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끼묘 May 31. 2020

나는, 내가 이쁜 걸 인정하기로 했다.

칭찬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연습


 누군가의 칭찬에 "아니에요, 제가 뭘.."이라 대답하는 난, 칭찬받는 걸 몹시나 부끄러워하는 성격이다. 칭찬을 받아들이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아주 뻔뻔해지는 연습.






 "얼굴이 어쩜 그렇게 하얘?"

 "화장품 호수를 잘못 골라서 유독 하얗게 보이나 봐요."


 "와이드 팬츠가 잘 어울린다!"

 "허벅지가 두꺼워 이것도 스키니처럼 보여 고민이에요."


 "요즘 운동해? 몸에 근육이 잡힌 거 같아! "

 "살쪄서 그럴 거예요. 요즘 살이 뭉텅뭉텅 잡혀요."


 칭찬하는 사람도 무안하게 만들어버릴 나의 대답이다. 나는 화장품 호수를 제대로 선택했으며, 와이드 팬츠도 일부러 넉넉하게 고른 거라 여유가 있었다. 그리고 꾸준히 운동을 해서 체중관리도 한 상태였다. 그런데 왜 대답은 칭찬을 인정하지 못하는 걸까?



 결론은 부끄러워서다. 칭찬과 동시에 나한테 집중되는 그 시선을 느끼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아무 말 대잔치가 시작된다. 그리고 이내 시선을 돌리기 위해 시답지 않은 말로 대화 주제를 바꿔버린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나에게 칭찬은 '변명 제조기'였다.





 칭찬을 부끄러워하는 성격은 연애를 하면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내 눈에는 너무나 멋있어 보이는 남자친구. 반면의 나는 그 당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여러 후유증으로 자존감까지 떨어진 상황이었다.


 이렇다 보니 나의 변명 제조기는 더 나아가 '안 중독'이 되어버렸고, 급기야 칭찬을 지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왜 이렇게 이뻐?"

 "아니야~ 안 이뻐."


 "오늘 옷 잘 어울린다. 너무 이뻐!"

 "(왜 옷 이야기를 하지? 안 어울리나?) 아니야~잘 안 어울리는 거 같은데? 갈아입을까?"


 속으로 '그러지 말아야지!' 해도 왜 저런 대답들만 나가는지, 말 해놓고 항상 후회했다. 그리고 결국 사건은 터져버렸다.


 "내가 거짓말쟁이야? 왜 내 말을 다 못 믿어?"

 "...."

 "이쁘다고 했지? 이쁘다면 이쁜 거야. 왜 아니래?"

 "...."

 "나 거짓말 안 해."

 ".....응"


  혼이 나버렸다. 그것도 '왜 이쁜 걸 인정하지 못하냐'라는 이유로 말이다. '이게 굳이 혼이 날 일인가?' 싶다가도 내심 기분은 좋아졌다. 뒤이어 '칭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도 해봤는데, 결론은 아래와 같았다.


 칭찬이란 타인이 나에게 '친근감과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칭찬을 하는 과정에서 나는 어떠한 강요와 부탁도 하지 않은 상태이며, 그건 오롯이 타인의 의견일 뿐이다. 그런데 그걸 굳이 없는 이야기까지 지어내면서 거부하는 건 '타인의 의견을 배려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싶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문득, 칭찬을 한 후에 '내 답변을 들었던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라며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내 칭찬을 받았을 때 보다 더 부끄러웠다. 날 좋게 봐주는 분들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답하면 될걸, 무슨 핑계가 그렇게도 많았는지. 창피하다.






 그날 이후, '칭찬 받아들이기' 연습을 시작했다.


 그동안의 대답에는 "아니에요"가 먼저 나왔다면, 앞으로는 "네"부터 말하기로 했다. 그리고 뒤에 무슨 말을 하던지, 우선은 "감사합니다"로 짧게 대답하자 다짐했다.


 그렇게 정해진 나의 답은 "네, 감사합니다."이다.



 연습의 결과는 생각보다 많은 걸 변화시켰다. "네, 감사합니다."로 답을 하기 시작했더니, 오히려 짧은 대답에 뒷말을 생각해내도 되지 않아서 부끄러움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뒤이어 나오는 칭찬의 설명을 들으며, 자존감도 높아지게 된 것이다.


 물론 연습에는 난관도 있었다. 습관처럼 배여 있던 말을 한 번에 바꾸는 건 생각처럼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머리로는 "네" 라 말하지만, 입은 벌써 아무 말 대잔치를 열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리고 머리와 입이 따로 놀다 보니, 대답은 이전보다 더 엉망진창으로 나가곤 했다.


 칭찬을 인정하는 게 이렇게 어렵다니.. 내가 한심해 보인 적도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쁜 걸 인정하라며, 화를 내던 남자친구가 떠올랐다.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아니어도 맞는 척, 계속해서 뻔뻔하게 연습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결국 난, 내가 이쁜 걸 인정하기로 했다.






 또 이러한 변화는 연애에서도 여지없이 티가 났다.


 "요즘 왜 이렇게 이뻐?"

 "태어날 때부터 이뻤는데?"


 "이쁘면 다야???"

 "응!! 그러니까 잘해!!"

 ".......응"


 이렇게 말이다 :-)


 

 

 

 

 

 


 


 

 

 

 


 

매거진의 이전글 제 앞으로 끼어드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