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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배 Nov 25. 2021

내 글이 다음 메인에 걸리고 생긴 변화들

브런치는 어떤 글을 다음 메인에 올리는가

폭풍 같은 3일이었다. 엊그제 저녁 식사를 하고 핸드폰을 확인했는데 <연세대를 포기하고 미국 전문대를 가는 이유> 조회수가 1만을 넘었다는 알림이 도착했다. 그 뒤로 3일 동안 첫날 2만 명, 둘째 날 3만 명, 오늘 오전까지 1만 명이 내 글을 읽었다. 더 이상 급증하지 않는 것을 봐서는 메인에서 내려간 것 같다. 게시글 4개, 첫 글 올린 지 일주일 만에 이룬 쾌거다. 구독자도 32명으로 늘었다. (친구들도 절반 정도는 차지하는 것 같다.)


내 작품이 플랫폼 메인에 걸린 것은 처음이다.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입대 전에 짧게 유튜브도 해보고 인스타그램에 글도 써보고 했지만 도달률이 높지 않았다. 항상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기회가 생긴다고 믿어 왔다. 그리고 이번에 그것을 확실히 느꼈다.


아니, 제 말 뜻은 그게 아니고요...

솔직히 무서웠다. 댓글이 달릴 때마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눈 꼭 감고 확인했다. 악플만은 아니길 바라며. 다행히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만한 댓글은 없었다. '연세대도 좋은 학교다', '국제 순위 의미 없다', '졸업하고 오는 게 좋다', '나도 같은 길을 걸었다', '응원한다' 이런 댓글들이 달렸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읽다 보니 글의 포인트를 다르게 잡는 것 같다. 나의 잘못이다. 포인트를 '연세대', '고학력'에 맞춘 댓글들이 많은데 내 제목이 문제인 것 같다. 제목을 다소 자극적으로 짓기는 했다. (문제는 그러지 않았으면 메인에 올라가지도, 눌러보지도 않을 것 같은데...) 한국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을 소재를 꺼낸다는 게 목표였는데, 그 목표에 가려 내 글의 핵심을 전달하는 데는 실패한 것 같다.


2통의 메일

3일 동안 작가에게 연락하기를 통해 2통의 메일이 왔다. 목적은 두 통 모두 '기타'였다. 두 분 모두 내게 조언을 주고자 긴 글을 남겨주셨다. 난 이런 연락이 기회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흥미를 돋우고, 긴 글을 써서 도움을 주고 싶은 내용이라는 것이니까. 두 분 모두 과거의 자기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나를 도와주려고 하셨다. 따뜻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받고는 계획에 참고하기로 했다.


메인에 올라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번 내 글이 메인에 올라간 것을 보면 라이킷이나 구독자는 메인에 올라가는 중요 요소가 아닌 것 같다. 지금 내 글 모두 라이킷이 10개가 살짝 넘는 수준이고 구독자는 32명이다. 뜨기 전에는 구독자는 10명도 안 됐다.


글의 제목이 다한 것 같다. 오늘 제목도 좀 자극적이다.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에 내 글이 어떻게 해야 많은 사람에게 읽힐까 찾아보았었는데, 하나 같이 궁금증을 유발하는 제목이라고 했다. 그리고 나도 이에 동의한다. 나의 스타일을 약간 포기하고 어떤 글이 잘 읽힐지 고민했다. 물론, 글의 내용도 탄탄해야 한다.


그리고 브런치의 글이 다음 메인에 올라갈 수 있는 경로가 많이 없다. 보통은 뉴스나 커뮤니티 글들이 차지하고 있다. 메인에서 브런치 접속 경로는 내 글이 올라간 직장IN이 가장 대표적이다. (대학생도 직장인인가?) 그 외에 머니, 홈&쿠킹, 동물 등에도 올라가기도 한다. 메인을 노린다면 여기에 올라오는 브런치 글들을 분석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야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질 테니까. 혹시 더 알게 된 내용이 있다면 추가/수정하겠다.


솔직히 나는 자극적이거나 흥미로운 사실의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중에 원래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을 올릴 때 알게 되겠지만 일상의 고찰이나 사물과 사건에 대한 생각이 담긴 글들을 많이 써 왔다. 어딘가 지금 내 브런치 글들의 감성과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여전히 궁금한 것도 남아 있다. 나는 꾸준히 읽히사랑받는 글을 쓰고 싶은데 아직은 라이킷과 구독자를 어떻게 늘리는지는 모르겠다. 나도 다른 사람의 글을 라이킷해야 하나? 사실 지금은 글이 적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를 테니 라이킷과 구독까지 바라는 건 욕심인 것 같다. 지금은 좋은 글들을 쓰는 것을 목표로 하자.


브런치 사용자 통계, 몇 가지 가설들

이번 기회에 브런치 통계를 자주 들락거렸다. 새로고침할 때마다 오르는 조회수가 신기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메인에 뜨지 않은 다른 글들은 얼마나 읽히는지 궁금해서 몇 가지 가설을 세워보았다.


다음 글보다는 이전 글을 더 많이 본다.

이틀 동안 다음 글보다 이전 글이 더 많이 읽혔다. 오늘은 다음 글이 더 많이 읽히긴 했는데 그것은 비교적 최근에 올린 글이라 그런 것 같다.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 제목이 더 끌렸을 수도 있고 사진이 더 매력적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UX 때문이라는 생각을 한다. 스크롤을 내려보면 이전 글이 다음 글보다 위에 있다. 그냥 무의식적으로 윗글을 눌러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유입된 사람들의 1%만 다른 글을 찾아본다.

확실하지는 않다. 수치만 가지고 알 수는 없으니까. 다른 글들은 메인 글보다 100분의 1보다 조금 많은 정도로 조회수를 기록했다. 브런치로 들어온 사람들을 빼면 약 1% 정도 될 것 같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전 글이 조금 더 많기는 했지만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이 가설들은 나중에 메인에 또 뜨는 행운이 찾아왔을 때 다시 검증해볼 생각이다.

앞에서부터 23일~25일 오후까지의 통계. 이전 글 '왜 교환학생으로 안 가?'가 다음 글 '돈을 벌어야 한다, 일하지 않고'보다 더 많이 읽혔다. 조회수는 메인글의 1% 수준.

많은 글보다는 깊은 글을

초심자의 행운이 너무 빨리 찾아온 건 아닌가 싶다. 메인에 올라갔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뜻깊은 경험이다. 덕분에 브런치 글에 자신감을 얻었다.


다작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지만 꾸준한 것은 좋은 것 같다. 워낙 기록을 오래 해왔고 글쓰기를 좋아해서 글을 발행하는 데 힘이 들지는 않다. 사실 난 무조건적인 다작보다는 적은 글이라도 생각이 많아지거나 동기부여가 되는 글을 쓰고 싶다. 글 발행 수가 많아지면 서로 내용이 비슷해지기 마련이며 웬만큼 흥미를 끌지 않는 이상 잘 안 읽게 된다.


그래도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조회수가 급증한 뒤로 글을 하루에 하나씩은 올렸다. 이제는 셀프 브랜딩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무조건 글감이 생겼다고 올리기보다는 지금까지 썼던 글과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가, 올릴 글과 비슷한 주제를 얼마나 꾸준히 더 올릴 수 있는가를 고민해보아야겠다.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생기니 글 쓸 맛이 난다. 댓글이라면 가장 좋고 라이킷이나 구독을 해주면 감사하겠지만 그러지 않아도 조회수가 늘어가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다. 부족한 글에도 매번 라이킷을 눌러주시는 감사한 독자님들이 있다. 덕분에 힘이 난다. 오늘도 내 글이 누군가에게 울림이 되기를 바라며. 이제부터 브런치,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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