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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숙 라라조이 Apr 07. 2021

전쟁할 때 이렇게 외쳤을까?

인도, 포르투갈 드로잉 여행기(2020.1,2월)

“우우! 벤피카!”

“우우! 벤피카!”


울부짖는다. 포효한다. 비장한 전쟁에 나가는 이들처럼, 전쟁을 즐기는 사람들처럼. 통로 바로 옆 서포터즈석에는 의자가 없이 모두 다닥다닥 붙어 서서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빨간색 유니폼의 SL BENFICA와 파란색 유니폼의 FC FAMALICAO의 경기다.


여행 중 축구관람을 위해, 포르투갈 리스본의 ‘벤피카’ 경기를 보러 홈구장인 ‘에스타디오 다 루즈’에 온 것이다. 리스본에 왔으니 ‘벤피카’ 팀을 응원하기로 하고 전날부터 벤피카 매장에도 들르고 경기장 앞에서 응원할 스카프도 샀다. 흥분되는 축구장의 분위기에 휩쓸리어 마구 늑대 소리를 지르며 이 도시를 즐기듯 축구도 그들과 함께 즐기고 있었다. 여행 중 또 한 번 흥분의 최고조를 찍는 순간이었다. 벤피카의 상대팀은 약체라고 했다.


골은 충분했다. 벤피카 팀이 압도적으로 이기는 경기였다. 빨간색으로 뒤덮인 홈구장에 약체라고 하는 파란색 상대편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응원하는 소수의 사람들도 저쪽 구석에 모여 앉아 있었다.


그 와중에 파란색 팀에 파이팅 넘치는 28번이 있었다. 무언가 일을 낼 것 같은 저 아우라. 28번이 드디어 골을 넣었을 때 빨간색에 둘러싸여 있는 나는 소리를 지르지 않으려고 애쓰며 의자 밑에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싸!” 그 기분은 마치 적진으로 뛰어든 스파이가 작전에 성공한 기분이었다.


그러면서도 ‘벤피카’가 골을 넣으면 스카프를 휘날리며 길길이 날뛰며 과하게 좋아하였다. 부지런히 서포터즈의 강렬한 눈빛을 살피는 것도 잊지 않으면서.


아쉽게도 전철을 갈아타고 돌아가야 했기에 조금 일찍 나오는데 뒤에서 ‘벤피카’가 한 골을 더 넣은 함성이 들렸다. 그때 파란색 팀 28번의 실망하는 얼굴이 어두워진 하늘에 얼핏 스친 것 같았다.


누군가 잘 나가지 못할 때, 응원해 주고 싶은 이 마음!

내 안의 늑대가 뛰쳐나와 목이 쉬도록 외쳐 본다.


“28번 파이팅!”



신난 내 모습 <길거리 버스킹 음악에 맞춰 바람과 함께 춤추다>

종이에 펜



바람처럼 훨훨 떠나라 그리고 돌아오라 <포르투갈 가장 서쪽, 호카곶>

물감들인 도화지에 콩테, 목탄, 파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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