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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옹 Feb 05. 2024

감수해야 할 귀찮음

면생리대


 나에게 생리는 그저 귀찮은   하나다. 매월 돌아오는 생리 날짜마다 기분이 메롱이. 기간에 맞게  하면 불안해서, 하면 귀찮아서 기분이 안 좋. 외출할 때마다 생리대를 챙겨야 하고 부족하진 않나  신경을 써야 했다. 학창 시절에는 남학생들에게  보이게 생리대를 옷소매, 치마 주머니에 감춰서 화장실에 가곤 했다.


 20대 때 살면서  한번 생리통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적이 있었다. 밖에서 일정을 소화하던 중이었는데 배가 너무 아파서 아무것도  수가 없었다. 나는 배를 움켜잡고 허리를 숙였다. 일행들에게 양해를 구한  택시를 잡고 얼른 집으로 왔다. 택시 뒷좌석에 누워서 골골대면서 집에   옷도  갈아입고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이 생기고   한나패드에서 패키지로 생리대를 구입했다. 잠잘  쓰는 오버나이트부터 일상적으로 쓰는 팬티라이너, 세탁비누, 세탁 세제, 세탁  그리고 제일 중요한 생리대 파우치까지. 패키지로 사니 크게 신경   없어서 편했다. 생리대의 부드러운 면의 감촉과 알록달록한 무늬들이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는 똑딱이 부분이 거슬려서  적응이  됐다. 배기는 느낌이라 앉아 있기가 불편했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금방 익숙해졌. 몇 번 쓰다 보니 전혀 신경 쓰이지가 않았다. 오히려 생리통이 사라져서  좋았다. 채식 위주로 먹고 있는 데다가  생리대까지 쓰니 생리통 생길 염려가 없다.


 매번 생리대 손빨래하는  귀찮긴 하다. 그래도  시간에 좋아하는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하니 그나마 괜찮다.  운동은 덤이다. 나의 귀찮음이 지구를   이로운 방향으로 움직이게 한다고 생각하니 힘이 난다. 이건 내가 감수해야  귀찮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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