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어서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국산 손두부 여기 이 통에 담아주세요.”
“용기 내”를 위해 산 통이 있다. 집 근처 롯데마트에서 산 몸통은 스테인리스, 뚜껑은 플라스틱인 통. 이 용기는 넉넉한 깊이에 적당한 크기라 웬만한 음식이 다 잘 들어간다. 시장에서 파는 큰 국산 손두부를 넣기에도 손색이 없다. 마치 두부를 위해 만들어진 통인 것처럼 딱 맞게 담긴다. 두부가게 사장님도 그걸 보며 좋아하신다.
“아줌마들이 두부 안 깨지게 담아달라고 그래. 봉지에 담으니 당연히 깨지지. 이래 통을 가지고 오면 두부가 안 깨질 텐데.”
지난번에 두부가게 사장님이 하신 말씀이다. 맞다. 비닐에 담으면 두부가 깨지기 쉽다. 용기를 챙겨서 장을 보면 온전한 모습 그대로 먹을 수 있다. 두부를 담은 통 그대로 꺼내서 손질해 먹고, 남은 두부는 도로 통에 넣어놓으면 된다. 살 때도 기분이 좋고, 먹을 때도 편해서 좋다. 용기를 챙겨가는 게 환경에만 좋은 것이 아니다.
시장 국산 손두부는 그냥 먹어도 맛있다. 1/4만 된장국에 넣고 나머지는 다 생으로 먹었다. 장을 보고 난 직후에 바로 썰어먹는 두부는 너무 맛있어서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시장 국산 손두부의 밀도가 일반 두부랑은 차원이 다르다. 두부랑 배추찜, 구수한 된장국만 있어도 맛있는 한 끼 식사가 완성된다. 남편과 15개월 아이 모두 맛있게 먹는 음식들이다. 가족들이 채식식사를 잘 먹어서 참 좋다.
내가 쓰고 있는 일회용 비닐 두 개. 구멍이 나서 못 쓰게 되면 버리려고 했다. 봉지 하나는 참기름을 담았으니 버려야겠다. 참기름의 기름이 비닐에 묻었을지 모른다. 다음번에 장 볼 때 찝찝한 기분으로 비닐을 내미는 것보다 마음 편하게 버리는 게 낫다. 이렇게 집에 있는 비닐을 다 쓰면 에코백으로 장을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