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길이 이제 다시 익숙해지려 한다. 아침에 집을 나서 동네 카페까지 이백 보쯤 걸어 아메리카노와 라떼를 사서 집에 돌아오는 일도 코로나 이후 벌써 두 달이 넘었다. 매일 다니던 길에 인적이 한 명도 없을 때도 있었는데, 어제는 사람들로 출렁거렸다.
연휴의 시작을 넷플릭스에서 보여주는 영국 시대극과 함께 했다. 주말엔 한창 인기몰이 중인 드라마를 보며 하루를 마감했다. 드라마 방영된 다음날은 영락없이 포털에 관련 기사가 가득해 남편의 시선도 끌었던 것 같다. 20분으로 원작을 짧게 정리해 주는 유튜브를 시청하고, 둘 사이의 관련성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스토리 라인을 이어가며 비교했다. 남편과 드라마를 가지고 얘기하다니.
연휴구나, 했다가 연휴라서 관광지가 북적인다는 뉴스도 접했고, 집에서 멀지 않은 강화도 전등사를 지나치며 전등사에 들어가려고 좌회전 차선에 길게 늘어선 차량들 옆을 스쳐 지나치기도 했다. 방송 3사를 두루 섭렵했다는 전등사 근처의 맛집 주차장은 이미 만석이었고 길가에도 차가 늘어서 있었다. 번호표를 배부하지 않는지 입구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기도 했다.
우린 그 옆도 느리게 지나쳤다. 얼마나 맛있길래, 저 사람들은 어떻게 알고, 기다려서 먹을 만큼의 보람이 있는 집이겠지, 아무리 맛있어도 기다려서 먹기는 싫다, 등등의 말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주고받았다. 오래 살고 보니 이런 부분에서는 제법 잘 맞는다.
목적지는 전등사도 맛집도 아닌, 석모도의 아직 개발되지 않은 해수 온천이었다. 75도의 심층수가 콸콸 쏟아져 나오는, 그 물이 피부질환에 좋다고 해서 집에 있는 모든 빈 통을 들고 물 받으러 가는 길이었다. 연휴의 첫날 일정이었다. 가는 길은 막히지 않았지만 오는 길은 관광지로 오가는 차들이 엉켜 힘들게 집에 도착했다.
그사이 건설 현장 화재에, 산불에, 코로나와 같이 겹쳐서 오면 정말 큰 일이라고 혼자서만 걱정했던 사건도 발생했다. 사건은 수습되고 일상은 누군가의 안타까운 사연을 타고 다시 흐르는데, 며칠을 전혀 글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오래전에 읽은 책을 간신히 정리해서 우울한 서평을 올리고 다시 침묵하던 중, 연휴를 맞아, 연휴에, 연휴가... 등등의 다른 이들의 글은 이어졌다.
하루 한 번 정도는 잠깐씩 밖으로 나간다. 바람은 부는데 공기 중 더운 기운이 몸에 들러붙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옷이 몸에 감기는 날이 곧 올 것 같다. 엊그제 봄옷을 꺼냈는데 바로 여름옷으로 바꿔야 할 듯하다. 온도의 변화가 하루가 다르다. 책상 위의 스탠드 불빛에서 느껴지는 후끈함도 이제는 달갑지 않다.
누구는 '얼어 죽어도 아이스'라고 하는데 나는 '쪄 죽어도 뜨거운' 커피를 선호한다. 원래도 따뜻한 것을 찾았는데 나이 드니 더 그런 것 같다. 커피가 주는 각성 효과에 기대 오늘은 마음 잡고 책상에 앉았다. 컴퓨터를 켰다. 자판에 글자를 입력한다.
아직은 독서 모임도 글쓰기 모임도 평생교육 모임도 진행되지 않아 매일이 똑같은 날이고 매일이 연휴인데, 다른 날과는 무언가 달라야 할 것 같은 연휴 중 하루를 보내고 있다. 연휴인듯 연휴아닌 연휴를 보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