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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Nov 19. 2019

한국 밖에서 학생으로 살아남기

Prologue




원래 이 글은 호주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후 1년 뒤, 2016년을 3일 남겨두고 썼던 글이다. 그리고 2016년 2월을 마지막으로 업데이트되지 않았다. 그 사이에 나는 학부를 졸업하고, 또다시 학생 신분으로 런던에서 석사를 마쳤다. 그 모든 것을 끝내고 2019년 9월 현재, 캐나다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을 하고 있다. 띄엄띄엄 해외생활을 했기 때문에, 외국에 많이 살아본 것 같지만 겨우 2년 반 넘게 살았을 뿐이다. "학생으로 살아남기"라는 거창한 제목을 달았는데, 일을 하며 외국에 살아보니 "학생으로 살아남는 것은 참 쉽네!"라는 생각이 든다. 나를 보호해주고, 힘들면 상담할 곳도 있고, 학생 신분이기에 얻는 혜택도 있고, 무엇보다도 친구를 만나기 쉬운 환경이 있다. 나는 더 이상 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이 글을 다시 시작하는 데에는 부담이 있었다. 학생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생각과 고민이 퇴색될 수 있고, 그보단 생생한 느낌이 더 이상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다시 기억을 더듬어 써 내려가 본다. 한국 밖에서 돈 한 푼 벌지 못하는 학생으로 살아남기 위해 절약정신 투철했던 나의 삶을 재미나게, 때로는 진지하게 말이다.


어린아이가 꿈꾸던 한국 밖의 세상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위치한 내 첫 번째 파견 상대교. Queen's University, Belfast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내 두 번째 파견 상대교. Australian Catholic University (St.Patrick's Campus)


나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한국 밖의 세상에서 살아보는 것을 꿈꿔왔다. 이젠 흐릿해진 시절 속의 내가 처음으로 내 명의의 통장을 만들게 된 계기가 부모님의 권유도 아니요, 혹은 부모님의 돈 관리로부터 벗어나기도 아닌, "나중에 유학 갈 때 쓸 돈을 모으기 위해서" 였을 정도로 말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생의 발상치고는 꽤나 세상 때를 탄 것 같은 느낌이 든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것이 세상의 때이든 어린아이의 순수한 꿈이었든 나는 꾸준히 돈을 모아 왔고, 드디어 기나긴 인고의 세월이 지나서 교환학생으로 파견되는 날 통장의 돈을 털었을 때, 나는 비어 가는 통장의 잔고를 보며 씁쓸하기보다는 시원한 마음에 기뻤다.



생애 첫 한국 밖의 땅, 미국

내가 밟은 첫 이국 땅, 미국


17년 평생을 외국 한 번도 나가 본 적이 없는 내가 이 지구라는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밟은 한국 밖의 땅은 미국이었다. 운 좋게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되어, 그리고 운 좋게도 나름 저렴한 비용으로 다녀올 수 있었던 미국. 그리고 싱가포르, 일본. 하지만 모두 누군가의 가이드 하에 돌아다닐 수 있었던 그곳들은 기억력 감퇴 문제가 심각해진 나에게는 이미 아쉽게도 흐릿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밖으로 향하다

히드로 공항. 벨파스트로 가는 길목에서.


그리고 내가 그렇게도 꿈꿔왔던 한국 밖의 세상은, 영국이었다. 누군가가 왜 영국이냐고 이유를 물으면, 그 사람이 나의 면접관이라면 이런저런 이유를 갖다 대겠지만, 사실 이유는 없다. 그냥 영국이 좋았고, 영국에 가고 싶었고, 영국에서 공부해보고 싶었다. 영국에 대한 사랑이 넘쳐서, 금적적으로 다소 무리였던 첫 자유여행을 런던과 에든버러로 한 번 다녀왔고 그리고 마침내, 영국 교환학생으로 파견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영국 본토가 아닌 북아일랜드였기에 나의 로망이 백 프로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 이랬던 2014년의 나는, 마침내 2017년에 영국 본토에서 학생으로 살게 되면서 결국 로망을 이뤘다. 물론 교환학생이 아닌 유학생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로망은 무너지고 환멸을 느끼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다시 떠나고 싶던 나였는데, 캐나다에 온 지금은 영국이 그립다. 왜 그리울까. ::



앞으로 이곳에서는 한국 밖에서 학생으로 살아남기라는 주제 하에, 학생의 신분으로 아끼고 아껴서 살아가는 생활 팁을 포함, 나에게는 소중했지만 누군가에게는 소소할 수 있는 일상 이야기, 그리고 가난한 여행자의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물론 나의 성격상 주제가 넘나들 수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별 것도 없는 팁을 공유하는 입장에서 존댓말을 써야 할지, 지금처럼 글을 써야 할지 고민했지만, 나의 생각을 제한 없이 풀어내기에는 이 스타일이 낫다고 판단되어 쓰고 있는데, 글을 읽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혹여나 기분이 나쁘지는 않을까 걱정이 든다. 그저 사진 찍기 좋아하고, 사색하고 글로 풀어내기 좋아하는 한 학생의 일기장을 살짝 엿본다는 느낌으로 읽어주신다면 좋겠다. (이젠 더 이상 학생이 아니긴 하지만!)



세일 기간에 득한 10파운드짜리 코트를 입고, 3파운드도 안 했을 스니커즈를 신고,
 가까운 편의점은 비싸다며 매일같이 30분을 걸어 TESCO로 장을 보러 다녔던 학생이 전하는 이야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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