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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배 Nov 21. 2021

연세대를 포기하고 미국 전문대를 가는 이유

캘리포니아 커뮤니티 컬리지 선택기

Community College (이하 CC)는 분명 전문대학이 아닌데 마땅히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친구들한테는 CC를 간다고 말하고 한국의 전문대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2년제 -캘리포니아주는 대부분 쿼터제라 더 빨리 수료할 수도 있지만- 라서 설명하기는 간편하다. 그래도 연세대를 포기하고 굳이 CC를 갈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다.


왜 하필 CC인가?

글쎄, 국제 사회에서 연세대가 얼마나 유망한 대학인지는 잘 모르겠다. KAIST도 서울대도 아니고 심지어 이름이 Korea(고려)도 아닌데 외국에 나가서 말해봐야 얼마나 알까. 국제 순위에서 그렇게 밀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일반인들에게 인지도 있는 수준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굳이 CC를 갈 필요는 없지 않으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외국에 거점을 잡아 발판 삼으려고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CC는 그러기에 좋은 선택지다. 한국이 좋다면 다시 돌아오지 뭐.


CC가 아닌 종합대학 편입은 애초에 선택지에서 제외했다. 미국 유수의 사립대학들은 학비가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유학생들은 재정 보조를 받기도 어려워 더욱 부담이 크다. 내가 정말 학문을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전에도 말했던 것처럼 딱 CC가 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CC, 어디로 갈 것인가!

CC로 가기로 마음을 먹고 캘리포니아의 CC들을 찾아보았다. 실리콘밸리가 캘리포니아에 있다는 것은 얼핏 알았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가까운 것은 몰랐다. 처음에 샌프란시스코 주변 CC들을 검색해보다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빅테크 기업까지 가는 데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 것을 알았다. 나는 자전거 타고도 기업에 갈 수 있는 거리를 원한다.


결국 구글의 도움을 빌리기로 했다. 구글에서 찾아보다가 알게 된 건데 우리나라 유학원들이 정말 좋은 소스들을 많이 제공하고 있다. 유학원에 등록하는 일은 없겠지만 적어도 확실한 정보들을 얻는 것은 나쁘지 않겠다. 유학원에서 제공해준 실리콘밸리 CC로 몇 개의 후보가 있었고 그중 De Anza College가 딱 실리콘밸리 요충지에 있었다. 근처에서 자취하면 자전거를 타고도 주변 기업들을 다닐 수 있을 정도다. 주변 기업이라고 하면 Apple, NVIDIA 같은 회사들을 말한다.


미국행 글을 공유하고 나서 친구들에게 조언을 많이 받았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한 친구는 CC가 아무리 합격률이 높다 해도 여러 군데를 지원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대학 원서에 제한이 없다고 한다. 적어도 4~5군데는 지원하고, 많게는 10군데 넘게 지원한다고 한다. 지원하는 것도 일이고 돈이기 때문에 근처 CC를 알아보고 몇 군데 더 지원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인다. 일단 학교를 떨어지면 유학 계획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 주변 기업들을 보고 학교를 정하는 건 사실 합리적인 선택은 아니다. 그래도 내가 추구하는 바는 공부보다도 경험에 있기 때문에 이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믿는다. 게다가 한국 유학원에서 추천해주는 곳이니 한국인들도 적당히 만나고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


편입 안 한다면서 편입을 고민한다고?

CC를 선택했을 때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난다. 바로 편입학이다. 입시 지옥이라 불리는 한국에서도 나름 공부를 즐겨한 사람으로서 대학원 진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석사나 박사까지 생각한다면 미국의 종합대학을 다녀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생각이 든다.


실제로 한국에서 입시를 하지 않고 미국 CC를 다닌 뒤 4년제 종합대학에 편입학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게다가 캘리포니아는 UC 계열의 학교들에서 캘리포니아 CC 수료자들을 편입학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두었다. 심지어는 캘리포니아 주에는 TAG (Transfer Admission Guarantee)라고 캘리포니아 주 CC에서 UC 등으로 편입학이 보장된 제도도 있다. 물론 유명 캠퍼스(UCLA, UC Berkley)는 가기 어렵다. 그래도 캘리포니아 주 CC에서 UC로 편입하는 인원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할당해야 한다고 한다. 그만큼 기회가 열려 있다는 뜻이다.


기왕 공부하는 거 잘하는 게 낫다. 연필잡이 인생에서 잘하는 게 앉아서 공부하는 일인데 잘 못하는 것도 이상하다. 사람 일이라는 게 어떻게 풀릴지 모르는 일이기에 편입학은 분명히 매력적인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 가서 편입을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삶의 여유가 있다는 것일 테니. 편입학은 미래의 내게 맡기도록 하자.


자퇴는 아직, 그렇지만 차라리

지금으로서는 연세대를 완전히 포기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학이 아닌 다른 것으로 나를 증명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학교에 너무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자퇴를 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때는 정말 완전히 포기하고 미국 학교에 전념을 하거나 아니면 일을 하는 데 매진되어 있을 것이다. 차라리 그런 날이 길 바란다. 그건 내가 내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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