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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슬플 예정 64

여행, 죽음, 이별에 관하여

여행!


생각해보니 나는 여행을 본능적으로 바라고 좋아했나 보다.

대학교 1학년 여름 방학 때엔 동아리 친구들과 버스 타고 도시 여행을 했다.

부산 마산 광주 해남!

그게 나의 첫 여행이었다.


 그 맛을 못 잊어 2학년 여름 방학 때는 한 달 일해서 번 돈으로 친구들 셋과 함께 제주도까지 자전거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22일 걸렸나?

힘들기도 힘들었지만 가장 많이 기억에 남는 여행이기도 하다.


 3학년 때에는 정선에 가서 버스 타이어에 넣는 튜브 네 개로 뗏목을 만들어 탄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무모함?

마침 그때가 래프팅이 유행하기 시작한 시절이라, 우리 옆을 유유히 지나던 래프팅팀들이 엄지 척을 해주었는데, 그들 입가의 미소는 '대단함'의 표시였겠지?


 대학 4학년 때에는 자전거를 버스에 싣고 강릉으로 가서 동해안 도로를 따라 경주까지!

 

그리고 첫 직장인 신한은행을 그만두고 바로 떠난  유럽 배낭여행!

생전  처음 밟아본 유럽 땅!

낯선 곳에서 철저하게 혼자였던 그때!

신기함, 낯섦, 뿌듯함, 외로움,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 직장을 그만뒀으니 이제 뭘 해야 하지? 하는 막막함 등과 함께했던 내 인생 베스트 시간!

 

그 외의 크고 작은 여행들!

낯설어야, 일상을 벗어나야 여행이라 생각했던 것에 파문이 일게 된 사건 하나가 오늘 있었다.


친하게 지내던 지인의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백신 2차 접종 후에 갑자기!

혈전이 시작되더니 건강하시던 분이 3일 만에...

백신과의 연관성은 질병본부나 제약사가 결정할 일이어서 잠시 접어두더라도, 그 느닷없는 이별을 어찌 감당할지...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오는... 바로 좀 전까지만 해도 "아들 목소리 들으니 좋다"라고 얘기하시던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한다.

지인도 너무 허탈해서인지 말을 헛헛하게 하는 중!


연인과의 이별도 가슴이 미어지고, 죽을 것 같은 날들이 몇 날은 혹은 몇 달은 지속되어야 겨우 받아들일 준비가 되는데, 그렇게 이별을 준비해야 겨우 가능한데.., 가족과의 이별 특히 엄마와의 이별은 몇 달로 가능할까? 몇 년으로 가능할까?

관계를 맺은 햇수만큼 이별의 햇수가 필요하다던데...


올 초에는 친구의 와이프가 2년여의 투병생활 끝에 삶을 마감한 적이 있었는데, 이별 아픔의 경중을 따질 수는 없겠으나 마음의 준비를 한 이별과,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의 이별!

어느 것이 더 아프고, 괴롭고, 황망할까?

갑자기 알게 된 준비되지 않은 이별!

아마 그것이 더 괴롭고, 더 부러지고, 더 찢기고, 더 쪼개어지는 것은 아닐는지...


준비 유무와 상관없이, 

삶이 곧 끝나간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제일 듣고 싶어 하는 말이 무엇일까?

어떤 말이 삶이라는 여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자의 마음을 위로해줄까?

그래도 외롭지 않았다고, 그래도 잘 살다 간다고, 먼저 가 있을 테니 다시 만나자고 웃으며 손 흔들게 만드는 말은...

아마도,,,,,,,

"사랑해?"

결국 삶도 여행 아니겠는가?

꼭 일상을 떠나 낯선 것을 보고, 낯선 음식을 먹고,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낯선 체험을 해야 여행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것은 아니리라.

차라리 매일의 그리움을 움켜쥐고, 닥쳐오는 시련과 맞서 싸우고, 희망을 휘두르는 묵묵함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이 아닐까?

그래서 '돌아가셨다'라는 표현을 쓰는 게 아닐는지...

여행을 왔다가 돌아가는!

이건 여행이고, 저건 여행이 아니고..

이런 말이 아니다.

이것도 여행이고, 저것도 여행이라는 말이다.

그 안에서 우리의 자세를 점검하자는 말이다.

돌아가기 전에 마음껏 위하고, 충분히 사랑하고, 후회 없이 내어주자는 말이다.

삶의 목적, 의미가 결국 '사랑'이 아닌가 말이다.

누군가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더 뭘 바라겠는가?


나도 곧 2차 백신을 맞아야 하는데, 괜스레 겁이 난다.

뭔 일이야 일어날까 싶지만,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에 일단 전화나 돌려봐야겠다.

오랫동안 연락이 안 된 친구들부터,

도움 주시는 지인들,

심지어 연락하기 거시기한 사람들에게까지도!


전화해서는

그냥 갑자기 생각이 났다고, 목소리가 돋고 싶었다고 해야겠다. 그리웠다는 말은 부끄러우니 잘 지냈냐 무심히 툭 던져야겠다. 그러면 대충 알겠지. 내가 고마워한다는 것을! 또 누구에게 전회해야 하지?


엄마!

여전히 사랑한다는 말은 쑥스럽지만, 목소리 듣고 싶었다는 말, 늘 고맙다는 말 꼭 해드려야겠다.

갑자기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 의미를 찾아 헤매는 새벽이다.

날이 밝아오는 것이 인생 같다.

더 좋은 것을 찾아 헤매지 말고, 사랑하며 사는 것에 빛을 비추라는 경건한 가르침 같다!


오래간만에 죽음을, 이별을 떠올리게 된 요즈음이라, 브런치 올리는 것을 소홀히 했다. 

인생 허망한데, 뭔 브런치냐? 싶었나 보다.

그래서인지,

브런치 팀에서 연락이 왔다. 좀 꾸준히 올리라고... 전엔 안 그러더니 왜 그러냐고!

브런치 녀석! 나를 지켜보고 있구나?

섬뜩하지만 고맙다. 

자주는 아니어도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여행 #백신 #죽음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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