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옹 Jan 09. 2024

비닐봉지

가끔씩은 비닐봉지를 쓴다.


 “비닐 말고 여기에 담아주세요.”

 “그것도 비닐인데.”

 “(작은 목소리로)이건 제가 쓰던 비닐.. 새 비닐이 아니고..”



 큰 에코백 안에 작은 그물 에코백과 쓰던 비닐봉지를 담아서 길을 나선다. 웬만한 건 다 에코백에 그냥 넣지만, 흙이 묻을 염려가 있는 것들은 비닐봉지에 담는다. 흙을 가방에 묻히면 얼마 못 쓰고 빨아야 하기 때문이다. 마침 에코백에 지난번 장 볼 때 쓰던 비닐봉지가 있다. 아저씨가 새 비닐을 꺼내기 전에 얼른 내가 챙긴 비닐을 내민다.


 포장 없이 몇 번을 장 봐도, 가끔 시켜 먹는 배달음식 때문에 비닐이 쌓인다. 이 비닐봉지는 흙이 많은 고구마, 감자, 당근을 살 때 쓰기 딱 좋다. 보관하기도 편하다. 길게 모양을 잡아 한번 묶어주면 크게 공간 차지 안 하고 휴대할 수 있다. 아직 장을 안 봐서 깨끗하다면 다른 재료를 넣어도 괜찮다. 큰 에코백에 마구 넣기 곤란한 마늘, 표고버섯도 좋다.


 이미 일회용품을 썼다면 닳을 때까지 쓰는 것은 어떨까? 고구마를 담아 온 이 비닐봉지는 몇 번 써서 그런가 작은 구멍이 났다. 그래도 음식 담는 데는 별 문제없으니 몇 번 더 쓰다가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을 때 버려야겠다. 한동안은 계속 큰 에코백에 넣어 놓고 흙 묻은 음식을 자유롭게 사면되겠다. 과연 몇 번이나 더 쓸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