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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하영 Sep 08. 2022

스트레스가 없는 발전은 없다

어른 학생들의 피아노 수업시간


그저 취미 생활인걸

나의 어른 학생들 취미 피아노 수업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스트레스 없는 수업”이다.  이미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본분을 다 할 내 학생들이 굳이 피아노를 배우러 와서까지 스트레스받길 원치 않는다. 친구들이 자꾸 잘 안돼서 미간을 찌푸리고, 한숨을 쉬고, 분노를 일으킬 것 같으면 재빠르게 나는 옆에서 “워~ 워~ 화내지 마, 크게 숨 들이마셔, 괜찮아~ 괜찮아~ 잘하고 있어!” 라며 그들의 열을 빠르게 식혀주느라 정신이 없다.

그렇지만, 스트레스가 필요한 순간이 온다. 그들이 좋아하는 곡을 만나 완성에 이르는 “성취감”을 가지고 싶어 할 때시간이 쌓였음에도 잘 늘지 않음에 스스로 위축될 때, 혹은 잘못된 습관들이 쌓였을 때 바로 잡을 필요가 있을 때 에는 불가피하게 나는 그들을 재촉하고 몰아세우고 잘 만들어질 수 있게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일부러 주기도 한다.


보통 옆에서 정말 “도”만 쳐도 잘한다고 외칠 정도로 그들에게 틈만 나면 칭찬을 해준다. 실제로 난 그들이 잘한다고 생각해서 주는 격려와 칭찬이다. 정말 그냥 “도”만 쳐서 그런 건 아니다. 필요한 강도와, 적절한 타이밍, 예쁜 손의 위치 등 좋은 “도”를 쳤을 때 주는 칭찬이지만 그들은 사실 자신들이 얼마큼 잘했는지 잘 모른다.


스트레가 필요한 인생이여

스트레스는 사실 없을 수가 없다고 한다. 다만 이 스트레스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풀어내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발전 강도가 달라지는 것 같다.

20세기 캐나다 내분비학자인 한스 셀리에(Hans Selye)는 스트레스를 "정신적·육체적 균형과 안정을 깨뜨리는 자극에 대해 자신이 있던 안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변화에 저항하는 반응"이라고 정의했다. 적당한 스트레스가 오히려 인체에 좋고 삶에 있어서 필요한 요소인 이유는, 애초에 스트레스가 생기는 이유가 비상사태에 대처할 힘을 주기 위해 아드레날린 등이 분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지식백과 & 나무 위키)


평소에 그냥 넘어가던 안되던 부분들이 있다. 처음에는 될 때까지 그냥 기다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한 부분을 똑같이 반복해서 틀리게 되면 그 부분은 문제가 자리 잡는다. 절대로 고쳐지지 않는 나의 습관이 되어 버린다. 예전에 아이를 가르칠 때 무조건 처음을 시작할 때 시작 음을 꼭 두세 번씩 쳐야 시작할 수 있는 아이가 있었다. 이런 부분들을 바로 잡으려면 스트레스를 겪어내야 한다.  

올바르게 쳐내는 지속적인 반복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 될 때까지. 그렇지만 그냥 반복이 아닌 평소보다 엄청난 집중력을 가지고 반복 훈련을 해야 한다. 이렇게 반복 연습을 시키면 몇 번의 실패 끝에 제대로 한 번 잘 치는 순간이 온다. 보통 이러면 “됐다!” 하며 정말 된 줄 알지만 그저 한 번의 우연일 수 있고, 또한 그저 한 번의 잘됨이 고정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올바르게 반복적으로 쳐낼 수 있는지 까지! 확인을 해야 한다. 이 시간을 대부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러한 반복의 과정을 즐기는 친구들이 있다. 그런 스트레스를 즐기고 자신이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해냈을 때의 쾌감을 아는 친구들이 조금씩 발전이 되고 어느 순간 늘어있는 것을 보게 된다. 나 또한 이러한 결과를 봤을 때 매우 만족스럽고 즐겁다.


사람의 집중력을 가질 수 있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다. 학생 중 한 명은 딱 40분이 넘어가면 갑자기 딴 사람이 되어버린다. 귀신같이 40분째가 되면 잘하던 것도 이상하게 치고, 건반으로 헛소리 하는 걸 들을 수가 있다  ٩(  )و 시간을 보면 딱 40분째이다. ^^ 이때 정말 너무 재밌어서 서로 눈을 마주치고 박장대소를 한다.

40분은 꽤 긴 시간이다. 단위가 짧은 친구들은 그 시간을 소중히 써야 한다. 나머지 시간은 편하게 하더라도 집중을 할 수 있는 그 시간 동안 강도 높은 Push가 필요하다. 옆에서 숨도 못 쉬게 몰아세우며 안 되는 구간을 쳐내도록 거칠게 다룬다. (이런 거 좋아하는 친구들도 꽤 있다 ^—-^) 목소리 톤도 조금 올라가고, 쉴 틈 없이 계속 연습을 하도록 한다.


끝나고 나면 살짝 미안해지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스트레스 없는 발전은 없어…”

사실 아무리 쉬운 곡이라도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제 템포에 치려고 한다면 충분한 반복, 그것도 틀리는 음 없이 잘 만들어진 완곡을 많은 반복의 과정을 가져야 정말 숙련된 듯 내 곡처럼 칠 수 있다. 전공을 한 친구들이야 당연히 이미 하루에 수십 시간씩 매일 해왔던 연습 시간들이 쌓여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곡들은 정도의 필요한 양의 연습 시간으로 쳐낼 수 있지만 그래도 그것조차도 더욱 하나의 완성된 곡처럼 치려면 계속적인 반복 훈련이 있어야 한다.

하물며 다 큰 성인이 되어서 피아노를 시작하거나, 재시작하거나 하는 친구들이 내가 듣는 그 앨범처럼 내가 치는 곡을 치고 싶으면 그보다 더한 훈련이 필요한 건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다. 절대로 머리만으로 칠 수 없는 것이 악기이다.

가끔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것들에 비유한다. 예전에 헬스를 다니며 웨이트를 열심히 한 적이 있는데, 정말 적은 무게부터 찬찬히 매일 들어 올리며 조금씩 근육이 생기고 힘이 길러지면서 조금 더 무거운 무게로 쳐내는 과정은 어떠한 일을 하던지 꾸준한 반복적인 훈련이 주는 결과물을 그대로 반영해준다. 피아노를 연습하고 발전을 해나가는 과정은 운동과 같다. 하루 이틀 만에 머리로 생각한다고 몸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매일의 훈련으로 인해 손가락에, 팔에, 등에 피아노를 치기 위한 근육이 길러 저야 자연스럽게 내가 치고 싶은 대로 건반을 누를 수 있고 소리를 낼 수 있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좋은 음악을 귀로 들어왔고, 이론적으로는 머리로 빠삭 한 나이이다. 그러기에 중간 과정에 대한 필요성의 이해도가 오히려 떨어지고 생각한 대로 소리가 나와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절대로 음악은, 악기는, 그리고 어떠한 일에도 훈련이 과정이 없는, 요령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악기는 절대로 재능만으로 발전할 수 없다. 신체적으로 훈련이 되어야 하고, 시간을 들인 만큼 눈에 보이게 실력이 느는 게 보이는 분야이다. 우리가 아는 모든 천재적인 연주자들은 [재능 + 엄청난 연습 강도]가 뒷받침해줬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연주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들도 똑같이 고뇌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는 그래서 그렇게 연습을 할 수 있는 것 또한 또 다른 재능이라고도 생각한다. 더 나은 결과물을 갖기 위해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계속 그걸 또 이겨내고, 다시금 한계에 부딪히면 또 다른 스트레스를 받고 그걸 또 깨고 이겨내고, 그러한 과정에서야 우리는 발전할 수 있다.


https://youtu.be/ZFcJHuncOo8

Rachmaninoff l 14 Romances, Op.34 No.14  Vocalise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이 너무 좋아서 공유하려고 한다.

라흐마니노프의 14개의 로맨스 중 14번 “보칼리제” 를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버전으로 편곡한 음악이다.

[엘렌 그리모]의 피아노와 [리사 부티아쉬빌리]의 바이올린 연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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