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행락철로 등산로는 사람으로 붐볐습니다. 운동하는 멋진 분들이 많아 기분이 괜히 좋았습니다, 커플들, 아이와 함께 등산하는 부모들, 반려견을 데리고 산에 오르는 분들.
주차장에서 간월재라는 드넓게 펼쳐진 억새밭에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며 챙겨 온 음식도 먹고 즐거운 오후를 보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는 신불산으로 바로 향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잘 닦인 길이 아닌 암벽이 솟아있는 길을 오르고 내려야 했습니다. 집중 또 집중했습니다. 일반 운동화를 신고 와서 더욱 신경을 썼습니다.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은 스틱을 챙겨 와서 거닐었는데, 이다음에 산행을 온다면 저도 하나 장만해서 오고 싶어 졌습니다.
오늘의 날씨는 흐렸습니다. 덥지 않아 산행을 가기에는 딱 좋았습니다. 다만, 어떤 등산객들은 태양을 잘 보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습니다.
천백고지인 정상에 올랐습니다.
산을 오를 때는 바닥에 집중하며 걸었습니다. 돌멩이에 걸려 넘어지거나 발목이 삐끗하지 않기 위함이었습니다. 뒤에서 한 어머니가 아들에게 "하늘 좀 보고 걸어."라는 조언을 했는데, 이 길이 익숙해지면 저도 하늘을 보면 걸어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내려올 때는 가파른 돌길에서는 여전히 바닥을 보며 한 발 한 발 조심히 내디뎠습니다. 그리고 익숙한 아스팔트 길이나 평탄한 길에서는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원래 마음 같아서는 두 곳의 산봉우리에 오르려 했습니다, 그런데 신불산 정산에 오르며 오늘은 한 곳만 들르자고 다짐했습니다. 산을 내려오며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짧게 안부 인사를 드렸고, 아버지는 제게 "무리하지 말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아빠 말 잘 듣는 아들이 되어봤습니다.
완만한 내리막길을 걸어 내려오면서는 저녁에 무엇을 먹을까 열심히 궁리를 했습니다. 한 등산객 무리도 어떤 음식을 먹을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들었습니다. 부대찌개를 끓이며 그 안에 햄과 무엇 무엇을 넣어 먹으면 좋겠다고 의견들을 내더라고요.^^ 이것이 산행의 맛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저는 하산 후에, 근처의 소도시에 있는 "뼈다귀 해장국"을 먹었습니다. 아내가 뜨끈한 것을 잘 챙겨 먹으라고 해서 검색해 간 곳이었습니다.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 먹었던 뼈다귀 해장국.
맛있게 그리고 따끈하게 잘 먹고 집으로 왔습니다.
자연을 거닐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부자가 된다면, 등산객 입구에서 플로깅을 할 수 있게 집게와 쓰레기봉투를 제공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