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야모 Mar 31. 2021

울면서 달리는 사람

인생 실험 3단계

많고 많은 하고 싶은 일들 중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천천히 다 하되 무엇을 먼저 할지를 생각해 보라는 말이 있다. Birth와 Death사이 Choice를 사는 사람들에게 꼭 하나만 선택할 필요는 없다며 (어차피 내 일이 아니니) 마음 부담을 덜어주자고 하는 말인데, 정말로 많은 옵션 가운데 방황하던 나에게 해결책 까진 아니어도 커다란 심리적 안정감을 안겨준 말이긴 하다. 일의 순서 정하기, 계획 세우기에 나름 재미를 붙일 때 즈음 무엇부터, 혹은 무엇에만 집중할지도 모르겠으니 동시에 다 해버리자!(미친 생각이었다.)를 실천한 게 가장 최근까지의 일이다.


학부 끄트머리(12) 회사에 기말고사( 학기 18학점) 졸업논문을, 대학원  (3) 회사에 대학원에 학회를,  중간인 1, 2월엔 회사에 독서모임을 병행했다. 이 기간 동안 가장 꾸준하고 중요한 호흡으로 이어진게 회사여서, 여기에 다른걸 더했다.


1단계 - 무엇을(한 가지 일 선택)에서 2단계 - 무엇부터(순서 나열)로 생각을 전환하면 길이 보인다 - 는 말은 흔한데, 3단계 - 모든 걸 다 해라(동시 진행) - 는 말이 없는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사실 3단계는 말도 안 되고 불가능한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실제로 리얼 3단계까지 해본건 아니니 나에게 적용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했다. 아주 착실한 연구자의 자세로 - 실험하고 결과 확인해서 가설이 맞는지 알 수 있다고 믿은 나는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인생 실험을 진행하다 결국 토혈을 하고 응급실에 실려가서야 실험을 마칠 수 있었다.  


 여러 일 동시 진행은 고민할 필요 없이 horizontaly 전부 start 버튼만 누르면 되니 마음은 편하다.

마음만 편하다. 이것도 저것도 start, start, start 누르는 현재의 '나'는 미래의 내가 어떻게 x 되든 내 알바 아닌 거야. 일단 지금 뭐부터 눌러야 할지 모르겠어서 다 눌렀어. 그다음은 네가 알아서 해 ^^ 마인드.


건강 바운더리 안에서 정신적 존재로서만 거의 존재하다 그 바운더리 넘는 순간 잊고 있던 육체적 '나'가 브레이크를 딱 걸면, 동시에 돌아가던 러닝머신 세 대에 emergency 신호가 들어오며 세 대 모두 갑작스럽게, 위험하게 멈춘다. 각종 영양제(&홍삼), 항우울제로 어떻게든 돌아가던 생화학 기계가 멈춘다. 모니터로만 보이는 게 다인 소프트웨어적 존재는 이를 구동하게 하는 동시에 많은 것을 제한하기도 하는 하드웨어가 있어야 한다.


실험의 배경-목적-과정-결과는 대강 이렇다. 수많은 훌륭한 사람들이 2단계(일의 순서 나열)를 살라고 하는 건 이유 있는 현명한 조언이었다. 확실히 1보단 2가 마음 안정과 편안한 선택에 도움이 되는 건 이미 이전 인생 실험에서 입증된 바 있다. 2에서 3도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했을 실험이라고 생각하면 좋은 경험이었구나 싶다.


그러나.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고 지나간 기억은 미화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연말에 혼자 출근한 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