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혜 Apr 22. 2022

청소도 자격증이 필요하다고요?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구인공고가 올라왔다.

연봉 3500~4000만 원 정도의 미화원을 뽑는 모집 공고였다.

우대란을 보니 '청소 자격증'소지자에게 높은 가산점을 주고 있었다.


최근 들어 공기업이나 대기업, 종합병원 등에서 미화원을 뽑을 때 이 청소 자격증이 필수가 되고 있는 추세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대부분은 '청소에도 자격증이 필요한가?'라거나 '청소 자격증이란 것이 있나?'라고 생소해하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 '청소 자격증'을 발급해주는 기관은 5군데 정도다.

그중에 한 곳이 우리 학원이다.

이름만 들어도 생소한 이 청소 자격증은  국비 지원규모의 학원 등에서 일정 교육을 받은 후에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청소 자격증은 국가자격증이 없기 때문에 발급되는 자격증은 모두 민간자격증이고 우리 학원에서는 한국 직업능력개발원에서 발행된다.



내가 오너라면 청소원을 구할 때 어떤 부분을 보고 뽑을까?

예전에는 우대할 수 있는 부분이 경력밖에 없었을 듯하다.

하지만 청소일을 하려고 마음먹은 분들은 다른 일을 하시다가 퇴직을 하시거나 뒤늦게 나이 제한이 없는 일을 찾으시면서 청소 쪽으로 눈을 돌리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청소 일쪽으로 일을 구할 때 경력이 있는 경우도 참 드물다.

청소는 근무현장(입주청소, 계단, 공장, 사무실, 병원, 마트, 백화점...)에 따라 기술과 방법도 다양하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천천히 배워나가면 된다지만, 그래도 모든 일이 그렇듯 적지 않은 임금을 주고 '아무나' 뽑을 수는 없기 때문에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을 뽑기 위해서 요구되는 부분이 참 애매하다.

청소원을 뽑기 위한 지표가 될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학원에 자격증을 따기 위해 수업을 들으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오기 시작했다.

어차피 자격증 시대라 이런저런 자격증을 따두면 좋을 거라는 생각에 문의를 하는 줄 알았는데, 얼마 전 있었던 한국수자원공사 미화원 채용에 친구랑 같이 지원했다고 말하며, 친구는 울산이 거주지이고, 자기는 경주 쪽이라 지역주민 우대 가산점을 받을 수 있어서, 당연히 붙을 줄 알았는데 결과는 자기만 떨어졌다는 것이다.

모든 조건이 똑같은 상황이었고 오히려 자신은 지역주민 가산점을 받은 상황이었는데 단지 그 친구와 달랐던 점은 그 친구가 우리 학원을 수료하고 청소 1급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한국수자원공사 채용은 수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번에는 무조건 합격하리라는 굳은 포부를 가지고 학원 등록을 했다고 한다.

이제는 한국수자원공사 미화원 채용공고란에  '청소 자격증 1급 소지자' 가산점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말고도 큰 빌딩에서 미화일을 하시다 재계약을 앞 둔상 황에서 청소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 위주로 재계약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듣고 급하게 학원 등록을 하러 오시는 분들도 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종합병원이나, 공기업, 대기업 등에서 자격증 소지자들을 우대하는 추세다 보니 그런 소식이 들릴 때마다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아마도 그들이 원하는 준비되어있는 성실한 사람을 뽑기 위한 지표가 '청소 자격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땅히 할 게 없어서, 청소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거니까라고 생각하고 지원하는 사람과 청소일을 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고 교육받고 자격증 취득까지 마친 준비된 인력 중 누구를 뽑겠는가!



현장에서 창업을 하시는 분들도 마찬가지다.

우리 학원에서 같이 수료를 하시고 두 분 혹은 세분이서 의기투합해서 창업을 하시는 경우들도 있고, 한분이 창업을 하셔서 다른 분들이 함께 직원으로 일을 하시는 경우들도 많다.

영업을 함에 있어서도 전 직원이 청소 1급 자격증 소지자임을 어필하면 일용직을 많이 쓰는 청소업계에서 굉장한 어필이 될 수 있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가끔 창업을 하신 수료생들이나 현장에서 알고 지냈던 사장님들과 만날 때면, 점점 더 자격증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된다. 청소를 의뢰하시는 고객님들이 먼저 민감하게 자격증 소지자인지를 물어보시기도 한다고 하니 말이다.


또한 내가 현장에서 오래 일하면서 업체들마다 늘 전문 청소원의 공급이 부족함을 알고 있었다.

알고 지내던 사장님들로부터 청소원 좀 구해달라고 부탁이 와서 학원 수료생들을 소개해주면, 우리 학원출신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며, 이제 아무나 데리고 교육시켜서 하는 건 못하겠다고 말한다.

그만큼 학원을 수료하고 자격증을 따고 청소일에 관심과 열정도 있고, 기본기는 다 배우고, 책임감까지 갖추어진 전문 청소인력이 되어있기 때문에 가능한 평가라 생각한다.


이런 변화들이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갑게 느껴진다.


늘 내가 바라왔던 변화.

청소는.

아무나 하거나, 할 게 없어서 하거나, 누가 해도 다 시켜주는 직업이 아닌,

전문적으로 교육받고, 준비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전문 직업으로의 시선의 변화.

조금씩 시작되고 있는 이 변화가 점점 더 확대되기를 고대하고, 청소업에 종사하시는 분들 모두가 이런 변화를 체감하고 스스로 자신의 직업을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여길수 있는 날이 오길 진심으로 바라 본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아저씨'의 멋진 사나이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