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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냥 Jun 18. 2020

리클라이너에서

소파의자에게 위로받던 어느 새벽의 이야기


외롭고 지치고 쓸쓸해서
더 혼자 있고 싶은 날
오늘 같은 날

몸 뉘일 곳이라도 있어 너무 다행이다
내 하루의 고단함을 받아주는 건
아이들이 찢어먹은 낡은 리클라이너 뿐

나의 지침은 잠시 묻어두고
너의 지침을 물어보았지만
지쳐있는 그대는 더 혼자이고 싶었다
그래서 나도 그대처럼 혼자가 되었다

쓸쓸히 숙인 등을 감싸주는 건
아직 버리지 못했던 리클라이너 뿐

텅 빈 거실의 허전함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좁디좁은 아이들 품에서
외롭게 잠들던 시간
내 아이의 고통의 시간을 받아주던
1년 밖에 안된 이 낡은 의자는
이제는 나의 외로운 시간마저 안아준다

우우우웅
밤새 돌아가는 제습기에
나의 눈물도 슬쩍

습기어린 고독은
뜨뜻한 쓸쓸함이 되어
리클라이너 위로 구겨져나왔다.

새벽 1시.

내 아이의 날카로운 엉치뼈에
다 뜯겨져나간 지저분해진 리클라이너에서 벗어나
비좁은 잠자리로 발걸음을 옮긴다

오늘도 아이들의 숨소리로
하루의 지침을 녹여 잠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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