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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냥 Jan 21. 2020

About 입원 준비물

신촌 세브란스 어린이 병동, 소아 남아 기준


요 근래 신장카페에 자반증 환아들의 전원 (병원을 옮기는 것)에 대한 글이 많이 올라온다. *신증후군으로 빠른 처치가 필요한 경우임에도 병원 예약이 밀려 발을 동동거리는 모습들을 볼 때마다..  작년 이맘때의 내 모습이 생각나 자꾸 오지랖 넓게 응급실을 통한 빠른 입원을 권유하곤 한다.



 * 신증후군이란?

다량의 단백뇨와 저알부민혈증, 부종, 고지혈증 등의 특징을 보이는 질병이다. 신장의 사구체를 이루는 모세혈관에 이상이 생겨 혈액 내의 단백질이 신장으로 빠져나가 다량의 단백뇨가 나오고, 이로 인해 몸 안의 단백질이 소실되어 저알부민혈증(hypoalbuminemia)이 발생하게 된다. 저알부민혈증에 의해 혈액 중의 수분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피부 밑에 고여 몸이 붓게 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신증후군 [nephrotic syndrome]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병원)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926944&cid=51007&categoryId=51007




보통 소아병동에 가벼운 질병으로 입원하는 경우 3박 4일이면 치료를 끝내고 퇴원을 하게 되는데.. 신증후군의 경우 2주 정도 스테로이드 및 면역억제 치료를 요하는 경우가 많아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입원생활을 하게 된다. 신촌 주변에 대형 마트가 있는 건 아니라.. 장기 입원에 필요한 생필품 등을 구하기 위해 남편이나 친정 가족들에게 많은 도움을 청하곤 했다. 그러나 수차례 입퇴원을 반복하다 보니 팁이 생겨 이제는 나와 큰아이 둘이서도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되었다.


살면서 입원할 일이 없다면 그것처럼 감사한 일도 없을 테지만, 인생은 알 수 없으니까. 이 글을 통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게 가장 큰 이유고, 두 번째로는 언젠가는 아이가 많이 호전되어서 입원할 일이 더는 없어져서 이 모든 것이 추억으로만 남게 됐을 때, 이를 기록으로 남겨두려는 목적으로 입원 준비물에 대해서 정리해볼까 한다.



<아이 기준 준비물>
1. 아이 여벌팬티/런닝 (이맘때 세브란스 병원은 무척 덥다.)
2. 가디건, 패딩조끼 (타과 진료나, 검사받으러 다닐 때 추운 구간이 있다. 혹은 외출)
3. 병실용 슬리퍼 (무조건 필수! 편의점에서도 원하는 신발 사이즈 없을 때가 있음)
4. 태블릿, 거치대 (자반증의 경우 절대 안정을 위해 무조건 누워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자바라 거치대가 매우 유용하다. 참고로 다인실에는 티비없음, 병실에서 태블릿으로 티비나 영상 시청 권유. 휴게실에 대형 티비가 있으나..  온갖 질병의 환아들과 방문객들이 총집합하는 곳이라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출입을 권하고 싶지 않다. 전자레인지와 온수 사용을 위해 자주 찾았다.)
5. 독서대 (책 볼때 아이 고개가 굽지 않아 좋다.)
6. 칫솔, 치약, 위생 컵

휠체어에 설치한 자바라와 입원용 슬리퍼. 그리고 태블릿 받침으로 전락했던 독서대ㅠㅠ 4월말 경이라 저녁 찬바람을 피하기위해 담요를 둘렀다. 취침시에는 이불로 변신!




<보호자 기준>
1. 옷걸이 여러 개(겨울 외투나 수건 거는 용, 옷걸이가 있으면 커튼봉이나 수액 행거에 이것저것 걸어두기 편하다. 병실이 무척 건조해서 수건은 필수로 걸어둬야 한다.)
2. 수건 여러 개 (가습용, 세면용)
3. 속옷, 갈아입을 편한 옷, 양말, 머리끈
4. 패딩조끼 (보호자는 외출할 일이 많으니까~ 패딩만 걸쳐 입고 총총총)
5. 병실용 슬리퍼 (없으면 편의점에서 사도 된다. 어른 사이즈는 많음)
6. 전자기기 충전기 (대용량 배터리도 필수!! 콘센트를 여분으로 더 가져오는 경우도 있음)

7. 과일칼, 락앤락 위생용기 (간식 덜어놓는 용, 먹는 양 측정을 위해 균일한 통에 간식을 담아주는 게 편하다.)
8. 물티슈, 개인 티슈, 종이컵, 위생 접시, 위생비닐, 물(사실 병원 편의점에서 사는 게 가장 편함)
9. 손톱깎이
10. 로션
11. 간단한 필기도구 (미디어 시대이지만, 그래도 옛날 사람이라 펜과 종이가 편함)
12. 보호자용 침구 (원래는 안된다던데, 어린이 병동의 경우 요청 시 얼마든지 준다)


<먹을거리>
1. 귤, 오렌지, 사과, 바나나, 배, 포도, 감자, 고구마 등
- 칼륨 제한이 없으면 제일 좋은 자연간식!
2. 코코넛 쌀과자, 쌀튀밥 등 쌀과자
- 동그란 밀뻥은 생각보다 나트륨 함량 높으니 확인
3. 한살림 과자
- 역시 나트륨과 포화지방 확인, 교수님께 허락받기
4. 자몽과 오미자는 금지!!!
- 면역억제제 농도를 높인다고 한다.
5. 보호자들께서는 믹스커피 가아아아아아득
6. 햇반이나 컵밥은 쿠팡 배송 가능

<기타>
1. 개인 체온계 (있으면 너무 편리하다)
2. 미니 가습기 (극강으로 건조해서 몰래? 가져다 놓고 쓴다. 크기가 너무 클 경우 제지당할 수 있음)
3. 소변통 (신증후군 환자는 수시로 소변 양을 체크해야 한다. 공용으로 쓰는 통이 있긴 하다. 집에서도 쓰고 싶은 마음에 편의점에서 구입하고 지금까지 너무 잘 쓰고 있다. )
4. 손수건 (감기 예방을 위해 목에 둘러주기)
5. 이어폰 (드라마 보느라ㅋ)
6. 읽을 책, 문제집 (너무 할 게 없어서..)

게임이 너무 하고 싶어서 열심히 문제집을 푸는 이 미디어의 노예여....

7. 클레이, 그리기 등 놀잇감. 슬라임은 비추 ㅠㅠ


아이들과 운동할 때 최대한 사람 없는 시간에 이동하는 게 좋다. 보통 자반증 아이들의 경우 급성기에는 신체활동 자체를 제한시키기 때문에 움직일 일이 거의 없긴 하다. 우리 아이의 경우 운동 부족(?)으로 부종이 고환으로 몰리는 바람에 강제로 걷기 운동을 시켰다.


음낭수종을 억제하려고 침대 세워가며 난리쳤지만 fail... 포켓몬 잡으러 다니며 어기적 어기적 걸어다녔지만 역시 fail.. 부종은 이뇨제와 알부민약제로 겨우 잡았다.


이때, 스테로이드 투약으로 인해 전신에 근육이 빠지면서 입원 후반부에는 아이가 걷는 거 자체를 굉장히 힘겨워했다. 어쨌든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 강제 운동의 동기 부여를 위해 모바일 게임을 시켜줬는데 바로 포켓몬 GO였다.


연대 세브란스는 그야말로 포켓몬스터 성지. 병원 규모도 어마 무시한 데다가 옆에 대학 캠퍼스까지 자리하고 있어서 그냥 침대에 누워만 있어도 포켓몬이 튀어나오고 포켓 스탑도 곳곳마다 굉장히 많았다. 그러나 평소에는 환자가 너무 많고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절대 안 되는 상황이었기에, 우리는 무조건 오후 6시 이후에 움직였다. 외래 환자만 좀 빠져도 병원은 한가 해지며 다닐만했다. 휴게실은 거의 가지 않았다.


얘는 이름이 머지? 제중관 가는 길에서 잡았던듯. 세브란스 병원을 이 잡듯이 돌아다녔다. 대학교 빼고 다 가봤나보다.


할 게 없는 병원에다가 주사 등으로 아이들 달랠 일이 많았기에  이렇듯 거의 대다수 환아들이  태블릿 끼고 살았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미디어 노출을 자제하려 노력했던 모든 것들이 입원하면서 다ㅋㅋ 날아가버렸지만 그럼에도 미디어를 통해 아픔이라던가 힘듦을 잊는 게 차라리 나았다. 학습용으로 구입했던 태블릿을 유튜브 동영상 시청 및 게임용으로 미친 듯이 돌리며 고통의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고 또 바랬다.


그렇다고 태블릿만 시킬 수 없기에 놀이도구들도 제법 준비했다. 카봇같은 장난감이 시시해질 나이라 게임 캐릭터라도 그리고 놀라고 사인펜을 사주고, 간호사실에 종이를 빌려서 놀곤 했다. 나도 너무 심심해서 아이가 그린 캐릭터에 공들여 색칠하고 놀았는데 그때 처음으로 내 아이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드로잉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후에는 클레이로 포켓몬을 만들며 놀곤 했는데 클레이 다루는 요령을 알려주니 너무 개성 넘치는 포켓몬들을 만들어냈다. 클레이로 교수님과 전공의 선생님께 포켓몬을 만들어 선물하기도 하고, 꿈사랑학교 (질병으로 학교 출석이 어려운 건강장애 아동들을 위한 대안학교)의 문예창작대회에 출품해서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렇게 새로운 취미를 만들어나갔다.

처음엔 내가 채색을 해줬는데 나중에는 색칠까지 혼자서 다했다. 의지의 히어로. 지금은 안하는 게임ㅋㅋ 그림도 요새는 안 그린다ㅋㅋㅋㅋ
왼쪽은 교수님께 선물로 드린 포켓몬, 오른쪽은 문예창작대회 동상 수상한 클래시로얄 캐릭터들. 엄마는 솔직하게 초록색 바닥 까는 정도만 도와줬다. 클레이는 지금도 간간히 만들고 있다

 
나는 병문안도 무조건 거절했다. 감염 우려도 있었지만 아이의 보호자로서 내 멘털 관리를 위해 남편 외의 가족들과도 함께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여태 멀쩡히 건강하게 평범하게 잘 지냈던 내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코 앞에 두고, 갑자기 원인도 치료방법도 명확하지 않은 난치성 질환에 걸린 것을 인정할 수가 없었기에 나는 그 누구에게서도 위로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듣기 싫었다. 그렇게 상반기 내내.... 눈과 귀를 닫고서 환자 보호자들과만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다독이곤 했다.

 
예상보다 입원기간이 길어지면서 필요한 물건이나 간식들이 많아졌다. 편의점에서 사기엔 너무 비싼 귤의 경우, 홍대에서 일하는 남동생을 시켜(;;) 그나마 가까운 하나로마트에서 사 오곤 했는데 그럴 필요 없었다. 쿠팡 배송이 세상 최고다. 쿠팡맨은 병원까지 찾아온다ㅋ 어린이병원 1층 안쪽에 택배보관함이 있고, 보관함이 만석일 경우 주변에 택배를 적재해놓는다. 수령도 어렵지 않다. 그냥 쿠팡맨 문자보고 달려가서 인증번호 받아서 꺼내오면 된다. 11월 재입원 때는 그렇게 병원으로 책도 배달받고, 필요한 것도 시키며 편하게 지냈다.

내 쿠팡 주소록. 여기가 신촌 세브란스 어린이 병원 주소입니다!!!


그리고, 신장염의 경우 아침마다 첫 소변을 제출하고 공복 몸무게를 내서 제출하고 섭식 및 배설량을 체크해야 한다. 소변 뉘이자마자 잊지 말고 몸무게를 재야 아이의 부종 체크가 가능한데, 새벽마다 채혈하고 전공의들이 말 걸고 수액줄이 막혀서 다시 라인 잡고... 하느라 잠이 모자라서 늘 체중 재는 걸 까먹곤 했다.

첫 소변의 경우  남아들은 침대 위에서도 간편하게 소변을 받을 수 있지만, 여아들은 화장실에서 따로 여아용 소변기에 누고 그걸 다시 소변통에 모아서 측정하기 때문에 굉장히 고생스럽다. 아이의 소변 색에 울고 웃으며 힘들어하다가... 우리 아이는 사내아이여서 그런 번거로움을 겪지 않아도 됨에 억지로라도 작은 감사의 의미를 부여했다.


원래 생각 안 날뻔했는데 지난 11월, 6개월 만의 재입원을 경험한 탓에 입원 꿀팁만 더 적립해버렸다. 원래 있던 7층의 내과 병동이 아닌, 8층 외과병동에서 지내는 바람에 (병실 부족으로 다른 병동 배치) 내과 지식에 무지했던 병동 간호사들을 대신해서 자급자족으로 아이를 케어하다가 퇴원했지 싶다.


담에는 이런 준비물들 하나도 생각안 날만큼 아이가 엄청 많이 좋아져서 외래만 1년에 1번씩 다녔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팁들이 모두에게 필요 없는, 그냥 재미있는 눈 요깃거리로만 끝나고 말았으면 진짜 진짜 좋겠다.......


외출이 어려운 똥강아지들의 닌텐도 just dance! 영상으로 보면 진짜진짜 세상 쵝오로다가 귀여운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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