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와 냉동 난자의 공통점?...와, 정말 비싸다!
이번 편은 돈 이야기다. 다른 말로, 직장인 허리 휘는 이야기다.
난자 냉동을 결심하고 C병원을 다시 찾았다. 첫날부터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자궁 초음파만 했을 뿐인데 19만 원이 나왔다. 그래, 난자 동결이 아니어도 자궁 초음파는 매년 하는 거니까!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피검사, 심전도 검사, 엑스레이 등 여러 검사를 하는 데는 52만 원. 병원에서 추천한 영양제 값 10여만 원이 들었다. 80만 원을 하루에 쓰고 나니, 아찔했다. 커피 값 4천 원을 아끼기 위해 집에서 커피를 내려간다거나, 주유비를 아끼기 위해 리터당 20원 더 싼 주유소를 찾아갔던 노력들이 물거품처럼 느껴졌다.
"오실 때마다 초음파를 하셔야 해요."
간호사는 앞으로 병원에 방문할 때마다 난자가 자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 자궁 초음파를 해야 한다고 설명해 주었다. 병원에 오면 어플로 도착 확인을 한 뒤, 바로 초음파실로 오라고 했다. 초음파를 한 다음에야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처음 든 생각은 역시 돈이었다. '그럼 올 때마다 검사비가 나간다는 얘기야?' 그러나 이내 초음파 검사비에도 무뎌졌다. 갈수록 더 센 게 기다렸기 때문이다.
의사의 설명에 따라 생리 시작 이틀 후 병원에 갔다. 이 시기가 난포가 제일 잘 보이는 시기라고 했다. 그러나 역시 난 '난저'였다. 블로그에서 보던 올망졸망한 난포의 무리는 볼 수 없었고, 듬성듬성 둥그런 모양의 난포가 보였다. 의사는 3개 정도 뽑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 '500만 원에 난자 세 개?' 적어도 너무 적다. 다음 달로 넘길까 잠시 고민했지만, 다음 달에는 더 적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뽑자. 의사에게 이번 달에 뽑겠다고 말하자 주사실로 날 안내했다.
주사실에 들어가기 전 난자를 키우기 위한 주사에 대한 비용을 결제해야 했다. 진료비, 초음파비, 주사비용까지 결제하니 70만 원이 나갔다. 3개월 할부를 해달라고 했다. 주사실로 들어가니 간호사가 주사 4종을 꺼내왔다. 가니레버, 고날에프, IVF 등이었다. 같은 주사 처방은 그 뒤로도 2번 더 받았다. 다행히 뒤로 갈수록 처음보다 용량이 줄어 주사 비용은 줄어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절정의 단계가 남았다. 바로 난자 채취였다. 난자 채취를 하기 전, 간호사와 상담을 했다. 난자 10개당 보관 금액이 달라진다고 했다. 보관 기간은 1년 단위로 할 수도, 5년 단위로 할 수도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내가 동결하는 건 배아가 아니라 난자이기 때문에, 5년이 지난 이후에도 원하면 보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했다. (배아 동결은 난자와 정자를 수정시킨 후 얼리는 거라서, 5년까지가 최장 보관기간이다.)
아무래도 결혼이 늦어질 것 같아 5년 보관을 선택했다. 웃프지만 어차피 나는 '난저'이기 때문에 10개 이상 보관할 확률은 거의 없었다. 이 비용만큼은 난자 채취가 모두 끝난 뒤 결제했다. 250만 원(!). 우와! 정말 의사 말대로, 한 사이클에 딱 500만 원이 들었다. 이젠 내가 결제하는 이 금액들이 현실의 돈 같지 않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리고, 한 번의 채취가 끝난 지금 나는 카드값 결제일을 기다리고 있다. 다음 달 1일, 내가 결제해야 하는 금액은 300만 원. 그다음 달에도, 다음다음 달에도 할부 값이 남아있다. 에르메스는커녕, 샤넬 가방조차 없는 내가 이토록 카드 결제일을 두려워했던 적이 있었던가? 나는 또다시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왕관을 쓰려는 자, 무게를 견디라고 했던가. "난자를 얼리려는 자, 카드 값을 견뎌라!"
<난자 동결 1사이클 비용 총액>
첫 방문: 초음파+진료비 (191,670원)
두 번째: 피검사(524,645원), 영양제 (41,000원) *원래는 첫 방문 때 피검사를 한다.
세 번째: 초음파+주사+진찰 (735,460원)
네 번째: 초음파+주사+진찰 (442,130원), 영양제 (137,000원)
다섯 번째: 초음파+주사+진찰 (307,500원), 약 처방 (5,100원)
여섯 번째: 난자 채취 및 동결 보관 (2,516,010원)
총액: 4,900,515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