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혜 Apr 21. 2022

'나의 아저씨'의 멋진 사나이들

'폭풍처럼 다가오는 그 사나이

바위처럼 믿음직한 그 사나이

거짓 없는 너털웃음 매력 있어

폭풍처럼 다가오는 그 사나이'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첫째 '상훈'과 둘째 '기훈'이 계단청소를 할 때마다 흘러나오는 음악이다.


'나의 아저씨'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생 드라마로 손꼽히는 명작이다.

나 또한 너무 재미있어서 정주행을 5번넘게 했을 정도다.

진정한 어른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동훈(이선 균분)과 암흑 같은 현실의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동훈이 내민 손을 잡고 세상의 빛을 향해 힘겨운 걸음을 내딛는 지안(아이 유분)을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지고, 삶의 위로를 받게 해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한 드라마 속에 여러 가지 주제들을 담고 있는데 그중에 직업적인 편견들에 대한 주제 또한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 감동적이게 그려내어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

주인공들의 이야기만큼이나 나의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첫째와 둘째가 운영하는 '형제 청소방' 이야기였다.



'형제 청소방'의 형제 중 형인 상훈은 중년의 위기를 직격타로 맞았다.

이십 년 이상 다닌 회사에서 잘리고, 장사 두 번 말아먹어 신용불량자 되고, 여기저기 몸 성한 곳도 없는 데다, 매일 이혼 서류에 도장 찍으라고 악악대는 아내까지. 인생 초고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상훈은 어떻게든 돈을 벌어 빚을 갚겠다고 말은 하지만 정작 신용불량자인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한때 천재 영화감독이란 소리를 들으며 승승장구하던 동생 기훈은 영화를 크게 한번 말아먹고 수십 년째 재기만을 노리며 연봉 오백을 받으며 조감독 자리라도 지키고 있었으나, 이제 지칠 때로 지쳐서 영화판을 접고 막막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상훈과 기훈이 함께 살고 있는 노모는 늘 '고학력빙신들!'이라고 소리치며 꼴 도보기 싫다고 집에서 제발 나가라 하시면서도 아들들을 안쓰러워하며 늘 삼시세끼 따뜻한 밥을 해 먹인다.


이렇게 특별한 기술도 없어 하루하루 그냥 시간만 죽이고 있던 두 형제에게 친구가 운영하던 청소업체를 인수하지 않겠냐는 제안이 들어온다.

그 친구 또한 대기업에 다니가 청소방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아내가 청소는 죽어도 못하겠다 했단다.


그렇게 형제는 청소를 시작하게 된다.

청소라는 직업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한때'는 잘 나갔던 그들의 직업이 '청소하는 사람'으로 바뀌면서 주변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들과 마주하게 되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을 그려냈다.


이혼을 앞둔 상훈의 처가 주저앉아 엉엉 울며 청소하는 남편의 모습을 안쓰러워하면서도 얼마 전 결혼시킨 사위에게는 청소한다고 말하지 말아 달라고 시어머니에게 부탁하는 장면.

기훈이 작은 형 동훈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왜 동생이 청소한다고 말을 못 하냐며 부끄럽냐며 소리치는 장면.

기훈의 여자 친구가 늘 청소 말고 다른 거 하라고 얘기하는 장면.

무슨 일 하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청소한다고 얘기했을 때 멈칫하며 죄송하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들.

청소하다가 옷에 먼지를 떨어뜨렸다는 이유로 무릎 꿇고 사과하라는 진상고객 앞에서 무릎 꿇고 15분 동안 훈계를 듣는 아들의 모습을 본 엄마가 눈물을 훔치는 장면.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을 보며 내가 겪었던 일들과 너무 비슷한 부분들이 많아 공감도 많이 받으며 함께 울고, 웃었다



인생이 낭떠러지 끝까지 밀려났다 생각했을 때, 그들이 선택한 건 '청소'였다.

나 스스로는 청소란 직업이 정말 할 게 없어서 선택하는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아마도 드라마의 설정이 가장 현실적인 모습일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주변인들의 우려와 격려와 안쓰러운 시선들을 안고 청소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안정적인 수입이 들어오면서 큰형 상훈은 다시 재결합을 하기로 했고, 기훈은 청소일을 하며 다시 작품을 쓰기 시작한다.


누군가에겐 제2의 인생 직업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에겐 새로운 직업을 준비해나가는 과정에서의 밑거름이 되어주는 직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시간 대비 수입이 괜찮기 때문에 직장을 다니면서, 저녁이나 주말을 이용해서 청소로 투잡을 하시는 분들도 많으시다.


무엇이 되었던 '청소'를 통해 인생을 다시 재건해 나가는 두 형제들의 모습이 참 반갑게 느껴졌던 작품이다.






작가의 이전글 왜 이렇게 한 번에 되는 일이 없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