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살까요, 말까요?
전셋집으로 시작한 신혼부부가 보통 첫 내 집마련을 하는 시기는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나거나 아이가 태어날 때이다. 내 집마련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예산에 맞는 집을 찾아 나서지만 ‘살고 싶은 집’과 ‘살 수 있는 집’의 괴리를 강하게 느끼게 되면서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예산에 맞는 집은 마음에 안 드는데 한 번 더 전세로 살면서 돈을 모으자.”
“예산에 맞는 집을 일단 사자. 돈을 모으는 속도보다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빠르잖아. ”
이때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10년 뒤 자산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 첫 내 집마련은 가용할 수 있는 예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모든 걸 만족하는 집을 찾기가 어렵다. 그래도 단점을 상쇄할 만한 확실한 장점이 있다면 매수하는 것을 추천한다. 신혼부부는 신생아 대출이나 신혼부부 대출 같은 정책 대출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대출을 적극 활용해 보자. 내 집 한 채로 부자가 될 수는 없지만 내 집이 없으면 가난해질지도 모른다.
2016년,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집주인에게 연락이 왔다.
“혹시 이 집 매매할 생각 있으세요?”
집을 매매하고픈 생각은 있었지만 복도식 21평은 곧 태어날 아이와 함께 살기에는 너무 좁았다. 그래서 이왕 집을 사는 거 대출을 조금 더 받아서 더 넓은 평수의 집을 매수하기로 했다. 신혼집 전세금과 2년 동안 모은 저축, 그리고 대출을 합쳐 만든 금액이 4억이었다. 여전히 레버지리를 활용할 줄 모르는 금융문맹이었기에 1억 넘는 대출이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웠지만 곧 태어날 아이의 존재가 강력한 의지로 대출을 일으키게 했다.
집도 인연이 있다는데 보자마자 첫눈에 마음에 드는 집이 있었다. 구축이었지만 최근에 인테리어를 한 집이라 새 집 같았고, 아이 둘을 키우는 4인 가족이 사는 집을 보며 아이를 키우는 삶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다. 복도식 21평 방 2개 화장실 1개인 집에서 전세로 살던 신혼부부에게 계단식 34평 방 3개 화장실 2개인 집으로의 이동은 퀀텀점프였다. 덕분에 갓 태어난 아이와 함께 마음 편히 지내며 실거주 안정성을 누릴 수 있었다.
‘내 집이 있다는 건 참 좋은 거구나. 집 사길 참 잘했다.’
2016년에 내 집 마련을 하지 않고 전세로 계속 살았다면 이후 맞이한 상승장에서 얻을 수 있는 시세차익은 집주인의 몫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계속 올라가는 집값을 보며 상승장 꼭대기에서 아무 집이나 패닉바잉으로 매수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까지 전세로 살면서 저축으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비싼 집값을 탓하며 사회를 원망했을지도 모른다.
실수요자의 내 집마련은 심플하다. 내가 갖고 있는 예산으로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단지를 고르면 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나에게 익숙하고 편한 것 이외에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 만한 단지인지를 고려하는 게 나중에 매도 계획에도 유리하다.
종잣돈과 대출을 포함한 예산 계획 세우기
부부의 출퇴근을 고려한 지역 선정하기
아이가 있다면 학교와 학원이 가까운지 확인하기
예산 안에서 가장 좋은 집 고르기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 만한 단지인지, 즉 팔고 싶을 때 팔 수 있는 단지인지 환금성 고려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