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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송원 Nov 01. 2022

제주도 배낭 하나로 떠나기

부부의 제주도 백패킹 도전 일기

22년 7월, 우리 부부는 특별한 여름휴가를 계획했다.

바로, 백패킹으로 제주도 여름휴가 떠나기!

제주도 백패킹을 결심하게 된 큰 이유는 아이 계획과 금전적인 문제였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을 갈 수가 없다 보니 여름 성수기의 국내여행의 물가는 사실 동남아 여행을 떠나는 것보다 더 비싸긴 했다. (제주도는 특히나 더…!)

특히나 22년도 캠핑을 열심히 다니다 보니 생각보다 여름휴가 비용을 못 모았고, 욕심 상 여름휴가는 7일 정도 알차게 보내고 싶었다.

자는 것보단 먹는 것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는 우리 부부이기에 여름휴가에서 잠자리만 해결되어도 우린 너무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번째 이유는 23년도에 아이 계획을 가졌으니 그전에 아이가 생기면 하기 힘든 활동을 최대한 해보기 위해서였다. 현실적으로 아이가 태어나고 최소 4-5년 동안은 백패킹은 무리이지 않을까 싶었다. 오토캠핑이야 부모의 욕심으로 어떻게든 가겠지만 백패킹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테니까!


이 두 가지 이유로 우리는 제주도의 백패킹 휴가를 계획했다


첫째 날(2022.07.09)

일정: 저녁 비행기로 제주도 출발 > 제주공항 근처 숙소 체크인 > 간단한 저녁


제주 여행의 시작

저렴하게 떠나기 위해 최저가 항공을 검색하다 보니 황금 시간에 출발하는 건 어려웠다

어쩔 수 없이 저녁 도착 비행기로 끊은 우리는 “저녁에 술 한잔 하고 충전하면 되니 오히려 좋아!”을 외치며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도착하고 나니 역시나 어두운 밤이었고, 주변 가게들도 다 문을 닫고 있는 중이라 저녁을 편의점 음식으로 해결해야 했다

편의점에서 음식을 해결하고, 상체만 한 배낭을 메고 여행을 하니 마치 대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둘째 날(2022.07.10)

일정: 숙소 주변에서 아침 > 김녕 해수욕장 > 스노클링+바다 수영 > 해변에서의 바비큐 파티


이런 날씨면 만보 이만보도 걸을 수 있어!

늘 휴가철만 되면 태풍을 부르고 다니는 나인데,

늘 날씨 요괴라는 놀림을 받던 나인데, 이렇게 날씨가 좋다니!


둘째 날 아침은 초여름의 바람이 약간 부는 날씨에 강렬한 햇빛이 인상적이었다

원래 일정은 숙소 근처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바로 타고 김녕 해수욕장으로 넘어가는 거였지만 날씨가 너무 좋은 탓에 트래킹을 약간 해보기로 했다

나는 8키로, 남편은 11키로 무게의 백배낭

시원한 바닷바람과 예쁜 바다 풍경을 보며 걸을 생각에 조금 신이 났다

급한 일정 따위 없으니 천천히 사진도 많이 찍고, 대화도 하며 걸어갈 생각이었다

최대한 걸을 만큼 걷고 버스를 타볼 생각이었다


걷기 전 든든히 먹고 가기를 위해 숙소 근처 김치찌개 집에 들어갔고, 제주도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청보리 막걸리도 한 잔 시켰다! (차를 안 가지고 다니니 이게 너무 좋다)


한 공기 그득 먹고 배가 부른 우리는 본격적으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남편의 배낭은 11킬로, 내 배낭은 8킬로였다

초등학생 저학년 아이 한 명씩 업고 다니는 꼴이었다

처음 1킬로 정도는 무난히 걸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태양은 너무 뜨거웠고, 땀에 지친 우리는 현기증이 나기 시작했다

혹, 정말 체력이 좋은 분들이더라 하더라도 가능하면 여름에는 트래킹을 2킬로 미만으로 잡고 쉬었다가 가는 걸 추천한다


결국 힘들어서 버스를 탄 우리는 그 자리에서 기절하듯이 꿀잠을 잤다

에어컨이라는 문물이 어찌나 감사하고 행복하던지…!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김녕해수욕장은 더워서인지 캠핑을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다만, 그늘 한 점 없어 너무 더웠다

백패킹용 타프가 없어 오토캠핑용 타프를 챙길지 말지 수없이 고민했는데 없었다면 난 아마 첫날부터 백패킹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무게가 아무래도 백패킹용이 아니다 보니 폴대 포함해서 5킬로가 넘고 부피도 크다 보니 챙기는데 정말 고민이 많이 되었던 건 사실이다

만약 다시 한번 제주로 백패킹을 떠난다면 실타프를 구매해서 그늘이 있는 박지로 가야겠다…^^


물고기 떼를 본 스노쿨링

해수욕장에는 남녀노소 사람이 정말 많았다

물놀이를 워낙 좋아하는 우리는 꾸역꾸역 구명조끼와 스노클링 장비를 챙겨 왔는데, 안 챙겨 왔으면 후회할 뻔했다

깊은 김녕해수욕장은 바위틈 사이를 헤엄치는 물고기 천지였고, 생각보다 물이 맑아 수영하기 너무 좋았다

최근에 한 스노클링 중 가장 많은 물고기를 만났다

물놀이를 실컷 하고 나니 엄청나게 배가 고파졌다

마트에서 한라산과 돼지 특수부위를 사서 먹었는데

힘들어서 그런 건지, 아님 정말 돼지가 좋아서 그런 건지 인생에서 최고의 돼지고기를 먹은 것 같았다!

캠핑을 그렇게 많이 다니며 온갖 음식을 먹었지만 이 돼지고기는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


이대로 행복한 줄만 알았던 우리의 둘째 날 백패킹..!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너무 행복했다 (정말로)

밤이 되자 바다의 서늘한 바람의 흐름은 바뀌어 육지에서 바다로 바람이 빠져나가 너무 더웠다

더위에 지쳐 한 시간에 한 번씩 몸을 뒤척이며 잠을 못 들었는데


새벽 3시,

타프에 토독토독 소리를 내며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느덧 소리는 무서운 소리로 바뀌었다

날씨 요괴가 또 한 건 했다

태풍급의 비가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했고, 바람은 거세었다

타프 밑에 두었던 물건들 중 정리할 수 있는 물건들은 서둘러 정리해 가방에 넣었고, 타프는 최대한 당겨 팽팽하게 만들었다


뜬 눈으로 보낸 뒤 셋째 날 아침이 밝았다

잠을 거의 자지 못해 몽롱했다

어서 몸을 일으켜 철수해야지


셋째 날은 제주도에 살고 있는 남편 친구네 부부의 집에서 재정비를 하고 다 같이 놀기로 한 약속이 있었다

만약 셋째 날에 일정이 없었다면 우리는 그냥 하루 더 여기 머무르며 힘든 철수를 굳이 택하지 않았겠지만 이미 약속이 있으니 어쩔 수 없지

우리는 최대한 빠르게 철수한 뒤 근처 해수 사우나에서 씻고 친구네 부부를 기다리기로 했다 (자동차 만세)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짐이 많아 레인커버가 씌워지지 않아 가방을 보호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몸은 젖어도 가방은 젖게 하지 말자


백패킹 가방이 비에 안맞는 재질이면 좋겠지만 천이라 비에 젖으면 말리는 데도 시간이 한참 걸릴 것 같았고 안에 있는 장비들까지 모두 다 젖을 것 같았다

일이 커지는 걸 막기 위해 우리는 편의점에서 우비를 사서 가방에 열심히 씌우고 었고, 그런 우리를 보며 편의점 사장님이 안쓰러운 눈으로 우릴 바라보며  마디 하셨다


“그러지 말고 내가 김장 봉투 하나 줄테니 그걸로 가방 싸고 우비는 입어”


자식같아서 안 도와줄 수가 없다는 말과 함께 사장님은 김장봉투에 칼집을 내 가방 어깨끈을

뺄 수 있게도 도와주셨다

사장님의 온정 덕분에 우리는  거지꼴이 되었다


김녕해수욕장에 거지꼴을 하고 들어가 창피했지만 뜨거운 물에 몸을 맡기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나이 서른 넘고 굳이 이런 고생을 사서 하는 우리가 웃기기도 했고, 또 이 상황이 너무 재미있었다

몸은 피곤한데 이상하게 더 즐겁고 흥미로운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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