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생리대
나에게 생리는 그저 귀찮은 일 중 하나다. 매월 돌아오는 생리 날짜마다 기분이 메롱이다. 기간에 맞게 안 하면 불안해서, 하면 귀찮아서 기분이 안 좋다. 외출할 때마다 생리대를 챙겨야 하고 부족하진 않나 늘 신경을 써야 했다. 학창 시절에는 남학생들에게 안 보이게 생리대를 옷소매, 치마 주머니에 감춰서 화장실에 가곤 했다.
20대 때 살면서 딱 한번 생리통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적이 있었다. 밖에서 일정을 소화하던 중이었는데 배가 너무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배를 움켜잡고 허리를 숙였다. 일행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 택시를 잡고 얼른 집으로 왔다. 택시 뒷좌석에 누워서 골골대면서 집에 온 후 옷도 못 갈아입고 잠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이 생기고 난 후 한나패드에서 패키지로 생리대를 구입했다. 잠잘 때 쓰는 오버나이트부터 일상적으로 쓰는 팬티라이너, 세탁비누, 세탁 세제, 세탁 통 그리고 제일 중요한 생리대 파우치까지. 패키지로 사니 크게 신경 쓸 게 없어서 편했다. 생리대의 부드러운 면의 감촉과 알록달록한 무늬들이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는 똑딱이 부분이 거슬려서 영 적응이 안 됐다. 배기는 느낌이라 앉아 있기가 불편했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금방 익숙해졌다. 몇 번 쓰다 보니 전혀 신경 쓰이지가 않았다. 오히려 생리통이 사라져서 참 좋았다. 채식 위주로 먹고 있는 데다가 면 생리대까지 쓰니 생리통 생길 염려가 없다.
매번 생리대 손빨래하는 게 귀찮긴 하다. 그래도 그 시간에 좋아하는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하니 그나마 괜찮다. 팔 운동은 덤이다. 나의 귀찮음이 지구를 좀 더 이로운 방향으로 움직이게 한다고 생각하니 힘이 난다. 이건 내가 감수해야 할 귀찮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