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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하영 Jul 26. 2023

어려운 것을 어렵다고 인정하고 시작하는 것

류쌤의 이야기



나는 피아노를 공부한 사람이다.


사람들은 보통 “피아노를 전공했어요”

라고 하면 엄청나게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며 “멋지다” “예술가다” 감탄을 하며 나를 새롭게 보며 좋아해 준다.

나는 그러면 “그저 피아노를 공부한 사람이에요”라고 이야기한다.

어렸을 적부터 교회며, 주변 다른 기악 악기 친구들을 반주하며 대학교 시절에도 반주를 많이 하며 결국 대학원을 반주전공으로 마쳤다. 그래서 반주자로서의 연주 생활은 했을지언정 사실 독주로 무대에 올라갔던 기회는 학창 시절이 전부이다. 주변에는 정말 재능으로 넘쳐나는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있기에 참 많이 위축되며 살았다. 음악에 항상 자신이 없었고 그저 계속되는 연습과 연습, 또 연습과 교수님의 엄한 교육시간을 당연하게 여기며 그 시간 자체를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막상 일반 주변 이웃들이 나에게 “피아니스트”라고 이야기하거나 “예술인”이라고 나를 소개하거나 이야기를 할 때면 스스로는 그렇게 쑥스러울 수 없다.


무조건 완벽하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났다.


완벽하지 않아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그리고 그 내가 가진 것 ‘정도’의 그리고 그 안에 내가 잘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찾아 자신감을 붙이기 시작했다. 나는 어차피 뛰어난 천재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내가 공부한, 그동안 시간과 정성과 사랑을 쏟았던 나의 음악이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다.


한 때, 사람들이 나한테 피아노를 쳐달라고 하면 맨 처음엔 자신감이 없고, 스스로 “피아노 전공자”가 보여줘야 할 수준의 테크닉과 그런 테크닉을 보여줘야만 할 것 같은 어려운 곡만 생각하며 아예 쳐주지 못했고, 조금 시간이 흐른 뒤에는 쉬운 곡들, 일반적인 사람들이 평소 들어봄직한 유명한 곡들로 쳐주기 시작했다.

 내 주변의 나에게 음악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그저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 자신이 칠 수 없기에 실제로 그 음악을 귀로 들어보는 일, 좋아하는 음악을 실제로 들어보는 시간 자체를 기대한 것인데 혼자서 유난스럽게 생각하며 어려워했던 시간들이었다. 피아노를 오랜시간 공부했는데, 그렇게 사람들에게 나의 연주를 들려주는 게 어려웠다.


내가 가진 실력이 세상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내가 나를 먼저 인정해 주고, 나의 음악을 사랑해 주고, 그러면서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로 성장시키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기준에 맞추게 되면 “높, 낮이”에 집착을 하게 된다.

기준을 그것에 둘게 아니라, “색”과 “방향”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그저 내 생김새를 온전히 받아들여야 한다.

’ 내가 이만큼 성장했구나 ‘ 의 기준은 과거의 나와 비교하며 가져야 한다. 방향을 잃었다면 다시 옳은 방향을 잡아가고, 그 색이 흐려졌다면 다시 덧칠을 해주고, 혹은 새로운 색을 입혀보기도 한다.


작곡가도 많고, 피아니스트들도 많다. 그들이 다 똑같은 음악을 하느냐? 절대 아니다. 같은 형식으로 모두 자신의 음악을 써 내려갔고, 같은 작품으로 자신만의 해석으로 음악을 연주해 나갔다.

물론 나는 연주를 “업“으로 살아가는, 정말 예술 속에 빠져 살아가는 <Pianist>는 아니다.

그러나 나도 나만의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


어려웠다. 어려워서 피해 갔다. 어느 순간 어려운 문제들을

“어려운 게 당연해. 이건 어려운 게 맞아, 어렵지만 해야 해, 어려우니까 더욱 노력해야 해, 어려운 걸 해보자”

라고 스스로에게 최면 같이 걸기 시작했다.

남들이 쉬워 보인다고, 쉽게 해내는데 나만 그것을 쉽게 하지 못한다는 생각, 아주 미련한 생각이다. 각자의 어려움이 다르다. 남들에겐 쉬워도 나에게 어려운 게 부끄러운 일이거나 어렵다고 피할 일이 아니다.


직면하기, 받아들이기, 인정하기.

나는 그저 ’ 피아노 전공생‘에서 벗어나 나름의 나만의 작은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었다.

지금은 내 이웃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학생들에게 나는 작게 작게 음악을 들려준다.


피아노를 평생 해와도 남들 앞에 연주하는 게 그렇게 어려웠던 과거에서 벗어나 지금은 자유롭고 즐겁게 피아노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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