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세연 May 06. 2023

내 무릎은 싸다

내 무릎은 싸다


자존심, 그건 중2 때나 필요한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고, 어른의 범주에 드는 나이가 되면 자존심이란 오히려 사치다. 쓸데없는 자존심은 우리의 내일을 사라지게 만들고, 더 큰 고민을 갖게 만든다.


자존감과 자존심은 반비례한다고 생각한다. 자존감이 높으면 사과, 백번이고 천 번이고 한다. 왜냐하면 고작 이 사과가 나를 우습게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자존심이 높다면, 오히려 사과를 하는 일이 극히 드물다고 한다. 사과하면 진다고 생각해 절대 사과 하지 않아 온갖 구설, 고난과 역경을 겪으며 후회하는 사람 여럿 봤다.


내 잘못 아니고, 객관적으로 보아도 주관적으로 보아도 이건 엄연히 상대의 잘못인데 이 몰상식한 상대가 나에게 덮어 씌우고 나를 몰아갈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럴 때 정의구현을 하기 위해 끝까지 가보자 하는 순간, 머리만 아프다.


만약 그렇게 끝까지 가서 얻는 건 무엇인가. 몰상식한 사람에게서 사과를 받더라도 이건 상처뿐인 영광이다. 과연 만족스러운가. 돈 잃고, 시간 잃고, 그 과정에 온갖 힘듦은 보너스다. 그렇게까지 해서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다.


하지만 조금 더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까짓것 사과해 주자. 내 잘못이면 당연하고, 아니면 어떠한가. 말도 안 되는 거면 또 어떠한가.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사람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의외로 객관적이고 똑똑하다. 그리고 남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 그렇기에 불필요한 싸움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과를 잘한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내 잘못이 아니어도 사과를 한다. 거의 사과봇이다. 그냥 자동이다. 사과가 코딩되어 있는 것처럼 툭하면 나온다. 농담으로 이런 이야기도 하곤 한다. 내 무릎을 싸다고. 나는 정말 내가 잘못했다면, 지체하지 않고 바로 달려가서 무릎을 꿇을 수 있다.


사과는 빠를수록 좋다. 괜히 니 탓 내 탓하면 시간만 지체되고 오히려 화만 커진다. 동방예의지국 아닌가, 사과도 예의 중 하나다. 내 잘못 아닌데도 사과를 굳이 해야 하나, 싶겠지만 웃긴 게 내 잘못 아닌데도 사과를 하면 오히려 상대방이 당황하게 된다. 상대도 안다. 이게 아닌데. 하고 말이다. 재미있지 않은가. 오히려 상대를 골탕 먹이는 방법 중에 하나가 사과가 될 수도 있단 말이다.


사과에 인색하지 말자. 돈도 안 드는 건데, 그거 한번 못해주나.


우리 앞으로 싸울 일 있으면 그냥 사과하고 말자. 까짓것, 좋게 좋게 가자.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우리는 이미 지칠 대로 지친 현대인이고, 그렇지 않아도 머리 아픈 일들 투성 아닌가. 우리, 쉽게 쉽게 가자.


사과, 뭐 별 건가.




글, 신세연.


인스타그램 @shin.writer

메일주소 shinserena@naver.com

작가의 이전글 관계와 감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