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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Mar 23. 2024

엄마아빠의 사랑은 카톡을 타고

무조건 감사합니다

아빠가 아침마다 카톡으로 사진 한 장씩 보내 주신다.

아빠는 은퇴하시고, 그래도 일하는 게 좋으시다며 꽤 오랫동안 지역 도서관에서 근무하기도 하시고, 다른 회사에도 다니셨다. 허리를 다치시고도 일하시다가 지금은 진짜 은퇴를 하셨다. 매일 운동을 하시고, 등산을 다니시고, 종종 친구분들을 만난다고 하신다.

시간이 많아진 아빠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좋은 하루 보내라는 메시지를 약간은 촌스러운 사진과 함께 보내주신다. 어느 날은 부자 되라고도 하고, 행운 가득한 날 보내라고도 하고, 건강하라고도 한다. 오늘은 지나간 길 돌아보지 말고, 앞으로의 길을 가라는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셨다.


딸~ 엄마 모바일 배운다~

최근에는 엄마도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문화센터에서 강좌를 듣기 시작하셨나 보다. 무뚝뚝한 아들 둘이 곁에 있어봐야 스마트폰 사용법도 안 가르쳐 주니 이제라도 선생님께 배우기로 하셨나 보다.

재미있으신지 내 얼굴을 넣은 달력 이미지를 보내기도 하시고(이왕이면 잘 나온 사진으로 해주시지), 오빠와 여자친구 사진을 넣은 신문 이미지를 보내서는 "신문을 읽어보시오"하기도 하신다. 우리 집 어린이에게 할머니가 보내준 달력을 보여주니 "나도 할머니가 그런 거 자주 보내주셔" 한다. 맙소사.

"엄마, 몰랐어?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나한테 카톡 자주 보내셔."


사실 아빠가 보내는 카드는 다른 사람이 보냈다면 앞으로는 보내지 말아 달라고 했을 것 같다. 굳이 나한테까지 안 보내셔도 된다고. 하지만 멀리 사는 딸과의 소통 방법이라고 생각하시는 마음이 느껴져 최선을 다해 답장해 드리고 있다. 일 년에 일주일쯤 만나는 무심한 딸이었음을 반성하며.


엄마가 사진 편집을 하면서 얼마나 행복하셨을지도 상상이 된다. 비록 내 얼굴은 못생기게 나왔지만, 엄마가 만든 3월 달력은 지금 내 스마트폰 잠금화면이다. 앞으로는 이왕 만드실 거 예쁘게 나온 딸 사진 써달라고 엄마한테 사진 몇 장 보내야겠다.


사진은 차마... 못 올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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