다 주의는 내 안으로 옮겨간다. 나는 왜 여기에 있나, 뭘 위해서 여기로 왔나, 어떤 일을 하는것이 보람될까. 결국 그 끝은 물음표로 수렴해 가는, 어쩌면 가장 낯선 곳에서 가장 낯선 존재는 나 자신이었음을 깨닫는다. 


 내 의식과 통제력으로 살고 있다 믿지만, 실상은 어떠한 다른 본성에 의해 여기까지 오게되었음을. 지금까지 얼마나 무수한 경우의 수가 곱해져 현재 이 상황에 도달했나 그 확률을 생각해 보면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조금 마음이 편해진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어떻게든 되긴 되겠구나, 싶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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