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겨울)
브라질을 여행할 때였다. 패키지여행이었는데 가이드의 인도에 따라 저녁 식사는 공연이 즐기며 음식을 먹는 곳으로 갔다.
무대가 있는 공간 뒤로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함께 여행 온 여행객들과 저녁 식사를 먼저 했다. 밥을 다 먹을 즈음, 사회자가 흥겨운 음악과 함께 등장했다. 그는 공연의 흥을 돋았는데, 각국에서 관객으로 온 여행객에게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를 물었다. 관객의 답변을 들은 사회자는 그 나라 민요를 틀어줬고, 무대로 관객을 초청했다. 얼떨결에 무대에 오른 여행객들은 당황도 했겠지만 익숙한 멜로디에 금세 밝은 표정과 함께 춤을 췄고, 공연장의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성준의 룸메이트였던 50대 아저씨와 65세 할머니, 그리고 70세 할머니는 그 모습을 재미있게 관람했다. 그러던 중에 사회자는 꼬레아를 외쳤고, 국뽕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온 여행객들은 자연스레 손을 들어 한국인이 이곳 공연장에 있음을 표시했다.
사회자는 성준과 한국에서 온 여행객을 발견했고, 음향 담당자에게 익숙한 사인을 보냈다. 곧이어 아리랑 노래가 흘러나왔고, MC는 한국인을 향해 무대로 오르라는 손짓 했다.
'올라갈까 말까. 올라가야 해? 말아야 해?'
그 짧은 찰나에 성준은 고민을 했다. 그 사이 곁에 있던 아저씨는 성준의 손을 붙잡았고, 할머니들과 함께 얼떨결에 무대에 올랐다.
"덩실덩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쿵덕."
함께 한 아저씨와 할머니들은 덩실덩실 어깨춤을 췄다. 흡사 팔에 하얀 긴 토시를 끼고 있듯이, 펄럭이며 앞으로 뒤로 걸음을 내딛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나도 뭐 춤사위를 늘어놓는 수밖에.'
성준의 걸음걸이는 어느 민속춤놀이에서 본 것을 따라 하는 듯, 갈지자로 걸으며 껄렁껄렁했다.
무대에 오른 할머니들은 소녀 때로 돌아간 마냥 방긋방긋 웃으며 춤을 췄고, 함께 한 아저씨는 막걸리 한 잔 거하게 한 마냥 전통춤을 췄다.
이 날의 추억은 같이 여행하던 동료가 찍어 준 사진에 고스란히 담겼다. 무대에 오른 4명은 공연장을 찾은 관객 앞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누구보다 환하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