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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옹 Mar 02. 2024

노트와 펜은 나의 알바 필수품

일단 적고 보자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마다 꼭 챙기는 것이 있다. 바로 노트와 펜. 20대 초반, 처음 알바를 시작할 때는 사장님이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금방 까먹고 다시 물어보는 일이 태반이었다. 했던 얘기 또 하는 사장님도 기분이 안 좋고, 다시 물어보는 나도 기억력이 안 좋은 내 모습에 자존감이 떨어진다. 서로에게 안 좋은 일이다.


 몇 번의 알바 경험 끝에  출근 때 노트와 펜을 챙기는 습관을 들였다. 아르바이트하면서 기억해야  것들이 있으면 적고 필요할 때마다 다시 본다. 기억해야   많은 알바를   정말 유용했다. 홀서빙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일이 다 처음 하는 것들이었다. 공장 아르바이트할 때, PC방 아르바이트할 때 등 일이 생소할 때는 메모가 필수다.


 이번에도 첫 출근 때 노트를 가져갈까 고민했다. 중국집 아르바이트하면서 적을 거리가 있을까? 새 노트를 챙겼다가 일한다고 바빠 이쁘게 적지 못할까 봐 새 포스트잇을 챙겼다. 포스트잇에는 아무래도 부담 없이 막 적을 수 있다. 대부분의 알바가 그렇듯 역시 중국집 알바도 외워야 할 것들이 있다. 마치 인터뷰하는 기자가 된 것처럼 사장님이 말하는 것을 열심히 메모했다. 집에 와서는 깔끔한 새 노트에 옮겨 적었다.


 중국집 알바를 며칠 다녀보니 적으면서 다시 봐야 하는 일들은 거의 없었다. 몸으로 익히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엄청 바쁜 시간에 노트를 다시 펼쳐 볼 여유는 없다. 눈으로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 찾다 보니 자연스레 몸이 움직인다. 주방에서 자장면이 나오면 나는 반자동적으로 그 위에 고명을 올린다. 포스기 만지는 것도 그리 어렵지가 않았다.


 그래서 노트를 없애고 포스트잇만 챙겨 다닌다. 포스트잇에 손님이 주문하는 메뉴도 빠르게 적고, 사장님이 새로 알려주시는 내용이나 내가 까먹은 내용들도 적는다. 적고 다시 보는 일은 잘 없다. 적는 행위만으로 기억이 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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