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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진 Aug 26. 2020

슬픔은 파도처럼

대장암... 아버지와의 이별....

“아주 안 좋은 게 걸린 것 같아요...”

선뜻 이해하기 힘든 표정의 의사 선생님은 콕 집어서 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환자에 대한 배려 때문이었을까...

“제가 암에 걸렸다는 말씀이신 거죠?”

.......

“예....”


수개월 전부터 갑작스레 찾아온 통증의 원인은 바로 암이었다.

처음엔 약하게 아팠다. 그러다가 진통제도 듣지 않고, 통증이 없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나는 병원으로 향했다.

대학병원에 오기까지 작은 병원들을 전전하다가 왔고, 대장내시경 검사 준비 도중 구토로 두 번이나 응급실로 향했다.


결국 직장과 S장 결장 내시경만 간신히 보게 되었고, 거기서 꽉 막힌 암덩어리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지금 상태라면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해요. 대장을 다 잘라내야 해요.”

“지금 장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에요.”

“스텐트 시술을 먼저 하고, 장에 있는 음식물들을 모두 다 꺼내고 난 다음에 수술을 할 거예요.”


스텐트 시술은 비교적 가볍게 끝났는데, 감압 법이라고 위장에 있는 음식물을 꺼내는 작업이 코로 큰 관을 삽입하는 시점부터, 꽃아 있는 내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통증이 너무 심해 극에 달할 무렵 코 속 깊은 곳에서 계속 뿜어내는 압력이 느껴졌다. 관을 빼라는 몸의 신호인 것 같았다.

아들은 내 얼굴을 보고 다가오지 않았다. 계속 엄마 아야야., 엄마 피났어하며 읊조리고 슬퍼했다.


보통은 장폐색이 오면 식욕이 급 저하된다고 했는데, 나는 꼭 내 몸이 죽으려고 했던 것처럼, 그렇게 먹어댔다.

“장에 변이 꽉 찼어요...”

이 말이 어찌나 창피하던지...


두 번의 응급실 행 때문에, 수술을 앞두고 또다시 관장을 해야 하는데, 약이 넘어가질 않았다. 구역질이 나고, 진저리 쳐지기에 안 먹었다.  하도 안 먹으니 간호사, 의사 할 것 없이 돌아가며 와서 닦달했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다. 물만 마셔도 구역질이 났는데, 그 특유의 관장약 맛은...

다른 종류로 바꾸어 주어도 맛이 다 비슷했다. 알약 있으면 알약 달라고 요청했는데, 의사가 달려와서 나에게 호통을 쳤다.

“있었으면 그걸 드렸죠! 그런 약 없어요! 이거 드셔야 수술해요!”

...

지나서 생각해 보니, 그때에도 내가 살만하다 생각했었나 보다. 만만하게 생각하다가 큰 코 다친 격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금요일 새벽에 응급실로 들어가서, 주말을 보냈고 화요일에 수술이 잡혔다. 수술 전까지는 통증도 없고, 속도 편안하니 좋았다.

암이라고 했는데, 수술을 해 주는 거 보니 잘라내면 완전히 없어지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보기도 했다.


수술하기 전날, 생애 처음 수혈을 받았다. 완전히 나쁜 수준은 아니지만 수술을 위해 미리 대비하는 차원에서 수혈을 한다고 했다.

수혈도 받고, 몸 상태도 좋아지니 정말로 수술만 받으면 다 나을 줄 알았다.

“암... 그까짓 거...”

수술 전 수혈받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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