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리드미컬한 경상도 억양의 한국말이 포르투의 렐루서점 안에 음악처럼 울려 퍼졌다. 한국에서 이렇게 먼 포르투갈에서, 그리고 수도인 리스본에서 한참 떨어진 포르투에서, 그것도 ‘해리포터’ 도서관의 모델이 되어 유명하다는 ‘렐루서점’ 안에서 말이다. 한국말이 들려온 것도 신기한데 그 ‘언니’의 주인공이 나였다니!
그때, 나는 렐루서점의 상징인 빨간색으로 칠한 꽈배기 모양의 계단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틈을 비집고 사진을 찍으려던 참이었다. 그 순간 이 무슨 비현실 같은 현실인가 하고 정신이 아득해서 목소리의 주인공을 파악하는데 나의 뇌는 버퍼링 중이었다.
비슷한 아픔을 겪은 사람들의 모임에서 만난 그녀였다. 나의 여행 시기와 비슷한 때 대학에 합격한 딸과 함께 스페인과 포르투갈 자유여행을 갈 거라던 그녀. 나는 인도를 거쳐 포르투갈로 가는데 지나가는 말로 만나자고 했었지만, 일정이 맞지 않고 변경되는 바람에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상황이었다. 더욱이 포르투갈에 있는 9일 동안 언제 포르투로 갈지 정해지지 않았고, 포르투에서도 그 렐루서점에는 30분 정도밖에는 머물지 않았다. 게다가 그 안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서로 보게 될 확률도 거의 없었을 텐데!
나는 이 우연을 더 끈끈한 인연이라고 믿고 싶다. 그녀가 어느 순간 내 인생에 등장했을 때부터 우리는 쉴 새 없이 많은 영역을 함께하게 되었다. 그녀를 보면 ‘당신은 성실한 사람입니까?’라고 쓴 그녀의 글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렇게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그녀가 멋져 보였다. 더불어 나도 조금은 그녀와 닮으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예쁜 딸이 우리의 우연을, 인연을 사진으로 찍어 주었다. 나는 아주 오랜 후에도 포르투의 ‘렐루서점’을 기억할 것이다. 해리포터의 마법으로가 아니라 ‘우리들의 마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