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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ry Feb 03. 2021


(1) 사업가의 탄생

2020 한해를 마치며

 첫 구직 시도가 수포로 돌아가자 무얼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로 시간만 흘려보냈다. 일을 하고 싶은데 일 할 곳이 없으리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문득 이런 나날이 계속될까 두려워진 나는 전공 관련 자격증을 준비하기로 했다. 2019년에 신설된 자격증 인터라 이를 대비할 수 있는 문제집은 단 한 권이었다. 벌써 머리가 굳어버린 건지 한 장 한 장이 벽돌처럼 무거워 넘기기 어려웠고, 읽으면 읽을수록 의문만 생겼다. 


 시험 한 달 전, 여유를 부리다 시험 접수가 늦어져 충청북도까지 가서 시험을 쳐야 하는 상황, 즉, 떨어지면 상당히 민망한 상황에 놓이고서야 문제집을 “해석”하며 공부했고, 머릿속 구름이 조금씩 걷히는 듯했다. 그리고 내 머리가 굳은 것이 아니라 문제집이 날려 만들어진 것이 확실해졌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허접한 책에 대한 분노, 하지만 재빠르게 문제집을 만들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감정이 뒤섞여 애증이 커져간다.

 

 필기시험에 간신히 합격한 후, 다시 취업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한 달 공부로 딸 수 있는 자격증이 그리 대단치 않다는 건 나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고, 면접관들도 이내 이를 간파한 듯했다.


 구직활동의 힘든 점은 결승선, 즉, 최종 합격까지 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데서 오는 허무함이라고 생각한다. 상반기는 경험이라고 칠 수 있었지만 하반기에도 연거푸 물을 먹으니 허무함을 이겨내기 어려웠다. 단순히 특정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내가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귀납적으로 결론을 도출해보면 (1) 내가 가고 싶으면서 (2) 나를 원하는 기업이 아예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아무도 날 고용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내가 사장이 되어 나를 고용할 수밖에 없겠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세상이 나를 사업가로 떠미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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