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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Mar 22. 2024

해외에서 나는 이렇게 책을 고른다

온라인 쇼핑, 소비요정이 되는 시간

올해 들어 내가 읽는 책 대부분은 소설이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읽는 중이다. 작년에는 자기 계발서와 시대의 흐름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읽었다. 그동안 읽지 못했던 고전 도서들도 찾아서 읽었다.

읽어도 크게 변하지 않는 나에게 실망한 것인지, 아니면 더 이상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은 것인지 읽어가는 속도가 더뎌지기 시작했다. 아니면 심심했는지도 모르겠다. 일과 집 밖에 모르는 일상이 답답해서 타인의 삶이 들여다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올해는 그냥 소설책이다. 가볍게, 때로는 가볍지 않게 읽고 있다. 외국에 거주하고 있다 보니 거의 모든 책은 전자도서관에서 대출해서 본다. 도서관에 다닐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아이에게도, 학생들에게도 책이 더 필요할 시기가 되어 며칠째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담았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는 중이다. 필요한 책은 항공 택배로 받아야 하는데, 기본 3킬로그램에 3만 원이 훌쩍 넘는다. 책을 고르고 또 골라 엄선한다. 한 권이라도 실패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검토한다.

이번에 좀 많이 샀다. 온라인 서점에만 들어가면 소비요정이 된다. 책값도 만만치 않은데, 항공 택배 비용은 더 부담스럽다. 그래도 어쩌랴. 역시 도서관에 다닐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는 도서관에 종종 간다.


책을 고르는 기준은 나름 까다롭다.  오랫동안 수업을 하면서 많은 아이들을 경험하다보니 자연스레 책을 고르는 기준이 생겼다. 국제학교에 다니지만, 대학은 한국으로 가기를 원하기 때문에 적절히 책의 기준을 안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 읽혀야 한다.

내 아이도, 학생들도 국제학교에 다니면서 영어에 익숙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 내용이 어려운 책을 들이밀면 국어마저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학생들은 이미 영어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한국어 독서의 필요성을 못 느끼기도 한다. 그 아이들을 설득해 가며 수업한다. 그래서 비문학보다는 문학 도서가 더 많다.


어휘가 어려운 책은 피한다.

"한 시간쯤 뒤에 도착하리라" - '도착하리라' 이게 무슨 뜻이에요?

"먹으려무나" - 네? 무나?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은 이해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일반 문장과 종결 표현이 조금만 달라져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


"빨판이 뭐예요?" "까치발이 뭔데요?"

책을 잘못 고르면 한 장을 넘기기 힘들다. 아이들 수준에서 어려운 말들이 많기 때문에 문장 하나도 이해하기가 힘들어진다. 동화에도 한자어가 유독 많은 책이 있다. 한자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 또래 아이들은 아는 말들이다. 나는 무심결에 읽어 내려간 책이, 학생에게는 한 장도 넘길 수 없는 어려운 책이 되기도 한다.

생각보다 어렵다. 함께 읽어도 어휘를 하나하나 설명하다 보면 책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다(문맥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왕이면 같은 포인트에서 누구나 다 같이 빵~ 터져서 웃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책을 선정한다.

한국인이지만, 한국어를 외국어처럼 공부하는 아이들도 있다. 물론 배우고 알아야 하는 대화체이지만 천천히 배워가면 된다. 그렇게 성장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대견한지.

영어가 먼저 튀어나오는 아이들이 일단 한국어로 책을 잘 유창하게, 읽으면서 바로바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이런 아이들 덕에 내 영어 실력도 같이 성장하는 중이다.


아이들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주제는 피한다.

좋은 책이지만, 어떤 책들은 학생들이 그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사는 환경과 학교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는 선호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국에서 유행하는 아이템(게임이나 장난감, 간식 등)이 소재로 등장하는 책도 배제한다. 경험이 없으니 이해가 잘 안 되고, 공감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주제를 접할 수 있게 하되, 이야기의 주제와 메시지를 많이 고려하게 된다.


한국 역사와 관련된 책은 꾸준히 읽힌다.

역사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한글을 만든 것은 세종대왕님이고, 거북선으로 나라를 지킨 건 이순신 장군님이다. 3.1절, 광복절 등 주요한 날에 계기수업도 꾸준히 한다.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혹여나 학교에서 한국에 대해 잘못된 이야기가 나올 때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얼마 전 어느 국제학교에서 한 학생이 떡볶이를 일본 음식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 말은 들은 한국학생은 떡볶이가 한국음식이라는 걸 알면서도 뭐라고 반박하지 못했는데, 뭐라고 반박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그 해 학교에서 있었던 '월드 페스티벌' 때 한국 학부모님들이 한국 음식 코너에서 떡볶이를 팔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처럼 책으로든 문화로든 몸소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전래 동화도 자주 읽으려고 한다. 적어도 흥부와 놀부, 콩쥐 팥쥐, 심청이, 춘향이 정도는 척하고 알아들을 줄 알아야 한다.


국제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주제들을 파악한다.

미래 사회, 환경 문제에 대한 주제를 다룬 책들을 찾고, 국제학교 필독서를 참고한다.


이렇든 저렇든, 그게 어떤 책이든 아이들이 책과 친해졌으면 좋겠다.

나는 그 일을 돕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


아... 어렵다.

그렇게 어렵게 선택받은 책들이 비행기 탈 준비를 하고 있다.

내일은 조심스레 동생에게 연락해야겠다.

"책 도착했지? 좀... 보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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