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송원 Jan 17. 2024

봄을 기다리며

봄을 만나기 전 마음 다지기

안녕 봄아? 너를 만나기까지의 이야기를 써보려 해.

너를 기다리며 지낸 시간들이 너무 소중한데 이렇게 글로 남기지 않으면 쉽게 잊어버릴 것 같아 아쉬워서 말이야.

훗날 이 글을 네가 읽을 때 엄마가 느낀 감정을 너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엄마는 아이를 갖는 게 굉장히 두려웠어.

너의 외할머니, 그러니까 엄마의 엄마와의 좋은 추억이 많지 않았거든

외할머니는 바쁜 부모를 둔 탓에 사랑을 많이 받아본 적이 없으셨어.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사셨다고는 해.

당시 집에 대문에 3개가 있을 정도로 큰 부자셨다고 하더라. 그렇지만 장사하시는 분들이라 워낙 바쁘신 탓에 부모님과의 대화나 스킨십은 전혀 없으셨대.

그래서 그런지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어떻게 사랑을 줘야 할지 모르셨던 것 같아.

잘못된 사랑으로 억압과 집착이 좀 있으신 편이었어.

단편적인 예로, 엄마가 고등학교 때 미술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당시 외할머니는 신학대학원을 가고 싶어하셨어.

아무래도 미술도 큰 돈이고 대학원 비용도 큰 돈이 들기에 둘 중 한가지만 선택해서 아버지가 지원해주기로 했어. 그때 외할머니는 아주 크게 화를 내며

“내가 너 때문에 내 꿈을 포기해야겠니?”라며 들고 있던 빨래를 던지셨어. 나를 위해 꿈을 포기하길 원하진 않았지만 대화로 풀어보자는 얘기에 저렇게 화를 낸 것에 이해도 안가고 큰 상처를 받았던 것 같아.


이런 엄마(외할머니)를 보며, 나도 똑같은 엄마가 되면 어쩌지? 혹시 나도 나의 엄마처럼 자녀에게 사랑을 줄 줄 모르고 욕심과 집착만 부리는 엄마가 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너무나 컸어.


그런데, 이 생각을 깨준 건 너의 아빠의 역할이 매우 컸어.

아빠는 아이를 갖고 싶은 생각이 너무나 컸거든.

엄마와 본인을 닮은 아이를 갖고 싶단 생각이 정말 컸대. 친구들이 아이들과 함께 단란하게 가정을 꾸리고 사는 걸 보니 행복해 보이기도 하고 부러웠기도 했을 것 같아.


사실 아빠도 본인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케이스이긴 해.

그 시절의 아버지들은 자녀와의 대화보단 일을 하고, 또 가정에 생계를 책임지는 것만이 본인의 역할이라 생각하셨거든.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아버지셨어.

그런데 아빠는 엄마처럼 겁을 먹는 것보단 ‘저런 아빠는 절대 되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을 갖는 멋진 사람이었어.

그리고 그 용기를 엄마에게도 늘 심어줬어


“난 우리 둘이 지금처럼 행복하게 사는 것도 좋아. 네가 원한다면! 그렇지만, 두려움 때문에 네가 애를 안 갖는 건 아니었으면 해. 내가 본 너는 절대 장모님 같은 엄마가 되진 않을 거야! 다른 사람이거든”


그렇게 결혼 생활 3년을 보내고

봄이를 만나기로 다짐을 했어!


봄아, 엄마도 다짐과 달리 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할 수도 있어.

하지만, 엄마는 늘 봄이를 만나기 전의 다짐을 잊지 않고 노력할게!


우리 잘 지내보자!

작가의 이전글 제주도 배낭 하나로 떠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