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에 있는 것만 같았던
방문한날
2024.10.26. 토요일
더폴락은 아주 오래 전부터 맵에 마크해둔 곳이다. 전국에 있는 책방을 하나씩 알게 될 때마다 핀을 해두었고, 그 리스트는 이미 500개를 넘어섰다. 우리나라에 그만큼이나 책방이 많아졌다. 그 중에는 나중에 찾아보면 애석하게도 ‘장소가 존재하지 않습니다’와 같은 문구로 폐업을 알려오기도 한다. 한편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하는 다행스럽고 고마운 책방들도 있다. 그리고 나는 이 장소들에 하나씩 점을 찍으며 여행할 때마다 차곡차곡 방문하고 있다.
드디어, 그렇게 이번엔 더폴락에 가보게 된 것. 가기 전부터 잔뜩 설렜다.
맵에 찍으면 더폴락이 한 번 이전을 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두 군데가 검색이 되었다. 차 없이 KTX를 타고 간 여행이면서 렌트도 하지 않아서 우리는 카카오택시를 불러 더폴락을 찍고 이동했다. 그런데 안내된 대로 내린 곳에서는 책방을 찾을 수 없어 어리둥절해야 했다. 과연 다시금 맵을 찾아보니 또 다른 곳에 책방이 자리하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조금은 어렵게 찾아간 더폴락. 골목길을 돌고 돌아 아마도 책방의 분위기로 손짓하는 건물을 발견했다. 그리고 드디어, 더폴락의 입구에 다다랐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마치 손짓하는 것 같은 나무들. 어서 와요, 반가워요. 당신을 기쁘게 맞이합니다, 와 같이 환영하는 듯한 입구의 모습에 이미 반해버렸다.
남편이 커피를 마시는 사이 테이블과 책장의 책들을 하나하나 쓸어보며 한참을 구경했다. 지기님께 허락을 받고 사진도 찍어 보았다. 더 자세히 보지 못함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이곳에서 선물할 책 한 권, 읽고 싶은 책 두 권, 그리고 아이가 고른 플립북까지 모두 네 권을 구입했다.
책을 고르고 나도 커피를 한 잔 주문했다.
아이가 애정하는 이지은 작가님의 플립북. 이미 우리 집에 몇 개 있는데 이렇게 또 하나 모았다.
아이가 교보에 가서 다른 책도 사고 싶어해서 남편은 아이를 데리고 먼저 책방을 나섰다. 나는 커피를 마시며 잠시 홀로된 시간을 누렸다. 창밖을 내다보고, 새로 산 책의 책장을 넘겨 가면서. 잠깐의 쉼이 고요하고 평화로워서 감사했다.
마냥 지체할 수는 없어서 책을 좀 보다가 일어섰다. 참, 지기님께서 감사하게도 깜짝선물도 해주셨는데 요건 비밀.
아쉬움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또 사진을 찍었다. 책방만 오면 발걸음이 느려진다. 그래서 함께 찾은 가족들은 옆에서 호흡을 맞춰 함께 둘러보다가도 “우리는 나가서 메뚜기 잡고 있을게” 혹은 “엄마 이제 우리 다른 데 가자”라며 칭얼거리기 일쑤. 그래도 어디로 여행을 가든 책방에 들르는 건 이제 숙명(?)으로 받아들인 듯. 아이들의 마음에는 이러한 시간들이 어떤 무늬로 새겨질지 사뭇 궁금하기도 하다.
김소리의 <Just be myself>. 독립출판물을 이렇게나 감각 있게 만든 저자의 솜씨가 놀라웠다. 책이 좋기도 하고, 늘 기록에 대해 고민하는 내게도 인사이트를 줄 수 있을 것 같아 냉큼 데려왔다.
그리고 또 한 권은 이광호의 <흰 용서>. 이 책을 통해 ‘별빛들’이라는 출판사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담담하면서도 꾸준하게 써내려간 글. 저자의 책, 그리고 별빛들의 책도 하나씩 읽어보고 싶다. 내가 브런치 말고 다른 블로그에서 오랫동안 써온 닉네임이 별빛이기도 해서 왠지 더 마음이 간다.
더폴락에서의 시간은 오래 간직될 것 같다. 이렇게 사진과 글로, 책과 문장들 그리고 그곳의 어떤 안온했던 공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