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시테리언이지만 가끔 고기를 산다
“돼지 앞다리살 500g 주세요. 이 통에 담아 주세요.”
나는 비건을 지향하는 플렉시테리언이다. 적어도 내가 장을 볼 때는 고기를 사지 않았다. 육고기뿐 아니라 계란, 생선 등 모든 동물성 음식을 안 샀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조금씩 고기를 사고 있다. 남편이 먹을 반찬을 만들기 위해서다. 결혼해서 남편과 같이 살고 있으니 내 입맛만 생각할 수는 없다. 나는 집에서 살림하는 가정 주부라 더더욱 그렇다.
가끔 비건을 지향하는 나의 가치관과 남편을 생각하는 마음이 충돌할 때가 있다. 나는 그럴 때 큰 고민 없이 남편을 선택한다. 평화롭게 살고 싶다. 같이 비건 페스타에 가는 등 남편이 나의 비건 지향 식습관을 지지해 주니, 요즘은 나도 종종 고기 요리를 해 준다. 그게 서로 잘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다 그렇듯 남편도 제육볶음을 참 좋아한다. 제육볶음 하나만 있어도 밥을 잘 먹는다. 유튜브에 검색해 보니 돼지 앞다리살로 제육볶음을 만들길래, 나도 그렇게 따라서 사 봤다. 벌써 같은 정육점에 두 번이나 간다. 갈 때마다 용기를 챙겨가고 늘 같은 부위를 사서 그런가? 직원분이 나를 기억하는 듯하다.
정육점에 가서 고기를 사면 포장 없이 살 수 있다. 마트에 가면 스티로폼에 비닐에 제품정보를 적은 스티커에 정말 많은 쓰레기가 나온다. 잠깐 물건을 담는 데 쓰고 버려진다. 이제는 그런 쓰레기들(아주 잠시 물건을 담아놓았던 포장들)이 일상적인 것들이라 버리면서 크게 마음 아프지도 않다. 고기를 사 먹더라도 쓰레기는 안 나오게 하고 싶다.
이번에도 시장에 가서 포장 없이 장을 봤다. 검은 비닐은 전부터 내가 썼던 것들이다. 이 비닐이 구멍이 나서 더 이상 못 쓰게 되면 버릴 생각이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생활은 잠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지속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지킬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