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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예 Jan 01. 2022

내 생각과는 다른 서른이었지만

오늘 나이를 하나 더 먹었다

신년을 맞아 본가에 내려와 카페를 들렀다. 처음 들어온 이 카페엔 생각보다 연령대가 많이 낮다. 정제되지 않은 말투, 돌진하는 듯한 어투들이 많이 들린다. 맞다. 이 동네 중고딩이 많았지..! 집으로 다시 돌아가기엔 길이 멀고 내 세포에 아아를 채워야 했기 때문에 그대로 앉았다. 


나이를 하나 더 먹었다. 갈수록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늘어난다. '어린 친구들, 요즘 친구들'이란 말이 내 입에 점점 붙고 있고 내겐 되돌아볼 '옛날 일'들이 더 많아져간다. 


1년만 지나도 스스로를 '어렸네'라며 비웃을 글이 될 수도 있지만.. :) 올해는 참.. '나이'가 마음 속 키워드였다. 나는 생각도 안하고 있는데 어떤 말을 듣고 오잉? 잊을만하면 아하! 그런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정말로, 많은가? 라는 생각을 했다.



내 생각과는 다른 서른이었지만


우리 회사는 연령대가 많이 낮다. 스타트업이고 대표님들도 나와 한두 살 차이. 세 번째로 가장 나이가 많은 나, 나보다 어린 팀원들이 거의 90%였다. 일도 열심히 하고 다들 성격도 참 좋지만 가끔 나이가 어린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또 나를 저격한 건 아니지만 내 또래의 나이가 많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길 때도 있었다. 분명 이 나이, 어느 회사를 가도 한참 일할 나이고 아직도 어린 축에 속하는 나이일 수도 있는데. 


특이한 환경에 놓여있다 보니 어린 팀원들을 통해 30대의 나이를 보는 시선들을 간혹 느낄 수 있었다 :) "헉 내년엔 OO살이에요ㅠㅠ 결혼은 20대 후반에 해야죠. 30, 31에 결혼하는 건 늦은 거 아니에요?" 등.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에이 아직 경험을 못해서 그렇지! 시간 지나면 다 생각이 바뀔 걸.'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흘러가는 농담에 잠시 위축된 적도 있었다.


2020년 마지막 밤, 나는 서른을 기다렸다! 어렸을 때부터 늘 나이를 더 먹는 것에 대한 생각, 두려움은 없었고 기대된다! 이런 자신만만한 글을 남겼던 것과는 다소 다른 2021년을 보냈다..


이런 고민 어디서 풀어내겠는가. 친구들뿐이지. 동갑을 만나면 항상 한 번씩은 꺼낸 주제였다. 


"우리 회사에서 팀원들은 이렇게 생각하더라? 이게 진짜 요즘 사람들의 생각이야? 우리가 대학생 때도 그렇게 생각 안했잖아!"


"아니 요즘 친구들 왜 이렇게 보수적이야?" ('요즘 친구들'이라는 보수적인 단어를 쓰면서 말이다.)


그러면 주변에 또래나 연령대 있는 사람들이 많은 회사에 다니는 애들의 말을 들으면 묘한 위로를 받았다. 유유상종인지 다들 결혼은 더 늦게, 비혼도 좋고. 또 그런 친구들 곁에는 그런 친구들만 있는 건지 친구의 친구도 비슷하더라. 그 세계관에서만 보면 또래들은 내가 겪은 것 같은 그렇게 생각 안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내가 너무 연령대가 낮은 회사에 다니니까 이러는 거지!' 의심을 말자. 내 원래 가치관을 잘 지키자!하며 겨우 겨우 내 마음을 다잡았다. 물론 이런 일들이 생기면서 신입, 인턴이 많은 이 회사에 대한 의구심도 점차 생기고 경력이 많은 사람들과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한참 강해지기도 했다.



그래도 외친다. '나는 어른이니까..!'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를 때, 소심이의 '욱'이 튀어나오려고 할 때. 외친다. "나는 어른이니까..!" 친한 팀원 분과 있을 때 약간은 화나는 일이 생기려고 하면, "후.. 저는 참을 수 있어요. 어른이니까요." 마법의 말처럼 '어른'을 내뱉었다. 그 말을 하는 내 자신이 웃겨서라도 화는 조금 가라 앉았고 이성적으로 생각을 그나마 할 수 있었다.


나이 드는 건 또 내 몫이고 어른처럼 행동해야 하는 건 내 의무다. 나이 드는 것도 서러우니 내가 나를 더 아끼려고 한다는 '나를 아끼는 마음' 책에서 본 것처럼 나를 더 아끼는 것만 내 의무면 참 좋을테지만. 어른이 되어야 하는 것이 내 의무다. 진짜 어른이 될지는 못할지언정 어른처럼 행동하고 그렇게 보여야는 한다.


이승희 작가님의 별게 다 영감 책을 받고 차르륵 넘기다 딱 멈췄다.


'좋은 어른이 되는 비밀'


10년이 넘도록 최고의 자리에 있는 유재석.

다른 사람들은 유재석씨가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게 가능하려면   해보다 

200%, 300% 내야 이게 가능하거든요.

유재석의 노력은 '유지'가 아니라는 거죠.

- 유퀴즈에서, 박지선 교수님


나이가 들면 들수록 단순히 나이로 놀라는 사람들도 늘겠지만. 그냥 나이드는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오늘, 작년보다 올해 더 노력해서 아직은 찾지 못한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나를 정의하는 건 내 자신이다. 2022년의 내 나이, 내 이름, 내 모습을 정의하고 만들어나가는 건 오로지 내 자신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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