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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하 Jul 31. 2023

해외 코인 프로젝트의 보도자료, 어떻게 써야 하나?

쪼하의 커리어 이야기 

지금 회사에서 해외 코인 프로젝트의 홍보 대행도 맡고 있는데, 클라이언트 대부분이 블록체인 인프라를 주요 사업모델(BM)로 삼고 있다. 이런 프로젝트는 대체불가능토큰(NFT) 프로젝트보다 보도자료를 만들기가 어렵다. 일단 대중뿐 아니라 블록체인 담당 기자들에게도 확 와닿는 주제가 아니다 보니 기사 거리로 채택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다. 


특히 블록체인을 취재하는 기자들 중 대다수의 주요 출입처(기자가 취재를 담당하는 구역)가 금융이나 IT 분야인 점을 고려하면 해외 코인 프로젝트 보도자료는 후순위로 밀리곤 한다.


블록체인만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블록체인 인프라 관련 보도자료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 일쑤다. 대체로 보도자료들이 너무 어렵게 쓰이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대중에게 읽히는 기사를 써야 하는 만큼 보도자료의 용어를 최대한 풀어써야 한다. 그런데 보도자료가 블록체인 업계 종사자들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만 가득하다면 처음에는 의욕이 넘치던 기자들도 결국 그런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면 해당 업체의 자료를 써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보도자료는 취재 기사보다 가치가 떨어진다. 기자가 직접 취재한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보도자료에는 그리 큰 품을 들이지 않기에 모르는 용어를 일일이 홍보팀한테 물어보면서 쓰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그렇다면 해외 코인 프로젝트(특히 블록체인 인프라 관련) 보도자료를 어떻게 써야 할까? 이를 소개하기에 앞서 내가 파악한 보도자료가 기사로 실리기까지의 과정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홍보 담당자가 취합된 이메일 명단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한다. 

2. 메일을 받은 기자가 해당 보도자료를 처리할지 여부를 1차 결정한다. (만약 데스크가 지시한다면 무조건 써야 하기는 한다.) 투자 유치, 인수합병, CEO 선임, 파트너십 제휴 또는 신제품 출시 등과 같이 중요한 내용일수록 받아들여질 확률이 높아진다.

3. 해당 언론사의 데스크(기사 송출 권한을 가진 직책. 주로 언론사의 부장급 이상을 통칭한다.)가 보도자료의 송출 여부를 결정한다. 


즉, 보도자료가 네이버 뉴스 섹션에서 검색되려면 (2)와 (3)의 장벽을 넘어야만 한다. (3)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몇몇 매체들은 (2)를 거친 자료들을 무난하게 실어주기에 결국 담당 기자의 결정권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돌아와서 블록체인 인프라 관련 자료들이 잘 먹히긴 위한 방법은 하나다. 홍보 담당자가 그 내용을 이해하고 써야 한다는 것이다. 본인이 이해하지 못하고 자료를 쓴다면 다른 사람들 역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최근에 배포한 폴리곤 자료를 소개하고자 한다. 


폴리곤이 2.0 업그레이드를 앞두고 자체 토큰을 MATIC에서 POL로 바꾼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토큰을 바꾼다는 것도 큰 이슈였지만 나는 폴리곤이 왜 새로운 토큰을 발행하는지 그 이유에 주목했다. 폴리곤이 13일 저녁에 공개한 POL 토큰 발행에 대한 제안서를 대강 번역하니 이런 문구가 있었다. '제안이 통과된다면 앞으로 폴리곤 밸리데이터(검증인)들은 POL 토큰만으로 여러 폴리곤 네트워크에 검증인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이 문구만 내보내도 큰 이상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전직 기자의 눈에 한 문장이 거슬렸다. "여러 폴리곤 네트워크가 대체 뭐지?" 그래서 결국 POL 토큰 백서까지 뒤졌다.


백서에서 다음과 같은 이미지가 눈에 들어왔다.

이 이미지를 통해 폴리곤이 폴리곤 zkEVM, 폴리곤 PoS zkEVM, 폴리곤 슈퍼넷 등으로 구성된다는 사실과 이전과 달리 POL 토큰만 있으면 여러 네트워크에서 블록 생성 및 검증 권한을 부여받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 부연설명을 보도자료에 넣어주면서 동시에 상기의 이미지도 참고자료로 첨부했다. 


그 결과, 국내 매체 가운데 총 10곳이 해당 자료를 실어줬다. 그리고 한 기자에게서 "그동안 다른 자료들과 달리 굉장히 잘 정돈된 자료였다"는 평을 받았다. 물론 기사가 많이 나온 주요 요인은 내용의 중요성이었겠지만 자료를 쓰기에 앞서 조금이나마 깊게 찾아본 것도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친 듯해서 뿌듯했다. 


이후 나는 트위터에서 [쪼하의 이슈 떠먹여 드림] 시리즈를 시작했다. 일종의 보도자료 해설집 느낌의 콘텐츠로, 보도자료에 담지는 못 했지만 해당 프로젝트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추가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다. 


해당 콘텐츠 역시 생각보다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폴리곤 관련 콘텐츠는 조회수 6600회/ 리트윗 14개/좋아요 40개를 받았으며, 다른 콘텐츠(라디언트 관련)는 조회수 9248회/리트윗 22개/좋아요 50개/북마크 11개의 성과를 냈다. 이런 콘텐츠를 만들어 두면 나중에 기자들이 보도자료와 관련해 추가 문의를 해올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더 쉽게 잘 읽히는 보도자료를 쓰기 위해서 해외 코인 프로젝트에 대한 공부도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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