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akeaway Jan 21. 2021

‘2020년’-‘m씽크’=0

mbc 청년시청자위원회, m씽크 3기 후기

2020년,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날 뻔한 내 2020년에 한 가지 재미가 들어섰다. m씽크로 어떤 후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한 끝에 나는 그 재미를 함께 공유하기로 했다. 


재미1, ‘지원서를 가장한 이야기판

지원 당시 제출했던 내 이야기

소문난 드라마 덕후다. 남들이 보는 드라마부터 보지 않는 드라마까지 즐기곤 했다. 요즘 같이 간단한 것과 가벼운 것들이 주를 이루는 시기에 사실 나 같은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덕후란 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함께 공유하고 앞으로를 유추하면서 이야기할 장이 필요한데 점점 마땅치 않았다. 그러던 중, m씽크 지원서는 내가 보고 즐기는 것에 대해 신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것이 어떤 이야기든 내가 mbc 콘텐츠를 보고 느낀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      


토 해내다시피 적어낸 지원서에서는 사실 좋은 이야기만 있지는 않았다. 보면서 느꼈던 모든 것을 털어냈고, 감사하게도 m씽크는 그런 내 시선을 외면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다소 건방질 수 있었던, 오만이 가득했던 평가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오만과 편견에서 흘러나온 나의 강렬한 덕후력이 닿았는지 나는 다음의 ‘재미’를 즐길 수 있었다.     


재미2, ‘면접을 가장한 해우소


m씽크 면접은 서류 합격자들에 한해 며칠에 나눠봤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는 첫 번째날, 첫 조의, 첫 사람으로 들어갔다. 아주 사시나무 떨듯 떨기 딱 좋은 포지션이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나에겐 개운한 기운만이 가득했다.      


앞에서도 말했듯 내가 관심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들을 온전히 드러내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참 신기하게도 m씽크는 나의 관심사에 대해 같은 관심을 가지고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해우소 같은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남들은 면접이라 부르는 그곳이 나에겐 해우소 같았다.      


나의 이야기보따리를 맘껏 풀 수 있는 공간이었다. 맞춤형 질문들이 가득했다. 지원서에 적어주신 이 드라마 보면서 어떤 게 아쉬웠어요? mbc 드라마 요즘 어때요? 어떤 거 보고 싶어요? 열심히 보면서 생각해왔던 것들을 내뱉을 수 있는 공간이 없어 꾹꾹 묵혀만 왔는데 ‘면접’이라 불리는 장소에서 나의 답변은 봇물 터지듯 새어 나왔다. 사실 물어만 보고 들어주지 않았다면 그렇게 열심히 대답할 수도 없었겠지.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면접관의 마스크를 뚫고 나오던 리액션과 경청하며 들어주던 눈빛들이 생생하다. 덕분에 아주 개운한 해우소를 만난 기분이었다.

  

재미3내 자존감 지킴이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자존감을 지켜내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나 m씽크를 지원할 당시에 암울했던 취준 시절을 겪고 있던 나의 자존감은 바닥을 찍었다. m씽크를 하게 됐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바뀌진 않았다. 나 자신에 대해 의심의 의심을 거듭했다. 그런 마음으로 처음 내게 된 글은 내가 봐도 형편없었다. 나의 소중한 똥이라고 해야 하나. 심혈을 기울여 정성껏 써냈지만 결과물이 영 아름답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한계를 보는 듯 해 속상하기도 했다. 나의 최선이 이 정도라니.


에디터님의 정성스러운 피드백 & 나의 11편의 글쓰기


그렇게 울며 겨자 먹기로 제출한 첫 번째 글에서 나는 의외의 답장을 받았다. 나의 글을 가장 처음 만나는 에디터님은 글에 대한 자세한 감상평과 함께 건강한 피드백을 주셨다. 당근과 채찍 중 당근의 비율이 조금 더 높은 메시지였다. 누군가가 내 글을 자세히 읽고 나의 글이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적절한 피드백을 준다는 게 너무나 소중했다. 나도 재미없는 내 글이었는데 내 똥을 이리 소중히 다뤄주시다니.      


이후에도 내 자존감 지킴이 생활을 계속됐다. 설사 또 똥을 내놓더라도 이 똥은 이런 게 재밌고 왜 이랬는지 궁금해해 주시고, 얼마나 멋진 똥인지 함께 감탄해주셨다. 그 리액션에 힘입어 아주 신나게 내 머릿속의 모든 것을 배출해낼 수 있었다. 보여주는 글이라는 게 나에겐 참 이데아 같아서 매일 일기를 쓰면서 소심하게 갈증을 해소해 나가곤 했는데 m씽크를 통해 글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용기를 얻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6개월간 11개의 글을 써낼 수 있었다.     

혜자로운 FGI와  월별 테마활동들


이 외에도 mbc의 프로그램을 한 발 먼저, 더 깊이, 더 직접적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던 다양한 FGI, 코로나도 뚫고 못해도 한 달에 한 번씩 어떤 식으로든 이뤄진 강의들, 푸짐하게 챙겨주시던 간식과 고퀄리티의 식사들, 끊임없이 이어지던 좋은 기회로 얻어낸 상금들, 코로나가 기승을 부려도 비대면으로 누구보다 화려하게 장식해준 발대식부터 해단식까지. 코로나 덕택에 다른 기수에 비해 반의 반도 누리지 못했지만 그래서 이 정도라면 너무 남는 장사였다.      


사실 m씽크를 활동하면서 취직이 된 후에도 나는 m씽크를 놓지 못했다. 일을 마치고 글을 써내야 할 때면 지치고 고되기도 했지만 놓을 이유가 없었다. 온몸으로 즐길 수 있는 재미들이 m씽크에 널려있어 오히려 퇴근 후의 나를 달래기도 했고, 나의 2020년을 꽉 채울 만큼 m씽크 없는 2020년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일과 병행하는 활동이라니, 말만 들어도 피곤한 이 상황에 놓인 나는 그저 m씽크를 떠나보내는 지금이 아쉽기만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듀! M씽크 3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