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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옹 Apr 11. 2024

장바구니 카트

마음에 드는 게 바로 안 보인다면, 천천히 신중하게


 “아주머니 오늘 서창 장날입니까?”

 흰머리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걷다가 갑자기 나를 보며 물어보신다.

 

장날이 되면 아줌마들은 장바구니 카트를 끌고 다닌다. 그 아줌마들 중 한 명이 나다. 어두운 반팔티에 긴 머메이드 치마, 엉덩이를 덮고도 한참 남는 긴 카디건. 누가 봐도 아줌마 같은 옷차림이다. 거기다 장바구니 카트까지 들었으니 반박할 여지가 없다.


 시장에서 장을 보고 난 후, 장바구니를 들고 낑낑대며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많다. 무, 고구마 같은 무거운 식재료를 사면 단박에 무거워진다. 보통 4~5개의 식재료를 사야 다음 장날까지 여유 있게 지낼 수 있다. (가끔 주말에 마트 가서 장 보기도 하고, 3주에 한 번씩 어글리어스에서 채소를 받아먹는다.)


장을 다 보고 집으로 가는 길은 참 힘들었다. 특히나 더운 여름날에는 시원한 냉수 한 잔이 간절했다. 그냥 걸어도 더운데,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낑낑대며 걸으려니 더 덥고 힘들었다. 장바구니 카트를 사고 싶었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게 안 보였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얼마 못 쓰고 질려할 게 뻔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이지만 천천히 사도 큰 문제가 없다. 그래서 내 마음에 드는 것이 보일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과 다이소 구경을 하다가 우연히 장바구니 카트를 봤다. 무난한 무늬에 가볍기까지 하다. 다이소 제품이라 가격도 저렴하다. 3,000~5,000원 정도. 큰 부담이 없다. 잠깐 고민하다가 사기로 했다. 장바구니 카트 사야겠다는 걸 잊고 있었는데 괜찮아 보이는 게 내 눈앞에 나타나다니.


역시 성급하게 사는 것보다는 천천히, 신중하게 사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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