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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팀장 Feb 03. 2023

자사주 내놓으라는 삼성전자 노조

노조 리스크 현실화되나?


 안녕하세요.

 오늘의 경제 기사를 읽어 드리는 김팀장입니다.

 오늘도 재미있는(?) 경제 기사와 함께 즐겁게 공부해 보아요^^



● 오늘의 기사


"자사주 53주 지급하라, 1억 원 무이자 지원하라"

https://www.mk.co.kr/news/business/10628858


◈ 오늘의 기사 요약

 오늘은 재미있기보다는 혈압 오르는 뉴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삼성전자 노조가 올해 임금·단체협약 요구사항의 주요 내용으로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자사주 지급을 내걸었습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예산 등의 이유로 들어주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노사 간 의견 차이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노사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노조는 커리어 레벨(CL) 별 임금 상한제인 샐러리캡을 폐지할 것과 임금피크제, 그리고 하위 고과자 임금 삭감제 폐지도 요구했습니다.

 

 임금뿐 아니라 복지 제도에서도 다양한 요구가 이어졌는데요. 

 주거 환경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1억 원을 20년 무이자로 지원해 줄 것과 직원이 결혼할 경우 3000만 원을 무이자로 지원하고, 3년간 원리금을 균등 상환하는 내용도 요구안에 담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비혼 선언을 한 직원에게는 결혼제와 동일한 수준의 혜택 제공도 요구했다고 하네요.

 아, 휴가비 200만 원 무상 지원까지 아주 알뜰하게 챙겼습니다;;;




● 기사 파보기


◈ 귀족 노조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원래 이 카테고리는 최대한 감정을 배제한 채 팩트와 인사이트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이 기사를 읽고 하도 어이가 없어서 다른 중요한 기사들을 제쳐두고 다루기로 했습니다.

 노조, 즉 노동조합은 근로자들이 회사의 불합리한 대우에 대처하고 적법한 이익을 누리기 위해 결성한 단체로, 우리나라는 헌법 제33조에서 근로자들의 노조 설립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근로자라면 누구나 노조를 설립하고 가입할 수 있는 것이죠.

 아주 작은 규모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근로자뿐 아니라 누구나 선망하는 대기업에서 일하는 고소득자에게도 똑같이 부여되는 권리이기 때문에 대기업 노조라는 이유로 비난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아직 남아있는 과거의 이미지 때문에 노조라고 하면 저소득 노동자를 떠올리기가 쉽죠.  


 하지만 제아무리 고소득자라도 거대 기업에 개인이 맞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노동조합의 의미는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자동차나 조선업계 노조에 대해 연봉도 많이 받으면서 허구한 날 파업만 한다며 '귀족노조'란 명칭을 붙이며 비난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지는 그들의 행동을 비난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활동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 그저 터무니없는 자사주 지급 요구

 우리가 보기에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그 누구라도 자신이 느끼는 부족함과 불편함을 있을 것입니다.

 그건 현대자동차나 포스코와 같은 대기업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으로 근무하는 근로자들에게도 마찬가지겠죠.

 그러므로 우리가 보기에는 지나쳐 보이는 요구라도 그들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자신들의 근로 조건이나 처우에 관한 것이라면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사항 중에는 지나치다 싶은 것들이 몇 가지 있지만 앞서 언급한 근로 조건이나 처우에 관한 부분이라는 측면에서 이해를 시도해 볼 수는 있습니다.

 비혼 선언 직원도 결혼하는 직원과 동일한 수준의 지원을 해달라는 요구는 내부의 형평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위 고과자의 임금 삭감제를 폐지하라는 요구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지닌 능력과는 별개로 임금이 깎이는 것은 누구나 피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이죠.

 이건 어쩌면 내부적으로 균형을 이루려 하고, 어떻게든 손실을 회피하려는 인간의 본성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욕은 할지언정 그럴 수는 있겠다 싶죠.

 보편적 기준에서는 의문을 품을만한 사항이지만 그들 내부의 기준에서는 요구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사주 53주를 지급하라는 것은 이해를 시도해 볼 가치조차 없는 터무니없는 요구입니다.

 현재 삼성전자 주가를 기준으로 하면 1인당 약 360만 원 정도를 지급하라는 것인데요.

 지급 대상은 삼성전자 전 구성원이 아닌, 노조원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삼성전자 노조원이 약 5000명 수준이니 약 180억 정도의 금액입니다.

 물론 큰 액수이긴 하지만 삼성전자의 규모를 생각할 때는 미미할 수도 있는 수준이죠.

 그런데 왜? 무슨 근거로? 라는 질문을 해보면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요구인지 와닿습니다.


 보통 임금 인상을 요구할 때는 물가 상승률이나 전년도 임금 인상률과 같은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객관적인 지표를 내세우며 요구를 하죠.

 그런데 이 자사주 지급에 관해서는 어떤 객관적인 지표도 없이 그저 53주를 달라는 요구뿐입니다.

 정해진 연봉 외에 자사주를 지급하는 경우는 회사 전체 또는 개인의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할 필요가 있을 때입니다.

 최근 발표된 삼성전자의 지난 4분기 실적이 과연 인센티브를 지급할 정도의 수준이었는지 묻고 싶네요.

https://www.mk.co.kr/news/business/10624035



 실질적인 급여 인상의 효과를 원한다면 그저 임금 협상에 반영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아무 기준도 없고 시기상으로도 부적절한 요구를 하고 있는 걸까요?


 자사주 지급 요구는 전체 인원 중 소수에 지나지 않는 노조의 세력을 확대하기 위한 비노조원 유인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2022년 6월 기준 삼성전자의 직원 수는 약 12만 명이고, 그중 노조원의 수는 약 5000명으로 노조 가입률은 4%에 불과한 실정이죠.

 전체 인원의 4%가 과연 대표성이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미미한 수준인 것입니다.

 그래서 기사에서도 이 자사주 지급 요구를 노조원의 수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이라고 지적한 것이죠.


 과연 1년 연봉으로 평균 1억 이상의 금액을 받고 있는 비노조원들에게 약 360만 원 규모의 자사주 지급이 얼마나 큰 당근이 될지도 미지수지만, 그 의도가 너무나도 눈에 보이는 터무니없는 요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기사 써먹기


◈ 노조 리스크 현실화될까?

 현재 삼성전자 노사의 협상 분위기는 상당히 안 좋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5차 협상이 진행되었는데 마지막 5차 협상 때는 서로 언성을 높이며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는 이야기가 삼성전자 노동조합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출처 : 삼성전자 노동조합 홈페이지 (교섭/투쟁활동 게시판)


 교착 상태에 빠진 협상에서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노조가 꺼내든 카드는 삼성전자 계열사 노조의 연대 투쟁입니다.

 노조 연대에는 삼성전자, 삼성 디스플레이, 삼성 SDI, 삼성전자 서비스, 삼성전자 판매 등 5개 삼성 전자 계열사의 노조 9곳이 참여하고 있는데요.


 이 중에는 강성중의 강성으로 유명한 금속노조의 삼성전자 서비스 지회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강성 노조의 지회가 포함된 것도 그렇지만 삼성전자 노조의 협상 방식 자체가 강성 노조가 즐겨 사용하는 연대 투쟁을 통한 사측 압박이라는 측면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노조 리스크인데요.

 삼성은 오랫동안 무노조 경영을 해오다 지난 2019년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설립되었습니다.

 노조 설립을 강압적으로 막으며 부사장이 징역형을 받는 등의 문제를 겪다가 결국 노조를 인정하게 된 것인데요.

 국내 1위 기업으로서 노조 설립을 막아왔다는 어두운 과거를 뒤로하고 건전한 노사 문화를 정착시킬 것이라는 기대와 동시에 노조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실제로 수면 위로 떠오르지는 않았습니다.

 작년 임금 협상에서 삼성전자 노조는 정년 65세 연장과 임금 10%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직전까지 갔다가 비판적인 여론에 밀려 물러섰습니다.

 그 과정에서 당시 이재용 부회장 자택 앞에서 농성을 벌이는 등 강성 노조의 모습을 보였죠.

이재용 회장 자택 앞 농성


 그러한 모습에 특히 삼성전자 주주들 사이에서의 여론이 크게 악화되었고 노조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습니다.

 당시는 미국에서 본격적인 긴축이 시작되면서 전 세계가 흔들리고 있던 시점이었고, TSMC와의 격차가 벌어지는 등 삼성전자의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었기 때문에 강성한 노조 활동이 큰 리스크로 떠오르게 된 것이죠. 

 그리고 4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한 지금 시점에 또다시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고 있는 강성 노조는 리스크를 더욱 증폭시키게 될 것입니다. 


 회사 실적은 상관없다는 듯 안하무인 격의 요구안을 내놓고, 자사주 매입 절차 따위는 무시하며 자사주가 자기들이 아무 때나 빼먹을 수 있는 곶감인 양 내놓으라는 노조이기 때문에 설립된 지 3년 차인 지금까지도 가입률이 4%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설립 당시 삼성전자 노조가 밝힌 목표는 단기적으로 1만 명 가입,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전 임직원을 노조원으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현재까지 단기 목표의 절반밖에 채우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자신들의 활동 노선이 회사 내 비노조원들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치열한 고민이 뒤따르지 않는 한, 삼성전자 노조는 현재까지와 같은 지리멸렬한 모습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입니다.

 부디 상식적인 노조 활동을 기대해 봅니다.




 오늘은 임금·단체 협약에 나선 삼성전자 노조의 자사주 지급 요구 기사를 공부해 봤습니다.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노조는 분명히 필요한 조직입니다.

 하지만 그 노조의 활동은 상식적인 선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구시대적인 성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강성 투쟁 일변도의 모습으로는 내부적인 지지나 외부의 호의적인 여론을 기대할 수는 없겠죠.

 애초에 설립된 의미를 잃어버리고 다만 리스크로 인식되는 곳이라면 존재 가치가 없는 조직일 것입니다.

 오늘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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