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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진 May 27. 2020

쮸와 나

기저귀와 화장실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

코로나로 인해 모두 힘드실텐데, 하루빨리 나아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해 봅니다.

그럼~ 앞으로는 자주 뵙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쮸의 배변훈련


나이가 드니 일벌리기는 잘 하는데, 수습이 힘들어진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던 일들이 아이와 함께 살면서 이렇게 부담이 될 줄이야...

시간이 해결 해 주겠지...


오늘은 기저귀와 작별하던 때를 떠올려 본다.

아이와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니 기저귀를 떼는 것은 쉽게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두어번 시도는 해 보았으나, 직장을 다니는 중 이라는 핑계로 어쩌면 내가 더 기저귀에 의존한 것 같다.


친구들은 벌써 기저귀를 떼고, '쉬~' 라던지, 포즈를 취하는 변의를 알려주거나, 어린이집 선생님이 '화장실 갈 사람 다녀오세요~'하고 지시하면 우르르 달려갔다.


쮸는 자신과 친구들간 차이가 있음을 아는 눈치였다.

"다른 친구들은 기저귀 이제 다 뗐어요..."


감당하기 힘들겠지만, 더 지체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변처리는 늦어질수록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는 말에 결심이 섰다.


우선 PECS(그림교환의사소통체계)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대학에서 행동치료 공부 중 알게된 기법인데, 자폐아동과 효과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동이나, 요구사항 같은 것을 그림으로 제시하며 대화하는 것이다.

아마존에서 PECS만 치면 엄청난 교구들이 나온다. 또는 인터넷에 올려진 그림카드를 프린트하여 직접 만들어 사용할 수도 있다. 해외구매를 하고 나서야,  국내 사이트(www.pecs-korea.com)도 있고, 번역본도 있음을 알았다.


화장실에 붙여놓은 그림

그 외에도 국내 육아사이트 같은 곳에도 배변훈련에 관한 다양한 자료를 받을 수 있다.


준비하는 동안 아이를 관찰했는데,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꾹 참다가 집에 오자마자 기저귀를 찾아 입었다.

아이가 마음편한 것이 무엇인지 알기에, 또 한번 망설여졌으나,

다시한번 마음을 다잡고, 집에 있는 기저귀를 모두 치웠다.


하원 후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아이를 화장실로 이끌었다.

그림을 짚어가며 설명해 주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변기에 앉는 거야.

갑자기 없어진 기저귀와 그림들, 엄마의 설명에 당황하는 듯 보였다. 기저귀를 찾아 다니다가 있던 자리에 없으니 나에게 말로 "기저귀", "기저귀" 하며 찾았다.


"이제 기저귀는 없어, 대신 엄마랑 화장실 가서 응가 하자."

화장실까지 가는 바닥에 응가모양의 스티커를 붙이고, 화장실 앞에는 유아용 변기를 놔 두었었다.

그리고 변기는 유아용 커버와 발 받침대를 놓았다.

변기 옆에 붙여놓은 그림을 설명하자, 알아들었다는 듯 일주일 정도의 훈련으로 기저귀는 더 이상 찾지 않았다.

거부반응이 별로 없어 무척이나 신기했다.


순조롭게 끝날 것 같았지만,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었다.

밤 시간동안의 배변활동이다.

침대커버를 모두 방수커버로 바꾸고, 방수 매트(유아용)도 하나 장만했다.

마음속으로 하나를 또 내려놓았다.

매일 이불을 빨아야 될 수도 있다는 각오였다.


쮸는 처음 일주일 동안 매일 그렇게 이불을 적셨다.

일주일이 지나고, 조금 버거워지려고 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할까...

그런데 아이도 이불을 적시는 것이 좋지 않음을 느꼈는지, 나의 버거움을 알아차렸는지...

열흘 쯤 지나니, 자다가도 소변이 마려우면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가는 것이다.


자폐라는 이유로 남들보다 너무 늦게까지 훈련시키지 않았던 것 아닌가 반성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자존감에 덜 상처받는 적당한 시기였지 않나 싶을 정도로 비교적 수월하게 끝난 배변훈련이었다.

또 확실히 아이는 그림으로 이해가 빨랐다고 느꼈던 훈련이었다.

해야할 행동과 순서를 단숨에 이해하고 그대로 옮기는데 그림은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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