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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jo Apr 28. 2021

와인의 템포

Don’t mess up my tempo

와인이 좋은 아흔 아홉가지 이유 중

다섯번째 이유를 꼽으라면 템포가 있는 술이라는 것이다


대학교와 회사를 거치면서 배운

나의 음주 생활을 요약하자면

원샷과 파도의 결정체라 해야할까


나름 알콜 분해 효소도 있고,

술자리의 왁자지껄 분위기도 좋아하고,

빼는 성격도 아닌지라 쏘맥을 말고 파도를 외치고

늘 소주를 마시면 언제나 끝장을 보고 말았다


하지만 젊음의 열기가 사라지고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다음날 숙취가 거세게 올라오면서 

이런 음주문화와 거리를 두고 싶어졌다


그러던 중 와인을 접하게 되고,

묘하게도 이 와인이라는 녀석은

각자의 템포에 맞춰서 마셔도

술자리의 흥이 유지가 되는 것이었다


모름지기 술이란 얼큰하게 취해야만 제맛인줄 알았는데

와인은 와인 그 자체를 탐독하는 시간을 갖게 해주면서도

음식과의 궁합, 마리아주를 이야기하게 할 뿐 아니라

너와 나의 대화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신비의 묘약이었다

속도와 박자, 쉼까지 이런 완벽한 술이 또 어디있단 말인가!


(그 뿐인가?

건배할 때의 경쾌한 그 소리!

찰랑이는 와인을 보고 있노라면

당신의 눈동자의 건배를 외칠 수 밖에...)


물론 와인 고유의 조금 느긋한 템포를 버리고

소주처럼 얼마든지 빠르게 원샷 할 수 있다

그 템포가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의 템포를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순간

와인의 즐거움은 사라져버린다는 것을

물론,

너무 자신만의 템포에만 빠지는 것도 경계 해야 한다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복잡미묘하지만

놓치고 싶지 않은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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