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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송원 Jan 17. 2024

봄을 기다리며

봄은 정말 올까요?

봄아 안녕?

오늘은 너를 만나기 전 이야기를 해보려 해.

엄마랑 아빠가 3년간의 긴 고민 끝에 봄이를 만나야겠다고 결심은 했는데 생각보다 봄이를 만나는 건 쉽지가 않더라.


임신을 위해서는 생각보다 포기해야 할 것들이 많더라고!


홀로 떠난 백패킹 여행

첫 번째로는 좋아하던 것들을 내려놓았어.

그중 하나로 엄마는 캠핑 중에서도 백패킹을 정말 좋아했었어.

배낭 하나로 두 발만 있으면 떠날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어 두 달에 한 번씩 혼자 훌쩍 떠나곤 했었어.

작년 여름엔 아빠와 제주도로도 함께 백패킹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고 말이야.

아마 봄이가 태어나고 나도 이 좋아하던 백패킹을

가는 건 쉽지 않을 거야. 백패킹뿐 아니라 그냥 캠핑도 어느 정도 봄이가 크고 나서 가능할 거고

두 번째로는 좋아하던 술을 내려놓았어.

엄마랑 아빠는 둘이 이야기하며 술을 마시는 시간을 꽤나 좋아했어. 맛있는 음식,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서 좋아했던 걸까?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으면 그날 저녁 맛있는 안주를 만들고 한 잔 하며 스트레스를 털곤 했거든.

사실 처음에는 술을 아예 먹지 않으려 했는데,

뒤에 얘기하겠지만 생각보다 봄이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조금씩 먹긴 했어…! (이해해 줄 거지?)


마지막으로 회사의 욕심을 내려놓았어.

엄마는 인정을 받고 싶은 욕심이 굉장히 컸었어.

그리고 일로 성공하고도 싶었고.

그런데 임신을 하려고 보니 육아휴직이라는 두려움이 크더라고. 엄마가 하는 업무가 아무래도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고 읽어야 하는 마케팅 업무이다 보니 1년을 쉬고 왔을 때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크더라고.

그리고 엄마가 봄이와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다른 친구들은 더 승진하고 업무의 스킬을 쌓고 있을 걸 아니까 질투가 나더라고.


좋아하는 것들과 해야 할 것들을 내려놓는 건 쉽지가 않았어.

아무래도 봄이가 태어나고 나면 엄마를 위한 쇼핑보단 봄이를 위한 물건들을 구매하는 것이 더 많아질 거고,

엄마의 취미생활보단 봄이와의 추억을 먼저 생각하는 걸로 생각이 많이 바뀔 것 같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이를 만나기로 결심한 이유는 아빠와 엄마의 행복을 위해서라기 보단, 엄마와 아빠가 만난 이 행복한 순간을 봄이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어.

엄마랑 아빠 둘이서 즐기던 순간들을 봄이와 함께 즐긴다면 더 기쁨이 배가 되진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준비를 시작했어.


그런데 생각보다 봄이를 만나는 건 쉽지 않았어.

영양제를 절대 챙겨 먹지 않던 우리 부부는 엽산을 여행을 가더라도 꼭 챙겨가며 하루도 빠짐없이 1년여간 먹었어.

그리고 매달 가임기엔 꼭, 그리고 가임기가 아니더라도 아빠와 함께 봄이를 만나기 위해 시도를 했었어.


엄마 나이 32, 아빠 나이 35.

사실 엄마랑 아빠는 나이가 많지 않다고 생각했고, 백패킹을 다닐 정도로 체력이 꽤나 좋아 건강에 자부했었던 것 같아.

그래서 봄이는 한 번에 생길 거라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

봄이를 기다린 지 1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더라도 소식은 전혀 없었어.

매달 숙제처럼 임신테스트기를 들고 화장실로 가는 기분은 영 좋지 않더라고.

예전엔 생리를 하면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생리가 시작되면 속상한 마음이 먼저 들더라고.


그리고 호르몬의 영향인지 몸도 그리 좋지 않았어.

없던 배란통과 생리통이 생겼고, 피부 트러블도 나더라고.

생리 주기는 불규칙해지기 시작했어. 매달 꼬박꼬박 일정 주기가 틀어진 적이 없었는데 1주일에서 2주일 정도는 틀어지는 것이 일도 아니더라고!

그리고 매달 임신을 기다리는 마음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면서 예민해지더라.

그렇게 5달쯤 되었을 땐 예민함이 극에 달했었어.

하루는 아빠 친구가 집에 놀러 와 술을 한 잔 하는데 임신이 되지 않아 너무 속상하다고 오열을 했지 뭐야.

난임 센터를 다니는 분들이나 더 오랜 시간 동안 임신을 기다리는 분들이 들으면 고작 5개월 가지고 호들갑일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엄마는 그 시간이 참 힘들었었어. 워낙 성격이 급하고 기다리는 걸 못해서 그런 것 같아.


6개월이 되던 달, 스트레스로 임신을 시도하기가 싫어지고 나도 모르게 아빠에게 날카롭게 대하는 걸 보고 엄마는 임신 테스트기를 모두 버렸어.

계산하지 않고 마음을 비운 채로 기다리기로 한 거지.


그러던 중 생리 전 증후군이 있길래 이번에도 아니구나 하며 생리를 기다리던 중이었어.

예정일이 일주일 지나던 중 친구들과의 단체 카톡방에 생각 없이 가슴이 땡땡하게 붓고 골반만 아픈데 생리를 안 하네라고 적었더니 친구가 임신 아니야?라고 하더라고.

평소였다면 스트레스가 크니 그냥 흘러 듣고 말았을 텐데 그날은 기대감 때문이었을까? 해보고 싶더라고.

그래서 편의점에서 부랴부랴 임신테스트기를 사 와서

해봤는데 처음으로 선명한 두줄이 다가왔어.

엄마랑 아빠는 뛰면서 기뻐했고,

아빠는 그날 회사를 안 가겠다며 난리를 쳤단다.

(엄마가 등짝 스매싱을 날리며 보내버렸지)

혹시나 싶어 아빠가 출근한 뒤에 편의점에서 임신 테스트기를 몇 개를 더 사 와서 테스트를 해봤어.

계속해서 두줄이 뜨는 걸 보니 마음에 안심이 되면서 눈물이 나더라고


다음 날, 아빠와 봄이의 둘째 이모네 부부와 함께 산부인과를 가서 아기집을 확인했어.

드디어 봄이가 찾아왔구나 하는 마음에 엄마랑 아빠는 진료실을 나와 한참을 울었어.


봄이야, 다시 한번 찾아와 줘서 정말 고마워

우리 건강하게 꼭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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