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실험 3단계
많고 많은 하고 싶은 일들 중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천천히 다 하되 무엇을 먼저 할지를 생각해 보라는 말이 있다. Birth와 Death사이 Choice를 사는 사람들에게 꼭 하나만 선택할 필요는 없다며 (어차피 내 일이 아니니) 마음 부담을 덜어주자고 하는 말인데, 정말로 많은 옵션 가운데 방황하던 나에게 해결책 까진 아니어도 커다란 심리적 안정감을 안겨준 말이긴 하다. 일의 순서 정하기, 계획 세우기에 나름 재미를 붙일 때 즈음 무엇부터, 혹은 무엇에만 집중할지도 모르겠으니 동시에 다 해버리자!(미친 생각이었다.)를 실천한 게 가장 최근까지의 일이다.
학부 끄트머리(12월)는 회사에 기말고사(막 학기 18학점)에 졸업논문을, 대학원 첫 단(3월)은 회사에 대학원에 학회를, 그 중간인 1, 2월엔 회사에 독서모임을 병행했다. 이 기간 동안 가장 꾸준하고 중요한 호흡으로 이어진게 회사여서, 여기에 다른걸 더했다.
1단계 - 무엇을(한 가지 일 선택)에서 2단계 - 무엇부터(순서 나열)로 생각을 전환하면 길이 보인다 - 는 말은 흔한데, 3단계 - 모든 걸 다 해라(동시 진행) - 는 말이 없는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사실 3단계는 말도 안 되고 불가능한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실제로 리얼 3단계까지 해본건 아니니 나에게 적용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했다. 아주 착실한 연구자의 자세로 - 실험하고 결과 확인해서 가설이 맞는지 알 수 있다고 믿은 나는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인생 실험을 진행하다 결국 토혈을 하고 응급실에 실려가서야 실험을 마칠 수 있었다.
여러 일 동시 진행은 고민할 필요 없이 horizontaly 전부 start 버튼만 누르면 되니 마음은 편하다.
마음만 편하다. 이것도 저것도 start, start, start 누르는 현재의 '나'는 미래의 내가 어떻게 x 되든 내 알바 아닌 거야. 일단 지금 뭐부터 눌러야 할지 모르겠어서 다 눌렀어. 그다음은 네가 알아서 해 ^^ 마인드.
건강 바운더리 안에서 정신적 존재로서만 거의 존재하다 그 바운더리 넘는 순간 잊고 있던 육체적 '나'가 브레이크를 딱 걸면, 동시에 돌아가던 러닝머신 세 대에 emergency 신호가 들어오며 세 대 모두 갑작스럽게, 위험하게 멈춘다. 각종 영양제(&홍삼), 항우울제로 어떻게든 돌아가던 생화학 기계가 멈춘다. 모니터로만 보이는 게 다인 소프트웨어적 존재는 이를 구동하게 하는 동시에 많은 것을 제한하기도 하는 하드웨어가 있어야 한다.
실험의 배경-목적-과정-결과는 대강 이렇다. 수많은 훌륭한 사람들이 2단계(일의 순서 나열)를 살라고 하는 건 이유 있는 현명한 조언이었다. 확실히 1보단 2가 마음 안정과 편안한 선택에 도움이 되는 건 이미 이전 인생 실험에서 입증된 바 있다. 2에서 3도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했을 실험이라고 생각하면 좋은 경험이었구나 싶다.
그러나.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고 지나간 기억은 미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